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55)를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한 가운데 뉴욕 월가에선 기준금리 인하폭이 확대되거나 인하 시점이 앞당겨지는 등 통화정책이 급격하게 변화가 진행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 체제에서 노골적인 금리 인하 압박을 이어가면서 연준의 독립성 위기 논란이 커진 상황에서 월가는 검증된 인물인 워시 전 이사 지명을 '안전한 선택'이라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금리선물시장은 오는 6월 기준금리가 현재 3.50~3.75%에서 0.25%포인트 인하될 확율을 49.5%로 반영했다. 워시 후보자가 지명되기 전 46% 수준이었던 것과 견줘 사실상 통화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셈이다. 기준금리가 현재 수준으로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32.2%에 달한다.
워시 후보자가 지난해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기준금리 인하 요구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과거에는 대표적인 매파(통화긴축) 성향 인사였다는 평가가 시장의 이 같은 반응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워시 후보자는 연준 이사 재임 당시였던 2010년 11월 연준이 양적완화 조치를 결정할 당시 연준 이사회 멤버 가운데 유일하게 양적완화가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며 비판적인 견해를 표명했다.
시장에선 이 같은 점에서 워시 후보자 지명이 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를 완화할 최선의 카드라는 평가도 나온다. 스티븐 브라운 캐피털이코노믹스 북미담당 부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워시 후보자 지명은 그동안 거론됐던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 가장 나은 결과 중 하나"라며 "워시의 오랜 매파적 성향은 그가 트럼프의 완전한 꼭두각시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시 후보자 취임 직후인 오는 6월부터 단기적으로는 금리 인하론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취재진을 만나 "워시 후보자는 분명히 금리 인하를 원한다"며 "나는 그를 오랫동안 지켜봐왔다"고 말했다.
다만 워시 후보자가 취임 이후 금리 인하 드라이브를 걸더라도 연준의 금리결정 구조상 급격한 정책 변화가 이뤄지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준의 금리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의장을 포함해 위원 12명이 투표로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만큼 다른 위원들의 지지를 얻지 않고서는 의장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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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금리 인하 압박으로 연준의 독립성 훼손 우려가 불거지면서 파월 의장이 오는 5월 의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연준 이사직에서 사임하지 않고 연준 멤버로 계속 활동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