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라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유죄 판결…
'폐간' 빈과일보 창립자 겸 홍콩 민주화 운동가
"트럼프가 10월 시진핑과 회담서 석방 촉구"

홍콩의 전 언론 재벌이자 민주화 운동가인 지미 라이(78)가 국가안보 위협 혐의로 유죄 판결받으면서 지난 10월 정상회담으로 해빙기를 맞이한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다시 악화할 거란 전망이 제기됐다.
15일 블룸버그·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홍콩 고등법원은 이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콩 빈과일보(애플데일리, 현재 폐간) 창업자 지미 라이의 선고 공판에서 외국 세력과의 공모(2건), 선동적 자료 출판 등 3가지 혐의 모두에 유죄 판단을 내리고, 선고 일자를 이른 시일 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중국의 지지를 받는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이 직접 선발한 국가안보 전담 판사 3명이 내렸다.
법원의 유죄 판단으로 라이 창업자는 종신형까지 선고받을 위기에 놓였다. 2019년 홍콩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후 중국은 2020년 6월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하고, 2020년 7월1일부터 시행했다. 홍콩 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개 범죄에 최고 무기징역(종신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라이 창업자에 대한 형량 선고는 내년 1월 이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라이 창업자 측에 다음 달 2일까지 서면 양형 사유를 제출하라고 했다. 라이 창업자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이외 2019년 불법 집회 주도 혐의로 징역 20개월, 빈과일보 사무실의 허가 용도 이외 사용 혐의로 징역 69개월을 각각 선고받은 상태다.

라이 창업자는 12세에 중국에서 밀항해 홍콩에 도착했고, 이후 섬유 사업으로 부를 쌓았다. 의류업체 지오다노의 설립자기이기도 한 그는 1995년 빈과일보 창간 이후부터 홍콩 내 유명 민주화 운동가이자 중국공산당 비판론자로 부상했다. 그러다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직후인 2020년 8월 홍콩 당국에 체포됐다. 그는 홍콩 최고 보안 교도소에서 60개월 이상 수감 생활했고, 대부분 독방에서 지냈다고 한다.
재판부는 "(라이 창업자는) 성인이 된 이후 수년간 중국에 대해 원한과 증오를 품어왔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여러 증거를 종합하면 (국가)보안법 시행 여부와 관계 없이 라이의 유일한 목적은 중국공산당의 몰락이고, 궁극적으로 그것이 홍콩의 이익을 희생하는 결과를 초래하더라도 음모를 저지를 의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라이 창업자가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미국 정치인과의 접촉을 시도해 미국이 중국과 홍콩에 대해 제재하도록 로비했다며 "그는 당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의 회동 또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면담을 시도했다"고 했다. 또 라이 창업자가 2020년 5월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홍콩 탄압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 관리 자녀들의 유학생 비자 취소 등 중국을 처벌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며 "이런 증거들은 라이의 유일한 목적이 중국공산당의 몰락을 추구하는 것이었다는 걸 보여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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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라이 창업자를 "구해내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번 판결로 미국과 중국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부산에서 가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라이 창업자의 석방을 촉구했다고 한다. 인권 단체들은 라이 창업자의 재판이 '정치적 목적'으로 진행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홍콩 내 민주 세력은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탄압 강도가 높아지면서 점차 약화하고 있다. 2021년 홍콩 선거제도는 '애국자'로 검증된 사람만 출마할 수 있도록 개편됐다. 선거 제도 개편으로 민주 세력을 설 자리를 잃었고, 공민당, 사회민주당연맹에 이어 한때 홍콩 최대 야당이었던 홍콩 민주당도 전날 창당 31년 만에 공식 해산을 발표했다. 민주당의 주요 인사들은 앞서 중국 본토 관리 등으로부터 당을 해산하지 않으면 체포 등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협박받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