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 대표 "EU, 굉장히 서두르고 있다"
"우리 측 양허안이 기대에 크게 못미쳐 아직 회원국에 공개도 못하고 비밀로 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한-EU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 나흘째인 19일 이같은 속내를 털어놨다.
일종의 협상 전략으로 판단되지만, EU 측 얘기는 이렇다. 한국과의 1차 협상이 끝난 뒤 양허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독일 등 각 회원국과 기업들의 많은 반발이 적지 않았다는 것.
그런데 1차 협상 때 약속한 대로 최종 타협 결과와 근접한 양허안을 만들기 위해 밀어붙였다는 얘기다. 따라서 기대에 크게 떨어지는 우리 측 양허안을 회원국에 공개할 경우 협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
김한수 우리측 수석대표는 EU가 개선된 양허안을 제출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말을 전하며 "EU가 굉장히 서두르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EU 측이 한국과의 FTA 타결을 서두르는 이유를 제시했다. 그는 "각 분야에서 미국과 경쟁하고 있는 유럽이 한·미 FTA로 자칫 잘못하면 미국에 한국시장을 선점당할 수 있다는 위기를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U가 한국과 미국의 FTA협상 타결에 큰 자극을 받았다는 것이다. EU는 이번 협상 기간 내내 우리측 개방안을 한미 FTA와 비교하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미 FTA를 이번 협상의 지렛대로 삼고 있는 셈이다.
EU는 협상 첫날인 16일 "미국과 EU가 경쟁하는 품목들이 있는 데 한국 측이 상품양허안에서 미국보다 매우 낮은 수준을 제시해 정치·경제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며 공세를 취했다.
EU가 추진하고 있는 다자간 협상이 지리멸렬하다는 점도 EU를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EU는 FTA와 같은 양자간 협상보다 도하개발아젠다(DDA)와 같은 다자간 협상을 선호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DDA 협상은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FTA를 통해 무역의 돌파구를 찾아 그동안 소원했던 아시아 국가들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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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측 개방 의지가 강하다는 점도 EU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고 김 대표는 분석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지층의 강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개방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한미 FTA를 밀어붙였다. 한달 가량 지나 곧바로 한-EU FTA가 시작됐다. 일각에서는 임기 내 한-EU FTA를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김 대표는 "갈등 유발 정도나 협상 분위기로는 한미 FTA보다 훨씬 더 건설적"이라고 이번 협상을 평가한 뒤 "EU가 굉장히 빨리 하려는 의지가 있어 국내적 합의를 거쳐 대응하면 희망대로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FTA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