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인사이트]스타워즈에서 포켓몬·케이팝 데몬 헌터스까지, 레고 IP 협업 27년

레고는 1932년 창업 이후 67년 동안 외부 지식재산권(IP)을 쓰지 않았다. 레고의 세계관은 자체 브릭과 자체 상상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이 강했다. 창업자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 때부터 이어진 '전쟁 완구는 만들지 않는다'는 금기도 있었다. 그 두 가지 원칙을 한꺼번에 건드린 것이 1999년 스타워즈였다.
북미에서 라이선스 완구 시장이 커지는 것을 본 피터 에이오 당시 레고 아메리카 사장과 질 윌퍼트 브랜드매니저가 도입을 밀어붙였다. 내부 반대의 핵심은 스타워즈가 우주 전쟁물이라는 점이었다. 특히 독일 시장의 반발 가능성이 컸다. 추진팀은 스타워즈를 전쟁 완구가 아니라 선과 악의 판타지 모험으로 재규정해 설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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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적으로도 파격이었다. 1999년 5월 영화 개봉에 맞추려면 통상 2년이던 제품 개발 주기를 1년 남짓으로 줄여야 했다. 이 과정에서 레고 로고 옆에 외부 IP 로고를 함께 넣은 공동 브랜딩 박스가 처음 나왔고, 조립설명서에는 영화 스틸컷이 들어갔다. 레고는 1999년 2월 뉴욕 국제완구박람회에서 스타워즈 라인을 공개했고, 그해 13종을 출시했다.
스타워즈는 레고 IP 전략의 원형이 됐다. 공동 브랜딩, 영화 개봉과의 동기화, 커스텀 조형 허용, 어린이와 성인을 동시에 겨냥하는 세대 교차 소구가 이후 라이선스 제품의 표준이 됐다. 스타워즈 라인은 누적 2억 박스 이상 팔렸고, 계약은 애초 2008년 종료 예정이었으나 2011년, 2016년, 2022년에 연장됐고, 현재는 2032년까지 이어진다.

이후 확장은 빨랐다. 레고는 2001년 해리포터, 2006년 배트맨과 DC, 2008년 인디아나 존스를 들였다. 2012년에는 마블, 반지의 제왕, 마인크래프트가 한꺼번에 합류했다. 2020년에는 슈퍼마리오로 닌텐도와 손잡으며 게임 IP 축을 열었고, 2022년 4월에는 에픽게임즈와 장기 파트너십을 맺었다. 2023년 12월 출시된 레고 포트나이트에서는 실물 부품 수천 종의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 크리에이터에게 개방했다.
IP를 확보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초기에는 루카스필름, 워너브러더스, 디즈니 같은 권리자와 직접 협상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이후 팬 제안 플랫폼이 두 번째 경로가 됐다. 마인크래프트는 레고 아이디어의 전신인 쿠수(Cuusoo)에 올라온 제안에서 출발했다. 세 번째 경로는 공동 개발이다. 에픽게임즈와의 디지털 협업, F1 아카데미 후원이 여기에 해당한다.
최근 두드러지는 변화는 경쟁사로부터의 라이선스 이전이다. 포켓몬은 마텔 계열 메가가 보유하던 라이선스였지만, 계약 만료 이후 레고로 넘어왔다. 레고는 2025년 3월 포켓몬과 다년 파트너십을 발표했고, 2026년 2월 27일 포켓몬 30주년 개막일에 맞춰 첫 제품을 내놨다. 새 시장을 연 것이라기보다 경쟁사의 팬덤 일부를 흡수한 구조다.
F1은 또 다른 단계다. 레고는 2024년 9월 F1과 다년 파트너십을 맺고, 2025년 시즌 10개 팀 전체를 스피드 챔피언스, 시티, 듀플로, 테크닉, 수집형 미니피겨 등 여러 테마로 전개했다. 이어 2025년 11월에는 F1 아카데미와 별도 계약을 맺고 2026시즌부터 '레고 레이싱' 이름으로 실제 팀을 후원하기로 했다. 단순 라이선시에서 스포츠 생태계의 스폰서로 위치가 바뀐 것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한국 독자에게 가장 가까운 사례다. 레고와 넷플릭스의 협업 발표는 2026년 2월이었다. 첫 제품은 8월 1일 나왔고, 후속 제품은 2027년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원작은 공개 91일 만에 3억2500만뷰를 기록한 넷플릭스 최다 시청 영화다. 다만 레고가 이 팬덤을 독점하는 것은 아니다. 넷플릭스는 2025년 10월 21일 마텔과 해즈브로를 각각 글로벌 공동 마스터 완구 라이선시로 지정했고, 스핀마스터·펀코 등도 관련 제품을 내놨다.

레고가 외부 IP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닌자고는 2026년 15주년을 맞았고, 시티·테크닉·아이콘스·보태니컬·프렌즈는 여전히 주력 라인이다. 2025년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자체 라인이 스타워즈·해리포터와 나란히 올랐다. 라이선스 의존도를 100%로 만들지 않는 관리 자체가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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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스타워즈와 2026년 포켓몬·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레고는 자기 팬덤 안에서만 팔지 않는다. 이미 다른 곳에 형성된 팬덤을 브릭 세계로 끌어들인다. 스타워즈 팬, F1 팬, 포켓몬 트레이너, K팝 팬은 원래 레고 고객과 완전히 겹치지 않던 집단이었다. IP는 레고에 단순한 캐릭터 사용권이 아니다. 신규 고객을 통째로 데려오는 유통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