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상담소라고?"…호주 청소년들이 먼저 찾는 이유

"여기가 상담소라고?"…호주 청소년들이 먼저 찾는 이유

시드니(호주)=민수정 기자
2026.07.01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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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클린 스쿨-자살 없는 학교 ④-1 기차역 앞 청소년 아지트 '헤드스페이스'

[편집자주] 머니투데이는 올해 마약, 도박, 자살 등이 없는 맑은 학교 만들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의 자살 사망률은 전세계적으로 높습니다. 청소년 자살 사망률도 최근 높아지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우울 증상을 호소해도 '사춘기'로 치부되면서 말할 곳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어떤 위기를 겪고 있는지 위기에서 구할 방법은 없는지 알아봤습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마운트 드루잇에 위치한 국립 청소년 정신건강 재단 '헤드스페이스(Headspace)' 마운트 드루잇 지점의 상담실 모습./사진=민수정 기자.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마운트 드루잇에 위치한 국립 청소년 정신건강 재단 '헤드스페이스(Headspace)' 마운트 드루잇 지점의 상담실 모습./사진=민수정 기자.

호주 시드니 서부의 마운트 드루잇 기차역에서 내려 걸어서 청소년 정신건강 지원기관 '헤드스페이스(Headspace)'까지 걸린 시간은 단 2분이다. 건물 안쪽이 아닌 역사를 빠져나가면 바로 앞에 초록색 '헤드스페이스' 간판이 보였다. 처음 찾는 청소년들도 길을 헤매지 않도록 접근성을 높였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유치원처럼 알록달록하게 장식한 접수처가 눈길을 끌었다. 아버지와 함께 상담을 받으러 온 10대 청소년도 긴장하기보다 편안한 모습으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헤드스페이스는 호주 정부가 2006년 설립한 국립 청소년 정신건강재단이다. 전국 175개 지역에서 12~25세 청소년·청년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10만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대면 서비스를 이용했다. 정신건강 상담은 물론 △신체·성 건강 △진로·취업 △알코올·약물 오남용 문제까지 한곳에서 지원한다.

가장 큰 특징은 '낮은 진입 장벽'이다. 청소년이 겪는 어려움의 크기를 따지기보다 일단 찾아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비용도 대부분 무료다. 각 지역의 지점은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내부 공간 역시 지역 청소년들의 의견을 반영해 편안한 분위기로 설계했다.

헤드스페이스 대변인은 "헤드스페이스는 공간 디자인부터 상담 서비스까지 청소년들의 참여를 통해 끊임없이 변화한다"며 "지역사회에 적합한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헤드스페이스 마운트 드루잇 지점에서 만난 알리 라흐만 국가 임상관리자는 "헤드스페이스는 '거절 없는 정책'(No Wrong Door Policy)을 따른다"며 "문을 열고 들어오는 어떤 청소년이든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 지원하지 못하면 적합한 서비스를 연결해 주는 방식으로 돕는다"고 덧붙였다.

청소년 정신건강 지원은 특정 시점이 아닌 전 과정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도 헤드스페이스가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부분이다. 라흐만은 "예방부터 사후관리까지 모든 단계에서 청소년을 위한 지원 공간이 필요하다"며 "헤드스페이스는 지역사회에서 자살 예방 교육도 진행하며 청소년들이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윤선정 디자인 기자.
/그래픽=윤선정 디자인 기자.

헤드스페이스는 청소년들이 가장 걱정하는 '비밀 보장'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을 걱정하다보면 충분히 얘기하지 않고 신뢰도 형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라흐만은 "도움이 필요해도 비밀이 새어나갈 우려 때문에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헤드스페이스를 찾은 청소년들에게 비밀 유지 원칙과 상담 기록이 향후 취업 등에 전혀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는 청소년 정신건강 우려에 대응해 지난해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SNS 이용 제한을 법제화한 국가다. 라흐만은 "SNS는 사이버폭력 위험을 높일 수 있지만, 일부 청소년에게는 중요한 소통 창구"라며 "특정 규제를 일방적으로 강요하기보다 청소년들을 논의 과정에 참여시키고 안전한 이용 방법을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5월28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마운트 드루잇에서 만난 호주 국립 청소년 정신건강재단 '헤드스페이스(Headspace)' 소속 국가 임상 관리자 알리 라흐만(Ali Rahman)./사진=민수정 기자.
지난 5월28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마운트 드루잇에서 만난 호주 국립 청소년 정신건강재단 '헤드스페이스(Headspace)' 소속 국가 임상 관리자 알리 라흐만(Ali Rahman)./사진=민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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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정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민수정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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