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K바이오 반격의 시간 (上)

국내 바이오산업은 올해 또 한 번 대기록에 도전한다. K-바이오는 지난해 처음으로 기술이전 거래 규모가 20조원을 넘었다. 올해는 그 이상을 넘본다. 올 하반기 성과에 따라 기술이전 거래 30조원 돌파도 꿈이 아니다. K-바이오의 다수 기업이 양질의 기술수출 거래를 성사하기 위해 지금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K-바이오의 활약은 기술이전 거래에 국한하지 않는다. 최근 국내 여러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신약 임상 연구 결과를 줄줄이 선보였다. 해외에서 보는 K-바이오의 위상도 이전과 달라졌다. 바이오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넘어 차세대 치료제 연구 플랫폼과 신약 후보물질 개발 영역에서 독자적인 기술 경쟁력을 갖춘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했다.
특히 올 하반기엔 K-바이오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만한 '빅이벤트'가 기다린다. 코오롱티슈진(97,400원 ▲2,100 +2.2%)의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TG-C'(옛 인보사)의 임상 3상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난다. 또 올해 상반기 최대 규모 기술이전(글로벌 판권) 거래에 성공한 아리바이오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AR1001'의 미국 임상 3상 결과 공개도 앞뒀다. 디앤디파마텍(92,500원 ▲14,800 +19.05%)의 MASH(대사이상관련지방간염) 치료제 'DD01'이 임상 2상에 성공한 데 이어 글로벌 대형 기술이전의 주인공으로 우뚝 설지도 관전 포인트다.
반면 K-바이오가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패권 다툼에 노출된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책이 다소 느긋한 게 아니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한 신약 개발 경쟁에서 정부의 지원책이 산업 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구현되지 못하고 있단 토로다. 특히 전임상과 초기 단계 임상에서 잠재력을 가진 신약 파이프라인이나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 벤처에 대한 자금 지원이 절실하단 목소리다.

올해 상반기 국내 제약 및 바이오 기업의 기술수출 거래 규모는 13조원에 육박했다. 알테오젠(373,000원 ▲29,500 +8.59%)과 큐라클(11,670원 ▲1,260 +12.1%), 오스코텍(38,650원 ▲3,500 +9.96%) 등 주요 바이오텍(바이오기술기업)뿐 아니라 전통 제약사인 한미약품도 힘을 보탰다. 특히 아리바이오는 최대 7조원 규모의 초대형 판권 거래로 토종 알츠하이머 신약 탄생 기대감을 높였다.
K-바이오의 릴레이 기술이전 성과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알테오젠과 에이비엘바이오(106,600원 ▲17,900 +20.18%), 리가켐바이오(162,900원 ▲20,000 +14%)처럼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은 신약 플랫폼 기업이 다수 등장하며 K-바이오의 기반을 다졌다. 이들은 각각 피하주사(SC) 제형 변경, 뇌혈관장벽(BBB) 투과,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에서 독자적인 기술 영역을 구축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도입 수요가 늘고 있는 차세대 신약 플랫폼인 만큼 추가적인 기술거래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단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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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오롱의 TG-C·아리바이오의 AR1001 성공할까
올 하반기 K-바이오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대형 이벤트가 줄줄이 등장한다. 우선 오는 7월 코오롱티슈진이 TG-C 미국 임상 3상 주요지표(톱라인)를 공개할 예정이다. TG-C가 국내 품목허가 취소란 아픔을 딛고 7년 만에 미국에서 부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일각에선 TG-C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으면 연간 매출액 10조원 이상을 기대할 만하단 분석도 나온다. TG-C의 미국 임상 3상 데이터에 따라 국내 바이오산업 전반에 훈풍이 불 수 있단 평가다.
이어 아리바이오가 이르면 오는 9월 AR1001의 글로벌 임상 3상 톱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근 1500명 이상 환자에 대한 투약을 완료했다. 지난 5월 7조원 규모 판권 거래에 성공하며 임상 3상 성공 기대감을 높였다. AR1001의 임상 3상이 성공하면 전 세계 최초 경구용(먹는)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우뚝 설 수 있다. 아리바이오는 AR1001을 앞세워 2030년 매출액 1조원 규모의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단 목표다.
디앤디파마텍의 DD01도 올 하반기 K-바이오가 주목하는 파이프라인으로 빼놓을 수 없다. 앞서 미국 임상 2상 조직생검 데이터로 효능을 입증하며 전 세계의 관심을 받았다. MASH는 다수 해외 기업이 치료제 개발에 실패한 질환으로, 시장 규모가 2032년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앤디파마텍이 DD01로 K-바이오의 역사에 남을 초대형 기술이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 "중국 바이오 굴기 무섭다…K-바이오 정부 지원책 속도가 핵심"
그동안 K-바이오가 자본시장의 신뢰를 잃은 배경으로 연속적인 사업화 성과의 부재가 꼽힌다. 일부 기업이 개별적으로 글로벌 기술수출에 성공하더라도 국내 바이오산업 전반의 신뢰를 회복하기엔 부족한 측면이 있단 평가다.
