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미국의 이란 공습이 촉발한 고유가 충격이 각국의 인플레이션 우려로 번지며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지만, 중국 국채 금리는 주요국 대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채권시장이 전쟁과 유가 급등을 반영해 가격을 재조정하는 동안 중국 국채 수익률은 비교적 평온한 움직임을 이어가자, 일각에서는 중국 국채가 자산시장의 새로운 안전자산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경제지표 플랫폼인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미국의 이란 공습이 시작된 2025년 2월 28일부터 4월 2일 사이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96%에서 4.34%로 38bp(1bp=0.01%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일본 국채는 2.06%에서 2.39%로 33bp 올랐고, 영국 국채는 4.18%에서 4.88%로 70bp 급등했다. 국채 수익률 급등은 채권 가격의 큰 폭 하락을 의미한다. 시장이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시중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신호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값마저 하락한 점은 이번 충격의 성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습 이후 금 가격은 온스당 2750달러에서 2365달러로 약 14%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금값이 과매수 상태였고, 전 세계 금리 인상에 따라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은 미국-이란 전쟁을 단순한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리스크로 더 강하게 해석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가가 오르면 중앙은행은 높은 금리 기조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고, 실질금리 상승은 금의 매력을 떨어뜨린다. 여기에 달러 강세까지 더해지면서 금 보유의 기회비용도 높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81~1.84% 범위에서 제한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금과 미국 국채마저 약세를 보이는 동안 중국 국채가 상대적 대안으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중국 국채의 안정성은 정부 주도의 정책 관리에 기반한 측면이 큰 만큼, 글로벌 안전자산으로서의 검증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중국 국채가 재평가받는 배경과 그 원인, 그리고 남아 있는 리스크를 짚어봤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에너지 구조를 핵심 배경 중 하나로 꼽는다. 이번 전쟁이 금융시장을 흔든 가장 직접적인 경로는 유가였다. 국제유가 급등이 주요국의 물가와 금리 전망을 자극했고, 이는 미국 등 선진국 채권시장 전반의 매도세로 이어졌다.

반면 중국은 석탄·가스·수력·원자력·신재생을 함께 사용하는 다변화된 에너지 구조 덕분에 유가 급등의 충격을 일부 완충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적인 에너지 소비국임에도 경제 전체가 석유 단일 연료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는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2월 발표한 '2025년 국가 경제 및 사회 발전 통계'에 따르면 1차 에너지 소비 비중은 석탄 51.4%, 천연가스·수력·원자력·풍력·태양광 30.4%, 석유 등 기타 18.2%로 집계됐다. 석탄 중심 구조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신재생 비중이 확대되면서 유가 급등의 충격을 일부 흡수할 수 있는 체질을 갖춰가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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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비축유도 일종의 완충 장치로 거론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육상 비축유는 올해 1월 기준 12억 600만 배럴로, 2025년 기준 순원유 수입량으로 환산하면 약 104일치에 해당한다. 여기에 이란산·베네수엘라산 원유 약 2억 배럴이 유조선과 해상 저장시설에 추가로 머물고 있을 가능성도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바클레이즈의 아시아 외환전략 책임자인 미툴 코테차는 이런 점을 들어 "중국은 에너지 충격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으며, 경제의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원유 조달선 다변화도 같은 맥락에서 주목된다. 중국 해관총서(GAC)가 공개한 2025년 원유 수입 구조를 보면 러시아 18%, 사우디아라비아 14%, 말레이시아 11%, 이라크 11%, 브라질 8%, 아랍에미리트 7% 순이다. 이란은 공식 통계에서 빠져 있는데, GAC가 2022년 이후 이란산 원유 수입을 별도로 집계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콜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연구소는 유조선 추적 자료를 분석해 상당량의 이란산 원유가 말레이시아산으로 우회 수출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말레이시아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53만 배럴 수준인 데 반해, 중국의 말레이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하루 130만 배럴에 이르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해역은 선박 간 원유 환적이 활발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중국은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를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조달해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제재가 강화되면서 중국에 원유를 최대 8%가량 할인해 판매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 가이다르 경제정책연구소가 지난 3월 발표한 '러시아 경제 전망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가 중국에 원유를 할인 판매하며 감수한 손실은 22억 달러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저가 에너지 공급이 중국의 물가 상승 압력을 상대적으로 낮추고, 결과적으로 중국 국채 금리의 안정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 국채의 안정적 흐름을 설명하는 두 번째 배경은 낮은 물가다. 중국의 저가 에너지 조달 구조는 2025년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중국 정부의 물가 목표치인 2%를 밑도는 수준으로, 서구권과 달리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갈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미국과 유럽이 고유가를 계기로 물가 재상승과 긴축 장기화를 우려하는 동안, 중국은 완화 여지가 남아 있는 경제로 인식됐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미루거나 긴축 기조를 더 오래 유지할 것으로 시장이 예상하는 와중에도, 중국 인민은행은 상대적으로 완화적 정책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같은 전쟁이 미국 국채에는 악재로, 중국 국채에는 중립적 혹은 완만한 호재로 작용한 셈이다.
중국 당국이 꾸준히 시장 안정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인민은행은 2025년 5월 정책금리를 1.40%로 인하했고, 2026년에도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며 완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한동안 중단했던 국채 매입을 2025년 10월부터 재개하고, 5~10년 만기 국채를 중심으로 유동성을 관리해 왔다. 시장에서는 이를 장기금리 급등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정책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세 번째 배경은 중국 특유의 시장 구조다. 중국 채권시장의 주요 매수 주체가 대부분 국내 투자자라는 점은 국채 가격의 안정적 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자본 통제로 인해 가계와 기관이 해외로 자금을 자유롭게 이동시키기 어렵고, 부동산 침체와 증시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대체 투자처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갈 곳을 잃은 국내 자금이 국채시장에 머물며 가격을 지지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T. 로 프라이스의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 빈센트 정은 "중국 국채시장은 수요 기반이 갇힌 자본이기 때문에 외부 충격을 더 잘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본 통제가 중국 국채시장을 다른 채권시장과 상대적으로 분리된 구조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안정성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중국 국채의 강점이 펀더멘털의 우월성이라기보다 외국인 참여 제한과 폐쇄적 거래 구조에서 비롯된 결과일 가능성도 있다. 가격이 안정적인 것이 아니라, 가격 조정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이를 또 다른 형태의 안정성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BNP파리바의 웨이 리 중국 멀티애셋 투자 총괄은 "인민은행은 중앙정부가 금리를 내리라고 하면 내린다. 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정책에는 불확실성이 많다. 새 연준 의장이 취임하면 정책이 계속될지 알 수 없다. 국채에 투자할 때 투자자들은 이런 불확실성을 좋아하지 않는다. 안정성을 원한다"고 말했다.

