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상승에 루피화 가치 뚝...전략 자원 수출 규제도 나서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환율을 방어하고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시장 예상보다 큰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를 비롯해 생활물가 전반이 뛴 데 따른 것이다. 앞서 호주가 기준금리를 올리는 등 금리인상에 나서는 중앙은행이 늘고 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20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기존 연 4.75%에서 연 5.25%로 0.5%포인트(p) 인상했다. 금리 인상은 지난 2024년 4월 이후 2년여 만이며 이 정도의 빅스텝은 2022년 이후 4년만이다. 루피아화 가치가 잇따라 사상 최저치로 추락하는 것을 막아보려는 조치다.
페리 와리지요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브리핑에서 "중동 갈등으로 촉발된 글로벌 변동성 확대가 루피아화에 미치는 영향을 방어하고 통화 안정을 강화하기 위한 후속 조치"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올해와 내년 인플레이션 목표 범위인 1.5%~3.5%를 유지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경기 부양 필요성 등을 고려해 금리 인상을 자제해 왔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10월 이후 4.75%로 유지돼 왔다. 7개월만에 긴축으로 선회한 것은 무엇보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고유가 국면이 지속된 영향이 크다. 인도네시아는 현재 전체 원유 수입량의 약 20~25%를 중동산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국제유가가 치솟아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자 장기적으로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고 물가를 자극,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그간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비보조금 에너지 수입 비용을 끌어올려 결과적으로 국내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인도네시아는 올해만 100억달러의 외환보유고를 쏟아부으며 외환시장에 개입, 통화가치 하락을 방어해왔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이란 전쟁 개시 이후 첫달인 지난 3월에만 약 30억달러의 미 국채를 순매도했다. 수입물가가 높아지면서 자국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미 국채를 매도하고 자국 통화를 사들인 결과로 풀이된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팜유, 석탄, 합금 등 주요 수출품목을 통합관리하는 국영 기업 신설을 발표했다. 원자재 수출을 통제해 세수를 늘리고 이를 통해 재정 누수를 막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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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짙어지면서 각국의 긴축 신호도 확대되고 있다. 발빠른 호주중앙은행(RBA)은 올해 들어서만 세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호주 기준금리는 4.35%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 기록했던 최고 수준까지 높아졌다.
영국은 지난달 30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75%로 동결했지만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충격이 물가 상승을 가속할 경우 금리를 인상해야 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시장은 오는 6월 통화정책 결정을 앞둔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높게 점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