특히 신약 파이프라인의 전임상과 임상 1상 등 초기 단계의 연구를 맡을 바이오 스타트업의 생존력이 해외보다 떨어지는 점이 아쉽단 지적은 뼈아프다. 옆 나라 중국의 '바이오 굴기'에 따른 초고속 성장도 K-바이오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중국 바이오산업의 압도적인 성장과 사업화 성과를 보면 K-바이오와 격차가 갈수록 벌어질까 무섭다"며 "중국은 주로 PoC(개념검증)가 끝난 임상 단계의 파이프라인을 좋은 조건에 기술수출하는데,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이전의 허들이 높아진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K-바이오는 생태계 하단을 튼튼히 받쳐줄 바이오 벤처나 스타트업이 자금 문제로 성장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정부가 바이오 투자 펀드 등 육성 정책의 실행 속도를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국내 바이오 기업의 기술 거래를 보면 양뿐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도 수준이 한 단계 높아졌단 평가다. 특히 기술이전 계약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선급금(업프론트)의 규모가 이전보다 커졌다. 글로벌 빅파마(대형제약사)와 지분거래 등 협업의 방식이 다양해진 점도 눈에 띄는 변화다. 큐로셀(31,950원 ▲4,050 +14.52%)의 카티(CAR-T) 치료제가 국내에서 신약으로 품목허가를 획득하는 등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상반기 국내 제약 및 바이오 기업의 기술이전 6건 계약의 선급금 합계는 3115억원이다.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 기술이전 계약의 선급금 3283억원에 근접했다. 국내 제약 및 바이오산업의 기술이전 선급금 합계 최고 기록은 2023년의 4447억원이다. 올해 최고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상반기 6건의 기술이전 계약 선급금 평균 금액은 약 519억원이다. 전임상 단계의 큐라클(11,670원 ▲1,260 +12.1%)-맵틱스 계약을 제외하면 기술이전 선급금 평균 금액은 600억원에 육박한다. 기술이전 계약 한 건의 선급금 규모가 500억원, 더 나아가 1000억원을 넘는단 의미는 유동성에 목마른 K-바이오 전반에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실제 올해 한미약품(428,000원 ▲62,000 +16.94%)이 일라이릴리(이하 릴리)와 체결한 '소네페글루타이드' 기술이전 계약의 선급금은 1120억원, 아리바이오가 중국 푸싱제약과 체결한 치매치료제 'AR1001'의 기술이전 선급금은 900억원이다.
선급금은 앞으로 진행할 임상 연구의 성과와 관련 없이 기술이전 계약만으로 반환 의무 없이 확보할 수 있는 일종의 계약금이다. 선급금이 클수록 기술이전 상대방이 거래 대상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단 뜻이다. 무엇보다 다국적 빅파마(대형제약사) 스스로 상대적으로 큰 금액의 선급금을 주고 도입한 파이프라인은 임상 연구에 소홀할 수 없다.
최근 국내 바이오 기업과 글로벌 빅파마 간 지분 거래가 활발한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단순한 기술이전 거래를 넘어 다국적 빅파마와 협업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빅파마의 연구 역량뿐 아니라 글로벌 규제기관 대응 노하우(경험)를 배울 기회다.
지난해 에이비엘바이오(106,600원 ▲17,900 +20.18%)가 릴리의 지분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올해 녹십자(127,900원 ▲10,000 +8.48%)가 릴리에 미국 관계사 지분을 매각했다. 릴리는 전 세계를 주름잡는 비만치료제 '마운자로'를 개발한 글로벌 제약 시장의 최강자다. 이어 올릭스(167,200원 ▲32,600 +24.22%)는 글로벌 화장품 기업 로레알로부터 지분 투자를 받았다. 한국 바이오 기업의 기술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관심이 높아졌단 방증이다.
이미 해외에서 허가받은 토종 신약의 활약도 눈길을 끈다. 유한양행(73,800원 ▲7,400 +11.14%)의 폐암 치료제 '렉라자', SK바이오팜(91,100원 ▲8,200 +9.89%)의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는 전 세계 최대 제약 시장인 미국에서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존슨앤존슨(J&J)에 따르면,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2억5700만달러(약 39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82% 늘었다. 엑스코프리의 올해 1분기 미국 매출액은 19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4% 늘었다.
올해 국내 기업이 직접 품목허가까지 완료한 신약이 등장한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큐로셀의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치료제 '림카토'는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첫 키메릭항원수용체-T세포(CAR-T) 신약으로 품목허가를 받았다. 국산 42호 신약이다. 이어 퓨쳐켐(10,240원 ▲1,160 +12.78%)의 전립선암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프로스타뷰주사액'이 국산 43호 신약으로 허가받았다. 국내 바이오텍이 자체 기술로 직접 임상 개발을 완료하고 규제기관의 허가 절차까지 완료했단 점은 의미가 있다.
이동기 올릭스 대표는 "이제 국내 많은 바이오텍의 기술력이 글로벌 수준에 근접했기 때문에 다국적 빅파마와 좋은 파트너십이나 기술수출 결과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며 "K-바이오 전반적으로 5년, 10년 전과 비교하면 신약 플랫폼 및 파이프라인의 질이나 임상 데이터가 정말 많이 향상됐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또 "단순히 한두 회사가 대형 기술수출로 '잭팟'을 터트리는 것도 좋지만, K-바이오 생태계 전체가 수준이 높아졌단 메시지를 자본시장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바이오 기업의 약점으로 부족한 자금력과 연구개발 전문인력, 글로벌 임상 경험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우리 기업들이 최근 많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어 바이오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