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사태에 따라 국제유가가 급등했음에도 중국이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는 양상이다. 국가가 장기간 전략적으로 석유 의존도는 낮추고 태양광과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끌어올린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이란 사태를 계기로 중국이 오히려 반사이익을 챙길 가능성이 있단 전망도 제기된다.
16일 중국 정부 발표와 관영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 소매 휘발유 가격은 이란 사태 발발 후 상승폭이 7% 아래로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지난 9일 주유소에서 판매할 수 있는 소매가격 상한선을 리터 당 0.55위안 올렸다. 가격 상한선을 약 7% 끌어올린 셈이다. 실제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은 이보다 낮게 형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베이징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이란 사태 전과 비교하면 대체적으로 3% 가량 오른 상태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도 "휘발유 가격과 환율 등 부분에서 아직 별다른 변동은 관측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휘발유 가격 변동폭은 미국의 3분의 1 수준으로 파악된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휘발유 소매가 평균은 갤런당 3.7달러로 지난 한 달간 약 26% 상승했다. 중국의 상승폭은 한국보다도 낮다. 한때 이란 사태 전보다 약 12% 치솟은 한국 휘발유 소매가격은 최고가격제 시행 후 약 3%포인트 하락했지만 여전히 중국의 상승폭을 웃돈다.
이란 사태 발발 직후와 비교하면 다소 뜻밖의 전개다. 중국의 전체 원유 수입량 중 약 13~14%가 이란산이다. 이란 사태로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입 비중은 40%에 육박한다. 이 때문에 중국의 에너지 안보가 흔들릴 수 있단 관측이 나왔고 파이낸셜타임스 등 서방 언론에선 "(이란 공습을 통해)트럼프 대통령은 베이징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란 사태 발발 후 약 2주가 지난 현 시점까지 중국에 별다른 충격은 없는 상태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외국산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전기차와 재생에너지에 수십 년간 투자해온 중국의 전략이 이제 결실을 맺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할 메이단 영국 옥스퍼드 에너지연구소 중국 에너지 연구 책임자는 NYT를 통해 "중국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전기차와 재생에너지라는) 완충 장치를 가지고 있다"며 "석유 공급 차질과 가격 급등이 경제 운영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은 국가적으로 재생에너지 의존도는 끌어올리고 석유 비중은 낮추는 전략을 장기간 추진했다. 이 같은 결과는 수치로 확인된다. 에너지 데이터를 분석하는 국제 싱크탱크 엠버(Ember)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중국 전체 전력 사용에서 27%를 차지하던 재생에너지(수력, 풍력, 태양광, 원전) 비중은 2024년 38%로 뛰었다. 반면 같은 기간 1.5% 수준이던 석유 비중은 0.6%로 하락했다. 전력 생산에 석유 발전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중국이지만 그 비중을 더 끌어내린 셈이다.
중국에서 석유는 주로 운송과 석유화학 산업에 투입되지만 이 역시 전기차 보급 확산으로 상당부분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중국 신차 판매의 약 54%가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등 신에너지차로 집계됐다. 석탄 의존도가 아직 상당하단 점도 원유 공급 충격을 최소화할 안전판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전체 전력 사용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55% 수준이다. 원유 비축량을 크게 늘린 점도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원유 비축량은 약 13억 배럴로 미국의 세 배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원유 공급에 6개월 이상 차질이 빚어지더라도 견딜 수 있는 규모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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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이번 이란 사태로 중국이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제이슨 보도프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 소장은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유럽은 발전에 필요한 핵심광물과 배터리, 태양광 패널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높이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란 사태로)원유 시장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을 보며 중국산 발전 제품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