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원들, 러트닉에 '거짓말' 사퇴 요구…스타머, '엡스타인 연루' 인물 기용해 위기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아동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 연루설로 초당적 사퇴 압력에 직면했다. 영국에서도 키어 스타머 총리가 사퇴 압박을 받는 등 엡스타인 파일 공개 파장이 이어진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애덤 쉬프 민주당 상원의원은 9일(현지시간) "아동 성범죄자와의 사업 관계에 대한 러트닉의 거짓말은 그의 판단력과 윤리성에 중대한 우려를 제기한다"며 러트닉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쉬프 의원은 "러트닉은 상무장관직을 맡을 자격이 없고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하원에선 감독위원회 소속 로버트 가르시아 민주당 의원을 포함해 다수 의원이 러트닉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 토머스 매시 의원도 지난 주말 CNN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러트닉 장관이 사임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러트닉 장관은 2005년 맨해튼 어퍼이스트 사이드에서 동네 주민이던 엡스타인을 만났지만 엡스타인이 마사지 테이블이 놓인 방을 보여준 일을 계기로 곧바로 관계를 끊었다고 지난해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밝혔다. 러트닉 장관은 "나와 아내는 그 혐오스러운 자와 다시는 같은 공간에 있지 않기로 했다"며 "사회적 모임이나 사업, 자선 활동을 막론하고 그가 있는 자리는 절대 가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법무부가 공개한 엡스타인 수사 자료에선 러트닉 장관이 엡스타인과 계속 교류한 정황이 드러났다. 두 사람이 사적으로 만날 계획을 논의했고 2012년엔 두 사람이 현재는 파산한 광고 기술회사 애드핀에 공동 투자자로 참여한 정황도 담겼다. 2018년에는 거주지 맞은편의 개발 계획을 막기 위해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도 확인됐다.
하원 감독위원회를 이끄는 공화당 소속 제임스 코머 위원장은 러트닉 장관이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야 하는지와 관련해 "우리는 중요한 인물들을 많이 소환하려 하고 있다"며 소환장 발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현재로선 러트닉 장관이 엡스타인 스캔들을 이유로 물러나거나 경질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백악관의 쿠시 데사이 대변인은 "러트닉 장관과 상무부를 포함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국민을 위해 성과를 내는 데 계속 집중하고 있다"며 러트닉 장관을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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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부는 "러트닉 부부는 2005년 엡스타인을 만났고 이후 14년 동안 그와 교류한 횟수는 극히 제한적"이라면서 러트닉 장관에 대한 사퇴 요구는 "수조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 역사적인 무역 협정 체결, 미국 노동자의 권익 신장 같은 행정부의 업적에서 관심을 돌리려는 실패한 주류 언론의 시도"라고 주장했다.

한편 엡스타인 관련 문서 공개의 파장은 대서양을 건너 영국 정치권까지 뒤흔들고 있다. 2024년 스타머 총리는 보수당 집권기 혼란을 청산하고 정치 개혁을 약속하며 집권했다. 스타머 총리는 엡스타인을 만나본 적도 없단 입장. 하지만 2024년 스타머 총리가 주미 영국 대사로 지명한 피터 맨델슨이 과거 엡스타인과 깊이 교류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인사 검증 책임론이 불거졌다.
새로 공개된 엡스타인 파일에서 맨델슨은 과거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깊이 엡스타인과 얽혀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맨델슨은 금융위기 당시 각료로 재직하면서 엡스타인에게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 정보를 넘겼단 의혹을 받는다. 이 파장으로 스타머 총리 측근들이 줄사퇴했다.
지난주 스타머 총리는 맨델슨을 주미 대사로 임명하도록 조언한 자신의 '오른팔' 모건 맥스위니 비서실장을 경질했다. 팀 앨런 총리실 공보국장 역시 총리실 인적 쇄신 명분으로 사임했다. 지만 유권자와 당내 신뢰를 동시에 잃으며 교체설에 시달려왔다.
스타머 총리 본인에 대해선 내각 각료들의 공개 지지가 잇따르면서 급한 고비는 넘겼다. 그러나 스타머 총리의 사퇴가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적잖다. 지난주엔 일부 측근들 사이에서 "이번 주를 넘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위기감이 고조됐다. 관측통들은 이달 말 예정된 보궐선거나 5월 지방선거에서 다시 고비를 맞을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