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전쟁으로 항공유 가격이 치솟으면서 전 세계 항공업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항공사들은 수익성이 낮은 일부 노선 운항을 일시 중단하는가 하면 실적 전망을 대폭 낮추는 등 전쟁 여파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은 실적 발표에서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0.6% 증가한 146억달러(약 21조58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나이티드항공은 연간 주당 순이익 전망치를 종전 12~14달러에서 7~11달러로 20% 넘게 하향 조정했다.
이란 전쟁 후 항공유 가격 급등으로 관련 비용이 수십억달러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서다. 지난달 유나이티드항공의 스콧 커비 CEO는 현재 상황이 유지될 경우 올해 연료비로 110억달러를 추가 지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부 노선 감편도 이어진다. 하루 전 유나이티드항공은 올해 운항 규모를 종전 계획 대비 5% 감축하겠다고 했다. 델타항공은 자체 정제 시설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올해 20억달러 추가 비용이 예상된다며 이를 일부 만회하기 위해 가격 인상 및 일부 노선 감축 계획을 밝혔다.
델타항공은 항공유 가격이 1분기 갤런당 2.62달러에서 2분기엔 4.3달러로 2배 가까이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란 전쟁이 연말까지 장기화할 경우 보잉과 에어버스의 신형 항공기 인도를 연기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항공사에게 연료비는 인건비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소형 항공기의 경우 시간당 약 800갤런(약 2.5톤)의 항공유를 소모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유럽도 사정은 비슷하다. 독일 최대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10월까지 항공편 총 2만편 운항을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5월 말까진 하루 약 120편을 운휴할 계획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폴란드나 노르웨이 등을 잇는 노선이 대상이다. 추가 대상은 이달 말이나 내달 초에 발표할 예정이다.
루프트한자는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연료비 상승으로 약 15억유로 규모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채용 동결과 출장 억제 등의 대책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유럽은 미국보다 항공유 외부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공급난에 더욱 취약한 구조다. 지난해 전 세계 해상 항공유 물동량의 20%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쳤는데 이 가운데 2/3 이상이 유럽을 향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최근 유럽의 항공유 재고가 6주치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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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철이 점점 다가오고 있지만 이란 사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항공 대란이 현실화할 것란 우려도 커진다. 에너지 컨설팅회사 케이플러의 매트 스미스 미국 수석 애널리스트는 CNN을 통해 "적어도 7월까진 갈 것"이라며 "지금으로선 그마저도 낙관적 전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설령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린다고 하더라도 그간 봉쇄로 발 묶였던 석유와 항공유가 유럽 및 아시아에 도달하기까진 몇 주가 걸리는 데다 전쟁으로 중단된 석유 및 항공유 생산을 재개하는 데에도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거란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