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초크포인트] ④ 보스포루스·다르다넬스 해협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에서 '60일간 호르무즈 해협의 무료 통항'을 약속했지만 이란은 그 기간 이후 수수료를 부과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국제 해운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는 자연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수수료를 걷는 튀르키예의 다르다넬스·보스포루스 해협 사례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튀르키예의 수수료는 국제조약에 근거한 제도라는 점에서 이란의 일방적 움직임과는 엄연히 다르단 지적이다.
튀르키예 북서부에 위치한 보스포루스와 다르다넬스 해협은 흑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유일한 해상 통로다. 흑해에서 출발한 선박은 보스포루스 해협을 지나 마르마라해로 진입한 뒤 다시 다르다넬스 해협을 거쳐 지중해에 도달한다. 흑해 연안국인 러시아,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등이 세계 시장으로 나가려면 이 두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곡물과 원유 수출은 물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와 러시아의 해군력 균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전략 요충지로 꼽힌다.
두 해협은 튀르키예의 영해에 속하지만 1차 세계대전 패배로 튀르키예는 한때 이 해협에 대한 군사적 권리를 박탈당했다. 1930년대 들어 나치 독일의 재무장과 이탈리아의 군사 팽창으로 유럽 내 전운이 감돌았다. 튀르키예는 지정학적 요충지인 해협을 방어하고 국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군사적 주권을 돌려달라고 강대국들을 설득했다. 그 결과가 1936년 몽트뢰 협약이다.
이 협약은 튀르키예에게 해협 통제권을 부여하는 대신 평시 민간 선박의 자유로운 통항을 보장하도록 규정한다. 전쟁 중에는 튀르키예가 군함 통과를 제한할 수 있지만 상선의 항행 자유는 원칙적으로 보장된다.
튀르키예는 해협을 통제하는 대가로 보스포루스·다르다넬스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대해 검역·등대 운영·구조 대기 등 서비스 명목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2024년 보스포루스·다르다넬스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5만척이 넘고 튀르키예가 거둔 수수료 수입은 약 2억달러(약 3000억원)를 웃돌았다. 하지만 이는 국제조약에 근거한 서비스 수수료이며 통행세와는 성격이 다르다.
반면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법상 자유로운 통항권이 인정되는 국제 해협인 데다 특정 국가가 독점할 수 없는 구조다. 이란계 미국인 나데르 하비비 브랜다이스대 교수는 알자지라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오만 영해를 통과해 아랍에미리트(UAE)까지 이어진다"며 "걸프 국가들과 이란의 완전한 조율, 그리고 중국과 미국 등 주요 강국의 승인 없이는 비용 부과 체계가 나올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