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일(현지시간) 대국민연설에는 기대를 모았던 종전 선언도, 구체적인 종전 계획표도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분여 내내 이란전쟁의 정당성과 미군의 위력을 설명하는 데 열중했다. 새로운 발표 없이 이란을 향한 '백기투항' 압박과 유가 상승 등에 대한 국내 우려 달래기가 반복된 연설에 미 정가와 시장에선 다분히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한 맹탕연설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한 달 동안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을 재탕한 것에 불과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6개월 정도 남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 급등으로 벌어진 부정적인 여론을 수습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 초반부터 "신속하고 결정적이고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며 전쟁 성과를 부각했다. 또 "핵심 전략 목표 달성이 가까워지고 있다"며 "일을 아주 빨리 마무리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란전쟁에 대한 미국 내 찬성여론이 30% 안팎에 머무는 상황에서 전쟁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이 커지는 것을 감안해 '조기 승리' 프레임을 거듭 강조한 것이라는 풀이다. 반전 여론 확대에 맞서 '임수 완수' 카드를 꺼내 지지층 결집을 시도한 언급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미국 내 휘발유 가격 급등에 대해선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책임을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기적 가격 상승은 이란이 유조선을 공격하고 해협을 막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가 큰 국가들이 해협 관리를 맡으라는 주장도 되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들여오는 석유가 거의 없다"며 "석유가 부족한 국가들은 미국에서 석유를 사거나 이제라도 용기를 내서 호르무즈 해협으로 가라"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문제와 관련해 군함 파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비롯해 한국·일본 등 동맹국에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던 것과 달리 동맹에 대한 언급은 많지 않았다. 이날 연설 직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탈퇴 검토를 수차례 언급하면서 유럽국가들과의 갈등을 거침없이 드러냈던 것과 견주면 연설에서는 불만을 내비치는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다. 동맹국들의 '자발적 기여'를 압박하기 위한 전략적 줄다리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에 대해선 당분간 공습 강도를 줄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2~3주 동안 이란을 극도로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란 전역의 발전소를 동시 타격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민간 인프라를 볼모로 사실상 '백기투항'하라고 압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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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지도부는 대부분 사망했고 새 지도부는 덜 급진적"이라고 언급한 대목에도 주목했다. 정권 교체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하면서 협상 상대를 '새 지도부'로 설정하려는 계산이 깔린 언급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을 '파트너'로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아침 공개한 소셜미디어 게시글에서 "이란의 '새로운 정권 대통령'으로부터 휴전 요청을 받았다"고 밝힌 뒤 비교적 중도·온건 성향으로 평가되는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미국 국민을 수신인으로 한 공개서한을 통해 종전에 대한 뜻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