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이란 전쟁과 나토 동맹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서방 최대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갈등이 표면화됐다. 전쟁 과정에서 나토의 비협조에 대한 미국의 불만이 커졌다. 이러한 미국과 동맹국 간 균열은 한미 동맹의 재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미국의 동맹 전략을 짚어보고 향후 한미 관계에 미칠 영향을 살펴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영국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들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있었지만 그들은 우리를 위해 거기에 있지 않았다"며 "나토 회원국 유지를 재검토할 단계는 이미 넘어섰다"고 밝혔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작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토 회원국들은 미국의 파병 요구를 대부분 거절했다. 스페인과 프랑스는 미 군용기의 영공 통과를 불허한 데 이어 이탈리아는 이란 전쟁 관련한 시칠리아 공군기지 사용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러한 유럽의 대응이 나토의 동맹 의무를 위반한 것은 아니다. 나토 방위협정은 회원국 방어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또 나토 탈퇴 역시 법률상 미 상원 의회의 3분의 2 승인을 요구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실행할 수 없다.
그러나 법∙제도 문제와는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의 비협조를 동맹의 책임 회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균열 봉합이 쉽지 않다는 평가다.
미국의 나토에 대한 불만은 구조적인 문제에 가깝다. 미국은 글로벌 안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방위비를 지출하지만, 유럽은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에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방위비 부담과 군사적 기여를 최소화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기부터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했고 기존 국내총생산(GDP) 대비 1~2% 수준이던 국방비를 최대 5% 수준까지 끌어올리도록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 관계를 '가치를 공유하는 공동체'보다 '상호 이익을 교환하는 구조'로 재정의했다. 지난 1월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2026 국가방위전략(NDS)'은 동맹국들의 집단방위의 공정한 몫을 강조하면서 동맹이 자국 방위에 더 많은 책임을 져야 미국이 본토 방어와 중국 견제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란 전쟁에서 미국은 작전 참가 여부를 동맹을 시험하는 하나의 가늠자로 삼고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나토에 대한 불만은 오랜 기간 구조적으로 누적된 결과로, 이란 전쟁을 통해 나토 재검토라는 이슈가 확실하게 점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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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을 계기로 한미 동맹의 재조정 압력도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6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에서 나토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비난하면서 "나토뿐만이 아니었다. 누가 또 우리를 돕지 않을 줄 아는가. 한국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험지에 4만 5000명의 병력을 두고 있으며 핵무기를 많이 갖고 있는 김정은 바로 옆"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과 마찬가지로 동맹의 '상호성'을 강조하며 대북 억제와 한반도 방어에 있어서 한국의 기여 확대를 강력히 요구해 왔다. 국방예산 증액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증액까지 요구한다. NDS에 따라 한국에도 역할 확대를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전쟁에서 한미 동맹의 재조정을 예고하는 조치가 이미 이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쟁 과정에서 대이란 방공망 수요가 증가하자 한국에 배치된 패트리어트(PAC) 요격미사일과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일부 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동맹의 재조정으로 향후 전략적 '연루(entrapment)'뿐 아니라 '방기(abandonment)'위험이 동시에 증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루' 위험은 미국이 개입된 군사적 긴장 고조 시 한국이 원치 않는 분쟁이나 위기 상황에 휘말릴 가능성을 의미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반도와 남∙동중국해를 '하나의 전구(전쟁 구역)' 묶는 구상 하에 주한미군이 대중 견제 네트워크에 편입될 경우 이러한 위험을 더욱 커질 수 있다.
'방기'는 미국이 동맹의 부담 확대와 전략적 유연성을 이유로 한반도 방어에 대한 개입을 축소하거나, 군사적 위기 상황에서 한국 방어에 대한 확장억제 제공 등을 제한할 가능성이다. 주한미군의 역할이 한반도 방어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한국 입장에선 안보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란 전쟁 이후 한미 동맹의 재조정 흐름이 가속화 될 것에 대비하기 위해 전시작전권 환수 등과 연계해 중장기적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란 전쟁을 전후로 나타난 미국의 동맹 전략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구조적 성격을 띠고 있다"면서 "기존 한미 동맹의 결속력을 최대한 확보하는 동시에 전시작전권의 안정적 환수, 유사입장국과의 안보협력체 구상, 에너지∙공급망∙안보 등 한일 간 직접 협력 구도 등 '플랜B' 전략도 동시에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