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 'AI 올인' 100년물 채권까지 찍는다

알파벳 'AI 올인' 100년물 채권까지 찍는다

정혜인 기자, 권성희 기자
2026.02.11 04:00

美서 예상보다 많은 200억불 발행, 스위스·英서도 계획
올 투자 1850억불 예정… 오라클 등 빅테크서 차입 늘듯

AI(인공지능) 거품론 및 과잉투자 우려가 증시에서 가시지 않은 가운데 미국 빅테크(대형 IT기업) 알파벳(구글 모기업)이 AI 인프라 투자를 위해 수십조 원 규모에 달하는 채권발행에 나선다. 여기엔 만기가 100년인 채권도 포함됐다. 뉴욕증시에선 지난주 시장을 뒤흔든 AI에 의한 '소프트웨어 종말론'이 일단 수그러들었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이날 알파벳이 미국에서 200억달러(약 29조1700억원) 규모의 달러화 채권을 발행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는 당초 예상된 150억달러보다 큰 규모"라고 전했다. 이번 달러화 채권은 만기가 서로 다른 7종류로 만기가 가장 긴 채권은 40년물(2066년 만기)이다.

최근 빅테크들의 AI 관련 대규모 자금마련 행보가 감당 가능한 투자인지를 두고 시장의 우려가 커졌지만 이번 달러화 채권발행에는 조달액의 5배 규모인 1000억달러 넘는 주문이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 소식통에 따르면 알파벳은 스위스와 영국에서도 역대 첫 채권발행에 나선다. 구체적인 채권발행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영국에서는 100년 만기 초장기 채권발행을 추진 중이다. 기술기업의 100년 만기 초장기 채권발행은 1990년대 닷컴버블 이후 처음이다. 100년 만기 채권은 초저금리 시기에 국채 등으로 발행된 적이 있으나 기술기업 채권으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1996년 IBM이 100년 만기 채권을 발행한 적이 있지만 기술기업은 대체로 최장 40년 만기 채권을 발행한다.

알파벳 설비투자 추이/그래픽=김지영
알파벳 설비투자 추이/그래픽=김지영

알파벳은 지난해 11월에도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해 각각 175억달러, 65억유로(약 11조3000억원)를 조달했으며 당시 50년물 채권은 지난해 미국에서 기술기업이 발행한 채권 중 만기가 가장 길었다.

알파벳의 이런 공격적인 채권발행은 AI 인프라 투자를 위해서다. 알파벳은 앞서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1850억달러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3년간 지출을 합친 것보다 큰데 AI전략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투자확대가 주요 목적이다. 알파벳 측은 "AI 확산이 온라인 검색 증가로 이어지면서 이미 매출증대 효과가 나타났다"며 투자확대 이유를 설명했다.

알파벳 외 다른 기술기업도 설비투자 규모확대를 위한 채권발행에 나섰다. 오라클은 지난주 채권발행을 통해 250억달러를 조달했는데 주문규모가 1290억달러에 달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모간스탠리는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의 올해 차입규모가 지난해 1650억달러에 비해 크게 증가한 40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간스탠리의 미국 신용전략책임자인 비슈와스 팟카르는 "올해 우량 회사채 발행규모는 사상 최대인 2조2500억달러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9일 뉴욕증시에서는 AI가 기존 소프트웨어산업의 수익모델을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가라앉으면서 지난주 급락했던 관련주를 중심으로 기술주들이 일단 강세를 보였다.

이날 클라우드 서비스 및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회사인 오라클은 DA데이비슨의 애널리스트 길 루리아가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조정하면서 주가가 9.6% 상승했다. 루리아는 "소프트웨어는 죽지 않는다"며 "우리는 기업들이 계속해서 오라클의 소프트웨어에 돈을 지불할 것이고 바이브 코딩(AI가 만든 소프트웨어)으로 대체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먼데이닷컴의 공동 창립자이자 공동 최고경영자인 에란 진먼은 "기업들이 기술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이미 사용한 그들의 데이터와 콘텍스트, 워크플로 대부분이 축적돼 있는 기존 시스템을 계속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크로스마크글로벌인베스트먼트의 최고시장전략가인 빅토리아 페르난데스는 AI와 소프트웨어산업이 "어느 수준까지는 공존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소프트웨어기업들이 가격결정권을 얼마나 가질 수 있느냐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정혜인 기자

국제부 정혜인 기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 '트민자' 를 전합니다.

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