중국 국채가 미국 국채를 대체할 글로벌 안전자산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
전문가들은 중국 국채가 전쟁이라는 특수한 지정학적 환경, 중국의 에너지 완충력, 폐쇄적 자본시장 구조가 맞물리며 일시적 안전자산으로 부각됐다고 보고 있다. 지금의 안정성이 구조적 강점이 아닌 특수한 조건의 산물인 만큼, 향후 내수 회복과 유가 상승의 전이 효과가 본격화할 경우 글로벌 투자자들은 중국 국채를 다시 평가해야 할 수 있다.
미국 국채는 개방성과 유동성, 기축통화 지위, 제도적 신뢰를 기반으로 안전자산으로 평가받아 왔다. 반면 중국 국채는 낮은 상관관계, 에너지 충격 완충력, 정책 개입, 국내 자금의 구조적 수요를 바탕으로 상대적 안정성을 보인다. 전 세계 자금이 몰리는 미국 국채가 '보편적 안전자산'이라면, 글로벌 자금 흐름과 일정 부분 분리돼 있는 중국 국채는 특수한 상황에서만 상대적 안전성을 발휘하는 자산에 가깝다.
외국인 자금 흐름은 이런 한계를 보여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1년 말 약 4조위안에 달했던 외국인의 중국 채권 보유 잔액은 2022년 미·중 금리 역전 이후 6100억위안이 빠져나가며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후에도 부동산 위기, 경기 둔화 우려, 금리 차 축소 등의 영향으로 외국인 보유는 고점 대비 낮은 수준을 이어갔다. 중국 인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외국인의 중국 국채 보유량은 약 3조3000억위안으로, 고점 대비 약 17.5% 줄어든 수준이다.
현재 주목받는 중국 국채의 강점은 동시에 미래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 가장 큰 변수는 리플레이션이다.

지금까지 중국 채권 강세의 배경에는 디플레이션 압력과 낮은 물가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생산자물가가 바닥을 통과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수출물가 인플레이션이 0.7%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중국 국채의 매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ING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린 송은 "향후 10년간 약 4% 성장이 예상되는 경제에서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 미만인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며 "디플레이션 거래는 이미 변곡점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고유가의 영향이 수요 부진을 압도하며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중국 채권시장이 기대해온 완화적 정책 환경도 흔들릴 수 있다.
환율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 국채 금리가 안정적이더라도 위안화 가치가 크게 흔들리면 해외 투자자의 총수익률은 악화될 수 있다. 특히 미·중 금리 역전이 심화할 경우 환차손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중국 인민은행의 제도적 성격도 변수다. 인민은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처럼 운영상 독립성이 강하게 제도화된 중앙은행과는 다소 다른 구조를 갖고 있다. 법적으로 일정한 독자성을 갖지만, 국무원 지도 아래 주요 통화정책을 집행하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정책 신호가 시장금리에 더 직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
그 결과 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지만, 반대로 금리가 펀더멘털보다 정책 의도를 더 많이 반영할 경우 가격발견 기능이 약해지고 위험 프리미엄이 과소평가될 가능성도 있다. IMF는 지난 2월 발표한 '중국과의 2025년 제4조 협의 보고서'에서 중국이 자본흐름 변동성 확대에 대응한 자본흐름관리조치(CFMs)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를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결국 시장은 이란 전쟁 이후에도 중국 국채의 상대적 안정성이 이어질지, 그리고 그것이 펀더멘털의 힘인지 아니면 정책과 시장 구조가 만든 착시인지를 향후 중국의 경기 흐름과 금리 기조를 통해 검증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