CSIS, "제3의 길 걷는 일본 AI 거버넌스 주목"

CSIS, "제3의 길 걷는 일본 AI 거버넌스 주목"

최성근 전문위원, 김상희 기자
2025.11.02 06:00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히로키 하부카 CSIS 와드와니 AI센터 수석연구원, '일본의 민첩한 AI 거버넌스 실천' 연구 보고서

[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사진=챗GPT
사진=챗GPT

인공지능(AI) 기술과 규제 우위를 노리는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일본의 AI 거버넌스는 신뢰와 상호 운용성을 바탕으로 '제3의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히로키 하부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와드와니 AI센터 수석연구원은 홈페이지에 게재한 '일본의 민첩한 AI 거버넌스 실천(Japan's Agile AI Governance in Action)'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경쟁력과 규제 강화를 앞세우는 주요국과 달리 일본은 신뢰와 상호운용성을 중심으로 한 독자적인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AI 거버넌스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먼저 하부카 연구원은 일본 정부의 AI 정책을 '민첩한 거버넌스(Agile Governance)'로 규정한다. 이는 정부의 역할을 단순한 '규제자'가 아닌 '조정자'로 설정하고 AI 관련 지침과 가이드라인 등을 수정·보완해 나가는 유연한 거버넌스 구조를 의미한다. 실제로 일본 정부가 올해 제정한 'AI 기술의 개발 및 활용 촉진법'은 △AI 연구개발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환경 조성 △연구에서 사회적 구현까지 협력 촉진 △위험에 대한 투명성 확보 △국제협력의 주도적 수행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일본 정부가 2021년부터 추진해 온 '아날로그 규제' 개혁과도 맞닿아 있다. 기존에 '인간이 반드시 해야 한다'고 규정된 각종 법률∙행정 절차를 AI가 대체할 수 있도록 총 8162개의 규정 중 98%를 개정했다. 이는 단순한 효율성 개선을 넘어 AI를 법제 환경 속에서 사회적 인프라로 정착시킨 사례로 평가된다. 또한 AI의 판단 오류나 법 위반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AI 안전연구소'를 설립하고 AI 위험 평가와 적합성 검증 체계도 마련했다. 하부카 연구원은 "일본은 규제를 없애는 대신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AI 혁신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법제의 기능을 재정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개발의 핵심 자원인 데이터 활용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가 '균형' 중심의 접근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최근 개인정보보호위원회(PPC)는 개인정보보호법의 동의 요건을 완화해 '객관적으로 위험이 낮은 경우'에 당사자 동의 없이 통계∙연구 목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AI 학습을 위한 저작물 이용은 '인간의 감상을 전제로 하지 않는 한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라고 규정해 산업계가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하부카 연구원은 이러한 데이터 활용 정책이 "AI 산업발전과 개인정보 보호의 균형을 정교하게 조율하는 일본식 AI 거버넌스의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일본 정부가 민간에 AI 활용을 요구하기보다 스스로 '모범적 이용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일본 디지털청은 'Government AI' 계획을 발표하면서 모든 부처에 최고 AI 책임자를 두도록 하고, 각 부처는 AI 도입 시 위험 평가와 계약 기준을 사전에 점검하도록 했다. 또 이러한 기준을 향후 민간 조달과 기업의 위험 관리에 지침으로 삼도록 제도적 연계 시스템을 마련했다. 정부가 AI를 먼저 도입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민간 시장에 적합한 제도와 산업 기준을 정비함으로써 일종의 '행정 실험실형 모델'을 구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부카 연구원은 일본의 AI 전략은 미국과 유럽의 노선과 뚜렷이 구별된다는 점에서 '제3의 길'을 걷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AI를 기술 패권 경쟁의 도구로 인식하며 '도전받지 않는 기술 우위'를 명확한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AI를 지정학적 세력 균형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전략적 자산으로 간주해 AI의 산출물에 적극 개입함으로써 미국의 가치를 세계 표준으로 보편화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반면 유럽연합(EU)은 AI를 인간의 통제를 받는 기술로 규정하고 감정 분석∙신용 평가 등 인간의 내면에 개입하는 기술을 '고위험 영역'으로 분류해 엄격한 리스크 관리와 투명성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와 달리 일본의 AI 전략은 국가마다 다른 규제와 가치 체계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신뢰에 기반한 연계망(nexus of trust)'을 구축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평가다. 일본은 미국처럼 자신만의 표준을 강요하지 않고 유럽처럼 엄격한 윤리 규범을 수출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정부가 다양한 규제체계가 상호 호환될 수 있도록 중간 플랫폼을 제공하고 새로운 기술적∙법적 체계의 조정자로서 역할을 수행한다는 설명이다. 즉 대부분 국가들이 혁신 중심의 경쟁력만을 추구하는 가운데 일본은 AI 거버넌스에 있어서 다원적인 상호운용성을 강조하며 신뢰와 연계를 기반으로 한 '제3의 길'을 추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하부카 연구원은 "다양한 가치와 시스템의 공존을 전제로 하는 일본의 AI 거버넌스는 파편화된 글로벌 AI 환경에서 신뢰할 수 있는 연결고리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면서 "향후 AI와 관련한 글로벌 규칙과 규범 형성에 있어서 상호운용성을 기반으로 한 일본의 접근 방식은 건설적인 모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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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희 기자

안녕하세요. 혁신전략팀 김상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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