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키맨]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대통령 부켈레

기업인 출신, 팔레스타인계 부모를 둔 30대 청년 시장,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만든 대통령….
중남미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을 수식하는 말들은 늘 파격적이었다. 하지만 그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것은 최근 발표된 90% 이상의 국정 지지율이다. 법정 통화로 지정한 비트코인 가격 급락과 미국발 관세 압박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기록적인 지지율을 유지하고, 미국의 관세를 0%로 낮춘 그의 비결은 뭘까.
엘살바도르 현지 여론조사와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부켈레는 국내에서는 마약 조직 소탕과 치안 개선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며 압도적 국정 지지율을 확보했다. 또 이런 치안·이민 정책 기조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밀착으로 이어지며 관세 인하라는 외교 성과로 연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켈레는 1981년생으로 광고·마케팅 사업을 운영하던 기업인 출신이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의 젊은 시장으로 주목받았다. 2019년 역대 최연소 38세의 나이로 대통령 자리에 오른 그는 2024년 6월에는 연임에 성공하며 장기 집권 기반을 다졌다.
현지 일간지 라프렌사라피카(LPG)의 여론조사업체 LPG다토스가 지난 4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켈레의 국정 지지율은 91.9%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여론조사에서 기록한 2025년 85.2%를 크게 웃도는 동시에 부켈레 집권 이후 2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또 엘살바도르 대통령 중 역대 가장 높은 지지율이다. 부켈레 지지율 최고치는 2020년의 92.5%다.

엘살바도르는 2021년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하며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비트코인의 큰 변동성을 지적하며 부켈레의 '비트코인 법정통화' 정책 실효성에 대한 비판과 우려를 제기한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은 6만달러까지 밀리며 한 달 새 20% 이상 하락하는 변동성을 보였다.
다만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국민 다수는 비트코인 변동성에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 법정통화 지정 이후에도 일상적인 거래에서 비트코인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 가상자산 전문매체인 크립토뉴스는 "엘살바도르에서 비트코인이 법정통화로 지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실사용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국민들의 관심은 비트코인보다 치안과 생활 안정에 집중돼 있다"고 전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변동성 지적에도 비트코인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전과 적극적인 홍보는 자제하고, 금 매입 등 자산관리 다변화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 외신은 "비트코인이 이제 부켈레의 상징적 정책으로 자리 잡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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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켈레의 기록적인 지지율 비결은 '치안 개선'에 있다. 과거 세계 최악의 살인율로 악명 높았던 엘살바도르는 부켈레의 강경한 치안 정책 이후 살인 사건이 급감하며 중남미의 안전한 국가 중 하나로 탈바꿈했다.
2019년 취임 당시 엘살바도르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 중 하나로 분류됐었다. 2018년 엘살바도르의 살인율은 인구 10만명당 53.1명에 달했다. 그러나 2022년 3월 갱단 폭력 사태로 부켈레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대적인 갱단 소탕 작전에 돌입했다. 그 결과 2025년 엘살바도르의 연간 살인 사건은 82건으로 집계됐다. 인구 10만명당 1.3명으로, 중남미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24년 연간 살인 건수는 114건(1.9명)이었다.
갱단 관련 체포 인원도 대규모다. 비상사태 이후 약 9만~9만4800명 규모의 갱단 용의자가 체포됐다. 부켈레의 이런 행보는 국제 인권단체의 우려를 낳았지만, 국내에서는 치안 개선 성과로 평가됐고, 이것이 높은 지지율로 이어졌다.
부켈레의 치안 정책 기조는 대외 관계에도 영향을 췄다. 부켈레는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와의 무역 협상을 통해 엘살바도르산 제품에 부과할 예정이었던 미국 관세를 10%에서 0%로 낮추는 성과를 얻었다. 전 세계가 트럼프 대통령의 고관세 압박에 긴장하는 상황에서 거둔 예외적인 승리다. 부켈레의 강력한 치안 정책이 트럼프 행정부의 마약·불법 이민자 퇴치 기조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부켈레는 트럼프 행정부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마약 조직 소탕과 불법 이민 단속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트럼프의 환심을 샀다. 자국 내 치안 강화가 결과적으로 미국으로 향하는 불법 이민자 수를 줄이는 효과로 이어졌고, 이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관세 면제'라는 실질적인 경제적 보상을 끌어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