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성숙공정 제품 공급가 3년 만에 인상
고수익제품에 생산역량 쏠려… 범용칩 공급난
스마트폰·PC도 원가부담 가중, 수요부진 우려

AI(인공지능) 인프라 확대가 메모리반도체와 첨단반도체를 넘어 성숙공정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급가도 끌어올린다. AI용 고수익제품에 생산역량이 집중되면서 스마트폰과 PC, 가전제품에 쓰이는 구형(범용) 칩 공급이 빠듯해져서다. 범용반도체 가격까지 오르면서 '칩플레이션'(칩+인플레이션)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14일 대만 경제일보 등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 1위인 대만 TSMC는 최근 일부 고객사에 성숙공정 공급가 인상계획을 통보했다. 인상폭은 고객사와 제품군에 따라 다르며 내년 1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TSMC가 성숙공정 제품가격을 올리는 것은 3년 만이다.
파운드리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공정 미세화 난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상용화된 지 오랜 기술을 성숙공정으로 분류한다. 첨단공정의 가격인상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구형기술로 분류되는 성숙공정의 가격인상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AI 인프라 투자확대에 따라 GPU(그래픽처리장치)와 HPC(고성능컴퓨팅)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산업용·자동차용 반도체 등 성숙공정 기반 제품까지 영향을 받는다는 분석이다. 앞서 삼성전자도 첨단공정 공급가를 인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관련업계에서는 가격상승 움직임이 잇따른다.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 4위 업체 UMC 역시 최근 고객사에 올해 하반기부터 웨이퍼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공지했다.
마이크로칩과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도 최근 고객사에 가격인상을 통보했다. 이들 기업은 전력관리칩과 센서, 자동차·통신·데이터센터용 반도체 등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국내에서도 DB하이텍의 경우 올해 1분기 0.13㎛(마이크로미터·130㎚)와 0.18㎛ 제품의 최저 판매가격이 지난해보다 각각 2.8배, 2.1배 상승했다.
반도체뿐 아니라 관련 부품가격도 오름세다. 삼성전기는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에서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의 ASP(평균판매가격)가 지난해보다 8.1% 상승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반도체 패키지 기판의 ASP도 14.4% 뛰었다. MLCC 시장 1위인 무라타도 최근 가격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AI 인프라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수익성이 높은 AI용 제품에 생산역량이 집중되고 그 여파로 기존 범용제품의 공급부족이 나타난다. AI 서버 한 대에는 GPU뿐 아니라 수백 개의 전력관리칩과 센서, 데이터 전송용 칩이 함께 탑재된다. AI 인프라 확산으로 이들 부품수요가 급증하면서 성숙공정까지 가격인상 압력이 번진다는 분석이다.
메모리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PC용 DDR4(8GB 기준)의 지난달 고정거래가격은 21달러로 1년 전보다 8배 이상 치솟았다.
칩과 부품 가격상승은 스마트폰과 PC 등 완제품 원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애플은 지난달 맥북 가격을 100~300달러, 아이패드 가격을 100~200달러 올렸다. 지난 가격인상에서는 아이폰이 제외됐지만 업계에서는 신제품 출시와 함께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와 각종 칩, 전자부품·소재 전반에서 가격상승이 나타나면서 스마트폰과 PC는 물론 가전제품 전반으로 원가부담이 확산한다"며 "가격인상에 따른 PC, 스마트폰의 수요부진도 나타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