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떠받치는 국가경제] ④

대한민국 경제가 계엄 충격과 관세 파고를 뚫고 사상 첫 '수출 7000억달러 시대'를 열기까지는 기업들의 역할이 컸다. 특히 슈퍼사이클을 맞은 반도체 기업의 압도적 활약이 있었다. 기업들이 낸 막대한 이익은 국세수입으로 환원되며 국가 재정 운용에도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18일 산업통상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2025년 우리나라의 연간 수출액은 전년 대비 3.8% 증가한 7097억 달러를 기록했다. 우리 수출 역사상 처음으로 7000억 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일등 공신은 단연 반도체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1734억달러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약 4분의 1(24.4%)이 반도체였던 셈이다. 반도체는 10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 흐름을 이어가며 역대 1위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역대 2위 기록인 2024년(1419억달러)보다 315억 달러 많다.
중심에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있다. 두 회사는 DDR5와 HBM(고대역폭메모리)을 앞세워 지난 한해에만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이 월 기준 5차례(6·8·9·11·12월)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는데 역할을 했다.
신기록 행진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달 수출액은 658억5000만달러로 역대 1월 기준 최고치를 찍었다. 반도체가 전년 동월 대비 103% 증가한 205억달러를 기록하며 수출 실적을 견인했다. 반도체 수출액은 2개월 연속 200억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10일까지 수출액(67억2900만달러)이 전년 동기 대비 137.6% 급증하며 초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활황은 D램 고정가격 상승 속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강세가 맞물린 결과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 성장률(1%) 중 반도체 수출 기여도는 0.9%p(포인트)에 달한다. 반도체 수출을 위해 관련 원자재 등을 수입해야 하는 특성상 성장 기여도를 단순 계산하긴 어렵지만, 그럼에도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 한국 경제 성장을 홀로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들의 실적 호조는 국가 재정의 선순환으로도 이어진다. 지난해 국세수입은 373조9000억원으로 전년(336조50000억원) 대비 37조4000억원 더 걷혔다.
법인세수가 1년 전보다 22조1000억원 늘어난 게 결정적이었다.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이 2023년 38조7000억원에서 2024년 106조2000억원으로 두 배 넘게 증가한 결과다. 법인세는 전년도 실적을 토대로 신고·납부하기 때문에 2024년의 고실적이 지난해 법인세수 급증으로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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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실적 개선은 소득세 증가로도 연결됐다. 지난해 상용근로자 수가 28만3000명 증가하고 1인당 월평균 임금이 31만원 오르면서 2025년 근로소득세는 1년 전보다 7조4000억원 더 걷혔다.
올해 정부 가계부 사정은 더 넉넉해질 전망이다. 마찬가지로 기업 덕분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가속화와 법인세율 1%p 인상 효과로 올해 법인세수가 더 큰 폭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 2025년 삼성전자는 전년 대비 33.2% 증가한 43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SK하이닉스는 이를 넘어 47조2000억원의 창사 이후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또 최근 국내 증시 활황과 증권거래세율 인상(0.15%→0.20%)이 맞물리며 증권거래세도 당초 전망보다 더 걷힐 가능성이 대두된다.
정부가 예상한 올해 국세수입 예산은 390조2000억원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10조원 이상의 초과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거듭된 부인에도 '벚꽃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