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연간 수백조 원에 달하는 메가 투자를 단행하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기업이 거둔 '초과이익'을 사회적으로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은 자칫 산업 경쟁력을 꺾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학계의 쓴소리가 나왔다. 기업 내부의 이익 배분과 정부의 세수 분배는 명확히 선을 긋고 '차이니즈 월(영역 간 개입을 차단하는 벽)'을 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15일 산업통상부 주최로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AI 시대의 기업 투자와 노동의 미래' 토론회 발제를 통해 반도체 산업의 극단적인 변동성과 대규모 자본 지출 특성을 조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안 교수는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가 과거 규모의 경제를 넘어 파괴적 기술에 베팅하는 구조로 재편됐다고 진단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AI 관련 투자만 2026년 연간 7200억달러(약 10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전례 없는 속도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호황기에 거둔 초과이익은 향후 발생할 막대한 손실을 버티고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기 위한 필수적인 내부 자금이라고 규정하면서,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내부자금을 최대한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동성이 높은 업종 특성상 향후 수조원의 영업손실이 나더라도 멈춤 없이 설비투자를 이어가야 하므로 막대한 이익을 온전히 미래 투자 재원으로 비축해야 한다는 논리다.
특히 안 교수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반도체 공공재론과 사회적 지원에 따른 이익 공유 논리를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반도체는 비경합성, 비배제성 원칙에 어긋나므로 공공재가 아니다. 전기나 용수 등 인프라가 공공재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국가와 지역사회 지원은 인프라 지원이다. 이는 법인세 및 지방소득세 징수와 사용료로 이미 지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정 기업의 성공이 사회적 지원이 결합한 성과라며 재분배를 요구하는 주장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안 교수는 "홈플러스는 국가와 지역사회의 지원이 취약해서 파산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최근 초과이익 공유의 근거로 거론되는 미국 '칩스법'의 초과이익 환수 조치에 대해서도 본말이 전도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환수 조치는 납세자들의 돈으로 민간 기업에 현금 보조금을 직접 지원했기 때문에 도입된 것"이라며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은 보조금을 지급받지 않았기 때문에 이 사례를 사후적으로 예로 드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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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교수는 시장기반 분배 시스템을 인위적으로 흔드는 것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표했다. 소득 재분배나 수직적 공평성이 목적이라면 응능주의(능력에 맞게 세금을 부담하는 것) 원칙에 따라 법인세 상한률을 조정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것이다. 실체가 불분명한 잣대로 교섭력 기반 분배를 강요하면 기업의 혁신 역량만 취약해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초과이익의 분배 문제는 기업이, 초과세수의 분배 문제는 정부가 담당해 명확히 이원화하고 서로 침범할 수 없도록 차이니즈월을 쳐야 한다"며 "과도한 보상 요구는 주주들의 투자를 위축시켜 결국 산업 전체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