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대가 그로스, 美국채 비관론에 명성 '흔들'

채권 대가 그로스, 美국채 비관론에 명성 '흔들'

권성희 기자
2011.06.07 12:06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권위 있는 채권 매니저 빌 그로스(67, 사진)의 명성이 흔들리고 있다. 그로스는 세계 최대의 채권펀드 운용사 핌코의 공동설립자이자 최고투자책임자(CIO)이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7일 미국 국채 가격이 급락할 것이란 그로스의 전망과 달리 오히려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그로스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로스는 지난 몇개월간 미국 국채 가격이 크게 고평가됐다며 국채수익률이 조만간 급등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로스는 미국 부채가 날로 늘어나 국채 발행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해왔다. 그럼에도 미국 국채 가격이 버티고 있는 것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차 양적완화를 통해 시장에서 국채를 매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FRB의 2차 양적완화가 이달말로 종료되면 국채시장의 주요 매수 주체가 사라지기 때문에 국채수익률이 급등(국채 가격 급락)하고 결과적으로 미국 정부의 이자 부담은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해왔다.

그로스는 이같은 견해를 매월초 공개하는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와 TV 인터뷰, 각종 콘퍼런스, 심지어 트위터를 통해 여러번 반복해서 이례적으로 강경하게 밝혀왔다.

그로스는 또 핌코의 대표 펀드이자 세계 최대의 채권 펀드인 2400억달러 규모의 토털 리턴 펀드가 지난 3월부터 미국 국채에 대해 마이너스 포지션(매도 포지션)을 취해왔다고 공개했다.

하지만 그로스가 미국 국채에 등을 돌리고 독일과 브라질 등 다른 국가의 국채에 관심을 쏟기 시작한 지난 3월 이후 시장 상황은 그로스의 전망과 반대로 움직였다.

그로스가 '버린 자식 취급한' 미국 국채는 큰 폭의 상승세를 지속하며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월말 3.72%에서 최근에는 3% 밑으로 하락했다. 그로스가 미국 국채 대신 선택한 다른 국가의 국채 가격도 오르긴 했지만 상승폭은, 특히 5월 들어 미국 국채에 크게 뒤졌다.

이에 따라 핌코의 토털 리턴 펀드에 돈을 맡긴 투자자들은 그로스가 미국 국채에 대해 완전하게 잘못 판단한 것인지, 아니면 미국 국채에 대한 비관론이 단지 너무 이른 것뿐이었는지 주목하고 있다.

그로스는 미국 국채를 보유하지 않았음에도 토털 리턴 펀드의 수익률이 경쟁 펀드에 비해 상당히 좋았다는 점을 들어 스스로를 변호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걱정이 높아졌던 지난달 토털 리턴 펀드는 최근 몇 년새 최악의 상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토털 리턴 펀드는 이자와 가격 변동을 감안한 수익률이 0.52%로 비슷한 채권 펀드들의 평균 수익률에 비해 거의 0.5%포인트나 낮았다. 이 결과 토털 리턴 펀드의 지난달 수익률은 경쟁 펀드 그룹 가운데 하위 10%로 떨어졌다.

펀드 수익률 조사회사인 모닝스타에 따르면 토털 리턴 펀드의 한달 수익률이 하위 10%로 추락하기는 지난 2003년 초 이후 이번이 5번째이며 지난해 11월 이후로는 처음이다.

게다가 최근들어 미국 국채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토털 리턴 펀드의 지난 3개월간 수익률과 올들어 수익률마저 낮아지고 있다. 지난 5월말까지 토털 리턴 펀드의 지난 3개월간 수익률은 상위 44% 안에 포함됐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지난 3개월간 수익률이 하위 40%로 떨어졌다. 토털 리턴 펀드의 올들어 수익률도 하위 50% 그룹으로 내려 앉았다.

물론 토털 리턴 펀드의 장기 수익률은 여전히 경쟁 펀드들을 크게 앞서고 있다. 토털 리턴 펀드의 지난 15년간 수익률은 상위 4%, 지난 10년간 수익률은 상위 7%에 포함된다. 그로스가 운용하는 기관투자가 전용 채권 펀드의 지난 15년간 수익률은 상위 1%에 들어간다.

과거 그로스의 전망은 너무 일렀을 뿐 시간이 지나면 옳았던 것으로 증명된 적이 많았다. 아울러 그는 금융위기를 능숙한 운용 솜씨로 헤쳐 나가며 명성을 높여왔다.

미국 국채에 대한 그로스의 비관론도 시간이 지나면 너무 이른 전망이었을 뿐 옳았던 것으로 증명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로스가 흔하지 않은 험난한 과정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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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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