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조환익 수출보험공사 사장

대한민국 수출의 '보이지 않는' 큰손의 하나가 수출보험공사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무역흑자 250억달러 달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전체 수출의 20%가량이 공사의 지원을 통해 이뤄진다. 금액으로 연간 80조원 이상을 지원하는 세계 5대 수출신용기관이다.
수출보험공사는 최근 크게 변모하고 있다. 자원개발·플랜트금융은 물론 영화·해외광고펀드 등 다양한 신상품 개발을 검토하는 등 국민에게 한발짝 다가서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조환익 사장(57)이 있다. 취임 한달을 넘긴 그를 만나 수출보험공사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봤다.
―일반인들에게 수출보험공사는 아직 생소한데요.
▶수출을 한 후 문제가 발생해 대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보험금을 통해 손실을 보상하는 기관입니다. 업무영역이 다양한데도 '수출'이라는 전통적 업무에만 초점을 맞춰 대국민 친숙성이 떨어진 측면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봅니다.
―공사가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분야는.
▶고부가가치 사업인 '조선·플랜트산업'입니다. 특히 플랜트는 주된 보험료 수입원입니다. 올 4월부터는 해외플랜트와 선박수주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중장기수출보험(구매자신용)에 '표준 이상' 상품을 추가했습니다. 이 분야를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습니다.
―'중장기수출보험'은 어떤 제도입니까.
▶금융회사에 플랜트 등의 수출금융 미회수 위험을 담보해주는 겁니다. 발주처는 이를 통해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고 기업은 수주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최근 현대중공업이 34억달러 규모의 중동 최대 발전·담수설비 건설공사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마라피크 프로젝트를 수주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공사도 이 계약으로 250억원의 보험료 수입을 올렸습니다. 현재 중장기 수출보험 등 중장기성 종목의 인수비중이 공사 전체의 5% 수준이지만 보험료 수입은 전체의 약 50%에 해당합니다. 공사의 중장기적 재정자립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돼 좀 더 집중할 계획입니다.
―최근 '돈수출' 지원을 언급하셨습니다.
▶국내의 풍부한 달러 유동성을 해외 프로젝트 발주자에게 제공해 높은 투자수익을 거두고, 우리 기업의 수출 확대를 위한 금융도구로 활용하자는 겁니다. 현재 우리 수출산업은 선진국과 후발개도국에 낀 '넛크래커' 사이의 호두 신세가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차세대 먹을거리로 이제 '돈수출'에 눈을 돌려야 합니다. 돈수출은 상품수출을 능가하는 부가가치를 올리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1억달러짜리 선박 1척을 수출해 560만달러의 이익을 창출하지만 씨티·HSBC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현대중공업에 선박금융을 제공하고 여기서 10배의 이자수익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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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투자에 관심이 많으신데, 기존 공사 업무에 한계를 느끼신 겁니까.
▶할 수 있는데 그동안 가려졌던 점도 있습니다. 국민소득 5만달러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상품수출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국가 체계도 바뀔 것이고 우리도 빨리 그 트렌드를 좇아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수출입은행과 업무적으로 부딪치지는 않을까요.
▶수출입은행은 대출을 해주는 곳이며 '돈수출'은 하지 않습니다. '돈수출'은 구매자 신용에서 나옵니다. 우리는 위험을 떠안는 데 반해 은행은 위험을 피한다는 측면에서 기본적으로 업무영역이 다릅니다.
FTA 발맞춰 농수산물 수출보험 더욱 확대
영화펀드·해외광고보험 등 신상품도 선보일 것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 할 일이 많아질 것같습니다.
▶FTA가 속속 체결되면 아직 규모는 작지만 전자상거래가 더 활성화되고 무신용장부 수출도 증가하는 등 보험의 역할이 더 커질 겁니다. 농수산물은 가공수출을 해야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농민들은 환율도 잘 모르고, 집하 때와 수출 때 가격차이를 걱정합니다. 이를 위해 농수산물 수출보험을 더욱 확대할 계획입니다. '영화펀드보험'과 '해외광고보험'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영화펀드보험'과 '해외광고보험'은 이색적인데요.
▶영화 수출 후 손실이 발생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입니다. 우리 문화를 수출산업화하는 데 영화만큼 좋은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수출은 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할 예정입니다. 벌써부터 영화진흥공사 등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해외광고보험'은 해외시장에 광고를 한 후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보상하는 상품입니다. 이런 일을 하다보면 국민들 사이에서 공사의 이미지가 높아지고, 이를 토대로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십니까.
▶사람들을 많이 만납니다. '잡서'(책을 가리지 않는다는 의미)도 많이 읽습니다. 다양한 책들을 보면 상상력이 생기고 엉뚱한 발상도 나올 수 있습니다. 직원들에게도 고정관념을 깨고 엉뚱한 발상이라도 자꾸 하라고 합니다. 80%는 현실성이 없겠지만 10%든 20%든 받아들여지면 그 회사는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수출 호조 속에서도 중소기업은 어렵다고 합니다.
▶수출대금 미회수 위험을 보장하는 '단기수출보험'으로 배려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에 최대 15%의 보험료를 할인해주고 부보율도 100% 우대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현행 포괄보험 가입조건을 완화한 '준포괄보험제도'와 수출채권을 원활히 유동화할 수 있게 '수출채권유동화보험' 제도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선박·플랜트수출 등을 지원하는 중장기수출보험부문에서 수익을 올려 중소기업 지원사업에 활용해 수익성과 공익성을 동시에 추구할 계획입니다.
―자원개발에 대한 지원도 늘릴 생각이십니까.
▶지난해 11월부터 석유·가스 등 11대 전략광종 개발사업에 투자한 기업이 유가·환율변동 등으로 원금손실이 발생하면 손실액의 일부를 보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종잣돈이 더 있어야할 것같습니다. 부족하지만 공사에서라도 좀 더 추가해야 한다고 봅니다. 내년쯤 공사이름을 '무역투자진흥공사'(가칭)로 바꿀 계획입니다. 앞으로 수출뿐 아니라 이런 업무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최고경영자(CEO)로서 역점을 두고 계신 게 있다면.
▶CEO가 할 일은 직원들이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잘하도록 여건을 마련해주고, 생각하지 못하는 영역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무슨 아이디어든 가급적 긍정적으로 검토한 후 채택하려 합니다. 저는 전략적 방향 설정과 대외교섭에 주력하고, 다른 권한은 책임이사제 강화를 통해 하부로 이양해 조직원의 자율성을 확대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