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의 부상은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뒤흔들 것으로 여겨졌다. 첫 임기 동안 트럼프는 오랜 유럽 동맹국들을 공개적으로 깎아내렸고, 파리기후협정과 같은 국제 조약에서 탈퇴했으며, 군사지원과 무역적자를 통해 미국이 동맹국들을 보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우리가 2022년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 주장했듯, 트럼프의 공격적인 일방주의는 미국의 동맹을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워싱턴의 강압적 태도에 흔들리고 종종 분노했음에도 불구하고, 동맹국들은 세계 최강의 초강대국으로부터 이탈하지는 않았다. 프랑스, 독일, 일본, 한국과 같은 미국의 핵심 파트너들의 외교 노선, 국방비 지출, 지정학적 정렬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동안 의미 있는 방향으로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 국가는 미국과의 관계를 느슨하게 하는 것이 트럼프의 압박에 맞서는 것보다 자국의 경제 및 안보 이익에 더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트럼프에게 맞춰 나갔다.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는 이러한 역학 관계를 훨씬 더 가혹하게 시험하고 있다. 이번에는 트럼프의 동맹국 및 파트너들에 대한 경멸이 훨씬 더 크다. 그는 캐나다와 그린란드의 병합, 멕시코 폭격, 파나마 운하 재장악, 우크라이나와 대만 포기 가능성까지 거론해왔다. 동맹국들이 미국을 '착취'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트럼프는, 미국 내에 대규모이면서도 정의가 모호한 투자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뇌물과도 비슷해 보인다. 예컨대 그는 유럽연합(EU)에 대해 무려 6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보증을 요구하며, 그 사용을 자신의 재량에 맡기려 한다. 그는 동맹을 상호 이익을 주는 네트워크의 기둥이 아니라 일종의 보호 명목 갈취 체계로 보는 인식에 점점 더 기울고 있으며, 이제 미국이 보호의 대가를 거둬들여야 할 때라고 여기는 듯하다.
만약 동맹국들이 2020년 바이든의 당선이 전통적인 미국식 자유주의 국제주의를 복원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면, 트럼프의 재선은 그의 1기 때 드러났던 대외정책의 공격성과 노골적인 '대가를 전제로 한' 공약 방식이 일탈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오히려 최근 발표된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NSS)에서 드러나듯, 이는 앞으로 미국 외교정책의 핵심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공화당 지도자들 역시 트럼프의 전반적인 정책 방향을 계속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설령 민주당이 다시 정권을 잡더라도, 양당 체제에서 트럼프 노선을 따르는 공화당 세력이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은 동맹으로서 미국의 신뢰성을 약화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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