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졸업식 시즌 한산한 도서관은 옛말이 됐다. 학위수여식 당일 학사모를 쓰고 기념사진을 찍자마자 도서관으로 향하는 졸업생이 적지 않다. 매일 출석 도장을 찍듯 도서관을 드나드는 기졸업생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취업 문이 좁아지면서 학교를 떠나지 못한 청춘들이다.
20일 오전 학위수여식이 열린 서울 광진구의 한 사립대학교 캠퍼스. 꽃다발을 든 졸업생들은 학사모와 졸업 가운을 입고 가족·친구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방학 기간이라 한산했던 캠퍼스가 모처럼 북적였다.
그러나 학교 중앙도서관에는 졸업식을 누리지 못하는 청년들이 많았다. 취업 준비에 나선 졸업생과 기졸업자, 재학생들이 노트북을 켜거나 전공 서적을 펼친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졸업식에서 받은 꽃다발을 책상 옆에 내려놓고 취업 준비를 하는 졸업생도 보였다.
이날 미디어학과를 졸업한 정모씨(26)는 "지방에 계신 부모님이 올라오지 못하셔서 친구들과 사진만 찍고 곧바로 도서관에 왔다"며 "마케팅 직무 취업 준비를 하려고 자리를 잡았지만 아직 채용 공고가 많지 않아 마음이 답답하다"고 했다. 그는 "졸업식이지만 마음 편히 쉬기도 불안해 도서관을 찾았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졸업한 박모씨(25)도 이날 도서관에서 경제 관련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는 "구직 활동을 하며 1년을 흘려보냈다"며 "올해는 금융권 취업을 목표로 정하고 자격증 준비 등 관련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졸업식 날인데도 취업하지 못한 후배들을 보니 지난해 내가 떠올라 마음이 무겁다"고 덧붙였다.
달라질 졸업식 풍경은 취업난 때문이다. 최근 청년 고용 부진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11일 발표한 '2026년 1월 고용동향'을 보면 15~29세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만5000명 줄었다. 고용률도 43.6%로 전년 대비 1.2%포인트(P) 하락했다. 1월 기준 2021년(41.1%)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예비 졸업생 부동산학과 4학년 한모씨(25)는 "내년 졸업인데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 걱정이 크다"며 "졸업을 유예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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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투자 확대 대신 원가·인건비 절감 등 긴축에 나서면서 신규 채용이 줄고 경력 채용이 늘어난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코스피 5000 등 외형적 성장에도 내수 경기가 부진해 기업들이 고용에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또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실물경제와 고용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며 해외 기업 유치 확대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