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이 광물, 배터리산업 적격…녹색엔진 돌리는 '말차의 도시'[르포]

넘치는 이 광물, 배터리산업 적격…녹색엔진 돌리는 '말차의 도시'[르포]

퉁런(중국)=정혜인 기자
2026.04.12 06:05

中내륙 구이저우 소도시 '퉁런', "자연을 경쟁력으로"
"지상은 차, 지하는 배터리" 그린 투트랙 전략 본격화
8월 한국직항 개설…관광객 유치 기대

 유네스코 셰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중국 구이저우성 퉁런시의 판징산. /사진=정혜인 기자
유네스코 셰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중국 구이저우성 퉁런시의 판징산. /사진=정혜인 기자

중국 서남부에 위치한 구이저우(貴州)성은 오랫동안 '백주의 황제' 마오타이의 고장으로 기억돼 왔다. 높은 습도와 험준한 산악 지형은 술을 빚는 데 최적의 조건이었지만, 일반 농사나 개발에는 지독한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최근 찾은 구이저우 동북부 소도시 퉁런(銅仁)에서 마주한 풍경은 달랐다. 과거 고립의 상징이었던 산과 안개는 이제 말차와 배터리 소재 산업을 키우는 핵심 자산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최근 현지에서 만난 쉬페이 퉁런시 당위원회 상무위원은 "퉁런은 자연환경을 산업 경쟁력으로 재해석하는 데 성공한 도시"라며 "현재 중국 내 말차 생산 1위, 세계 2위 수준의 공급지로 도약했다"고 밝혔다.

중국 구이저우성 퉁런시 거리 곳곳에서 말차 전문 카페와 관련 상품 광고를 볼 수 있다. /사진=정혜인 기자
중국 구이저우성 퉁런시 거리 곳곳에서 말차 전문 카페와 관련 상품 광고를 볼 수 있다. /사진=정혜인 기자

일본 독점 흔드는 중국 말차의 수도 '퉁런'

퉁런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험난했다. 직항이 없어 중국 내 환승이 필수적이었고, 처음 마주한 퉁런의 모습은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짙은 안개가 산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하지만 이 '불편한 지형'은 프리미엄 말차를 생산하는 천혜의 요새였다.

퉁런은 구이저우·후난·충칭이 맞닿는 산간 접경지대다. 총면적은 약 1만8000㎢로, 서울의 5배(605㎢)에 달한다. 이곳은 '구이저우의 동문'으로 불렸지만, 험한 지형 탓에 변방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현재 퉁런은 '낙후된 산골'에서 '녹색 산업의 전초기지'로 재정의되고 있다.

중국 구이저우성 퉁런에서 생산된 말차로 만든 음식과 화장품 /사진=정혜인 기자·중국 바이두
중국 구이저우성 퉁런에서 생산된 말차로 만든 음식과 화장품 /사진=정혜인 기자·중국 바이두

퉁런은 현재 연간 4500톤(t) 이상의 말차를 생산하며 전 세계 공급량의 약 20%를 책임진다. 단순히 양만 늘린 것이 아니다. 퉁런은 자동화 가공 공장을 기반으로 음료, 제과, 화장품 원료까지 생산하는 '수출형 소재 산업' 체계를 구축했다. 현장에서 만난 미국 언론인 엘리엇 말도나도는 구이저우를 "자연 그대로의 녹색, 말차 산업의 녹색, 발전 기회의 녹색 등 3가지 녹색을 가진 도시"라고 정의했다.

현지에서는 말차 산업이 수만 명 농가의 소득과 직결된다고 강조한다. 중국 관영 매체 인민일보는 퉁런이 대규모 차밭과 자동화 가공 공장을 기반으로 생산량과 품질을 동시에 확보했다며 농업을 '수출형 산업'으로 전환 대표 사례로 소개하기도 했다. 퉁런시는 현재 말차 관련 음료, 술, 디저트는 물론 일반 식품과 건강식품 그리고 화장품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5대 키워드로 본 퉁런의 '웰니스' 반격

양홍쥔 퉁런시 당위원회 선전부 부부장 겸 문화·체육·TV·관광국 국장은 퉁런시의 매력을 5가지 웰니스(Wellness) 키워드로 정리하며 세계를 향한 초대장을 건넸다.

600년 역사를 가진 중국 구이저우성 퉁런시 중난먼 고성 역사문화관광 전경 /사진=차이나데일리 제공
600년 역사를 가진 중국 구이저우성 퉁런시 중난먼 고성 역사문화관광 전경 /사진=차이나데일리 제공

양 부부장은 "세상에 산과 온천은 많지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판징산(梵淨山)과 마실 수 있는 온천수를 동시에 가진 곳은 드물다"며 퉁런만의 희소성을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키워드는 △판징산 중심의 생태 웰니스 △2000종 이상의 약초 자원을 활용한 중의학 웰니스 △음용이 가능한 천연 온천수의 온천 웰니스 △강, 동굴 등에서 즐기는 레저 웰니스 △600년 역사의 중난먼(中南門) 고성에서 느끼는 전원 웰니스다.

양 부부장은 "세계에 수많은 차가 있지만 '먹을 수 있는 산'과 '말차'를 가진 곳은 이곳뿐"이라며, 말차 산업이 단순한 제조업을 넘어 관광객이 오감으로 즐기는 문화 콘텐츠가 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올해 8월 한국과 퉁런 간 직항 노선이 운항 예정"이라며 한국인 관광객 유치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중국 구이저우성 퉁런시 옌허자치현 헤이수이읍의 펑밍(凤鸣)동굴 농구경기 현장. 천연 동굴을 경기장으로 활용한 '펑밍동굴 농구'는 자연과 생활 문화가 결합된 퉁런식 생태 콘텐츠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사진=차이나데일리 제공
중국 구이저우성 퉁런시 옌허자치현 헤이수이읍의 펑밍(凤鸣)동굴 농구경기 현장. 천연 동굴을 경기장으로 활용한 '펑밍동굴 농구'는 자연과 생활 문화가 결합된 퉁런식 생태 콘텐츠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사진=차이나데일리 제공
'지상과 지하'의 동시 전환…신질생산력의 현장

퉁런의 변신은 지상(말차·관광)에서 멈추지 않고 지하(광업)로 이어진다. 과거 단순 채굴에 머물렀던 망간·인산염 자원은 이제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로 재편되고 있다. 구이저우성 정부는 퉁런을 배터리 공급망의 전략적 요충지로 육성하며 리튬인산철 배터리 소재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퉁런의 지역 경제 성장 전략은 '지상과 지하의 동시 전환'으로 요약된다. 한쪽은 자연 보전을, 다른 한쪽은 자원 고도화를 기반으로 하는 이른바 '그린 투트랙' 전략이다. 이는 중국의 '신질생산력'(新質生産力)의 전형적인 모델로 평가받는다. 신질생산력은 2023년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헤이룽장성 시찰 중 처음 제시한 용어로, 전통 제조업 중심의 경제성장·생산방식에서 벗어나 첨단기술 중심의 첨단화·녹색화·스마트화 성장으로 전환해 '혁신이 주도하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마오타이의 붉은 상징이 구이저우의 한 시대를 풍미했다면, 이제는 말차의 초록색과 배터리 소재의 미래색 그 자리를 채워가고 있다. 백주의 강렬한 취기 대신 은은한 차향이 감도는 퉁런의 산맥에서, 한때 걸림돌이던 산과 안개는 이제 이 땅을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됐다. 마오타이의 땅은 지금, 전 세계가 주목하는 녹색 산업의 심장부로 진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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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국제부 정혜인 기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 '트민자' 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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