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준환의 미국 스몰캡(31)]희토류 광산으로 출발해 미국 국방부 투자자산이 되기까지(MP머티리얼즈 1/2)

현대 산업의 생산 밸류체인은 복잡하게 얽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체제가 만들어진 지 오래다. 초소형 나사 하나만 공급이 막혀도 제품 생산라인 전체가 멈추곤 한다. 반도체 장비가 없으면 반도체를 만들 수 없지만, 역설적으로 반도체를 받지 못하면 장비도 만들지 못한다. 주요 기업들이 같은 부품을 여러 곳에서 동시에 공급받는 다채널 조달 시스템을 운영하는 이유다.
하지만 아무리 채널을 늘려도 공급처가 사실상 한 곳뿐인 품목들이 있다. 중국이 글로벌 수급을 조율하는 희토류가 대표적이다.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각국이 희토류 광산 확보와 대체자원 개발에 열을 올리는 배경이다.
희토류 영구자석도 이런 품목 중 하나다. 네오디뮴(Nd)·철(Fe)·붕소(B) 합금을 구워 만든 네오디뮴 자석(NdFeB)이 대표 제품이다. 냉장고에 붙이는 일반 페라이트 자석보다 자력이 10배 이상 강하고, 한번 자석이 되면 힘을 거의 잃지 않는다. 자석이 강하면 같은 힘을 내는 모터를 훨씬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다. 전기차 구동모터와 로봇 관절, 풍력터빈, 미사일 유도장치, 전투기 조종면 구동장치에 이 자석이 필수인 이유다.
일반 자석을 쓰면 모터가 커지고 무거워져 요구 성능이 나오지 않는다. F-35 전투기 한 대에는 약 400㎏,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한 척에는 4톤이 넘는 희토류 소재가 들어간다. 시장도 빠르게 커진다. 글로벌 투자정보업체 원리포트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영구자석 시장은 2026년 39조원(280억달러, 환율 1400원 기준)에서 2033년 66조원(474억달러)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6.8%씩 크는데 이 가운데 71%가 희토류 자석이다. AI 데이터센터 냉각팬부터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새 수요처가 줄줄이 열리고 있다.
문제는 공급이다. 희토류 광석 자체는 미국, 호주, 베트남 등에서도 나온다. 그러나 광석에서 산화물을 분리·정제하는 공정의 약 70%, 이를 완성 자석으로 만드는 공정의 약 90%를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광석을 캐도 중국에 보내 가공하지 않으면 자석을 손에 쥘 수 없다는 뜻이다.
중국은 2010년 센카쿠 열도 분쟁 때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끊어 일본 제조업을 공황에 빠뜨렸고, 2025년에는 중(重)희토류 수출통제를 단행했다. 올해 6월에는 미국 희토류 기업들을 수출통제 리스트에 올리며 무기화 수위를 다시 높였다. 각국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일본은 2010년 사태 이후 호주 라이너스에 자금을 대며 공급선을 다변화했고 희토류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미국은 국방물자생산법(DPA)까지 동원해 자국 생산을 지원하고 폐자석 재활용에도 투자했다. 그러나 광산부터 정제, 금속화, 자석 생산까지 전 공정을 중국 밖에서 일관되게 갖춘 곳은 아직 드물다. 이 가운데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꼽히는 회사가 미국 MP머티리얼즈(M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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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머티리얼즈는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의 마운틴패스 광산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에서 상업 가동 중인 유일한 희토류 광산으로, 광석의 희토류 함량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회사는 여기서 캔 광석을 자체 정제해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 산화물(NdPr)을 뽑아내고, 텍사스 포트워스의 '인디펜던스' 공장에서 금속과 완성 자석까지 만든다. 자석까지 수직계열화다. 미국에서 이 전 과정을 소화하는 회사는 MP가 유일하다.
제품은 가공 단계에 따라 크게 네 가지다. 광석을 빻아 농축한 희토류 정광(concentrate), 정광을 분리·정제한 NdPr 산화물, 이를 녹여 만든 금속·합금(자석 전 단계 소재), 그리고 최종 완성품인 NdFeB 영구자석이다. 뒤로 갈수록 부가가치가 높다. 사업부문도 이에 맞춰 소재와 자석 둘로 나뉜다. 2025년 매출은 소재 부문이 2250억원(1억6040만달러), 자석 부문이 940억원(6690만달러)으로 비중은 약 7대 3이다.
자석 부문 매출은 2024년까지 '제로'였다가 지난해 처음 잡혔다. 회사의 무게중심이 광산업에서 부품 제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증거다.
거래처의 얼굴도 완전히 바뀌었다. 상장 초기에는 정광 대부분을 중국 성허자원에 팔았다. 이때 까지는 그냥 원료 수출상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미·중 관세 충돌 속에 2025년 7월 중국향 정광 판매를 전면 중단했고, 지금의 주력 고객은 △GM(자동차용 자석, 선수금 1400억원·1억달러 포함 장기공급계약) △애플(재활용 자석) △미국 국방부 등으로 변했다.
기술적인 발전도 착실히 나가고 있다. 2023년 산화물 분리·정제 설비를 가동했고, 2025년 1월 미국 땅에서 처음으로 NdPr 금속을 뽑아냈다. 같은 해 12월에는 네오디뮴 자석 양산에 들어갔다. 중국산 대비 생산단가가 높다는 약점은 있다. 수십 년간 규모의 경제를 쌓은 중국과 이제 막 공장을 돌리기 시작한 MP의 격차가 분명하다.
이를 눈여겨 본 미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큰 결정을 내린다. 정부가 직접 MP의 지분에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7월 미 국방부는 5600억원(4억달러) 규모의 전환우선주를 사들이며 MP의 최대주주(지분 약 15%)로 올라섰다. 정부가 민간 소재기업의 최대주주가 되는 전례 없는 조치였다. 여기에 핵심 원료인 NdPr 가격을 10년간 ㎏당 15만4000원(110달러)으로 보장하는 '가격 하한'을 걸었고, 2028년 가동 목표인 제2 자석공장(10X)에서 나올 물량 전량을 10년간 사주기로 약정했다.
중국의 덤핑공세로 MP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안전판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정부가 나서자 JP모간과 골드만삭스도 1조4000억원(10억달러) 규모의 공장 건설자금을 대기로 했다.

