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항(內港)을 둘러싼 방어 네트가 열리자 검은 지느러미를 가진 포식자가 미끄러지듯 빠져나온다. 몇 분 뒤 열린 바다에 도달한 그것은 크게 숨을 내쉰 뒤 열대 수면 아래로 모습을 감춘다. 괌의 아프라항을 출항한 미 해군 애너폴리스 함은 바다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 중 하나로, 태평양의 지배권을 둘러싸고 중국, 러시아와 조용하지만 점점 격화되는 경쟁에 나서고 있다.
군함은 시끄럽다. 트럭처럼 굉음을 내며 움직인다. 그러나 핵추진 공격잠수함은 다르다. 테슬라 차량처럼 낮게 윙윙거릴 뿐이다. 수개월 동안 애너폴리스 함 승조원 145명(기자가 방문했을 당시 여성은 1명이었다)은 인공 조명과 재활용 공기로 가득한 초현실적 세계 속에서 살아간다. 외부와 거의 단절된 채, 창문 없는 우주선처럼 숨 막히는 암흑 속을 가로지르는 것이다. 핵추진 덕분에 항해를 제한하는 주요 요소는 연료도, 공기도, 담수도 아니다. 식량이다. 이 같은 공학의 경이로움은 그래서 과적된 캠핑카처럼 출항한다. 바나나는 배관에 매달려 있고, 땅콩버터 병은 좌석 쿠션 틈 사이에 쑤셔 넣어진다. 수심 깊은 바닷속에서 조리실은 매일 빵을 굽는다. 압축된 밀가루는 폭신한 롤빵으로 변한다.
24기압이 넘는 압력이 선체를 짓누르는 공간 안에서 승조원들을 살아 있게 유지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위업이다. 클린턴 에머리치 함장은 "바닷물 한 방울 한 방울이 매 순간 우리를 죽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잠수함은 공식적으로 수심 240m 이상까지 잠항할 수 있으며 시속 25노트 이상으로 항해할 수 있다. 실제 수치는 기밀이며 아마 훨씬 더 높을 가능성이 크다. 잠수함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마크-48 어뢰, 기뢰, 그리고 아마도 다른 무기들까지 탑재하고 있다. 이란과의 전쟁에서 미국 잠수함들은 지상 목표물을 향해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적 함정을 향해 어뢰를 발사해 이란 호위함 데나를 격침했다.
애너폴리스 같은 로스앤젤레스급 잠수함(34년째 운용 중)과 보다 최신형인 버지니아급 잠수함 등 괌에 배치된 공격형 잠수함들은 미국 잠수함 승조원들 사이에서 "창끝"으로 불린다. 향후 중국과 전쟁이 벌어질 경우, 이들은 가장 초기이자 가장 강력한 타격을 가하는 전력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이들의 임무는 적의 탄도미사일 잠수함 추적부터 정보 수집, 특수부대 침투 지원까지 다양하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임무는 억제력이다. 어느 날 갑자기 호주나 한국 근해에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다. 혹은 중국 군함 근처에 은밀하게 부상해 잠행 능력을 과시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여러 척이 동시에 여러 중국 함정들 근처에 나타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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