MP의 성장에는 아픔이 있다. 마운틴패스 광산의 전 주인 몰리코프는 2010년 희토류 광풍 때 몸집을 불렸다가 가격 폭락을 못 견디고 2015년 2조4000억원(17억달러) 빚더미 속에 파산했다. 월가에서도 "희토류는 끝난 테마"라는 평가가 나온 시점이었다. 그 때 등장한 것이 시카고의 헤지펀드 매니저 제임스 리틴스키다. 그는 희토류가 다시 부상하는 시기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몰리코프의 부실채권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그는 2017년 파산 경매에서 이 광산을 단돈 287억원(2050만달러)에 인수했고, 2020년 스팩(SPAC) 합병으로 회사를 뉴욕증시에 올렸다. 공모가 1만4000원(10달러)이었던 주가는 현재 6만3000원(45달러) 안팎이다. 폐광 인수 8년 만에 시가총액 12조3000억원(88억달러)짜리 국가 전략기업이 된 셈이다. 물론 MP가 성장대로만 달린 건 아니다.
MP의 매출은 2021년 4650억원(3억3200만달러)에서 희토류 가격이 치솟은 2022년 7390억원(5억2800만달러)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때는 순이익도 4050억원(2억8900만달러)에 달하는 알짜 회사였다. 그러나 NdPr 가격이 급락하자 매출은 2023년 3550억원(2억5300만달러), 2024년 2850억원(2억400만달러)으로 반토막 났고 손익도 적자로 돌아섰다.
2025년은 변곡점이었다. 미중관계가 악화되면서 MP는 중국에 정광수출을 중단했다. 그랬는데도 매출이 3140억원(2억2400만달러)으로 전년보다 10% 늘었다. 처음 잡힌 자석 부문 매출 940억원이 빈자리를 메웠다. 영업 현금창출력을 보여주는 조정 EBITDA도 160억원(1140만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공장 증설비용이 쏟아지면서 회계상 순손실이 1200억원(8590만달러)으로 전년(920억원, 6540만달러)보다 커졌지만 긍정적인 변화였다.

올해 들어서는 그 성장통이 걷히는 조짐이 뚜렷하다. 1분기 매출은 1268억원(9060만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늘었다. NdPr 생산량은 917톤으로 63%, 판매량은 1006톤으로 117% 급증했다. 조정 EBITDA는 512억원(3660만달러)으로 불어났다. 특히 실적에는 '가격보호협정 수익' 592억원(4230만달러)이 잡혔는데, 국방부가 보장한 ㎏당 15만4000원(110달러) 하한이 벌써 현금으로 흘러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재무제표에는 현금성 자산 2조4360억원(17억4000만달러)이 쌓여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애플이 7000억원(5억달러) 규모의 재활용 자석 공급계약을 맺으며 민간 수요까지 붙었다. 투자자들에게도 좋은 소식이 생겼다. 올해 6월 중국이 MP를 수출통제 리스트에 올리는 악재가 터졌는데 주가는 되레 급등했다. 중국이 콕 집어 견제했다는 사실 자체가 MP의 존재감을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가 월가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주요 주주로 참여한 지원군이라는 점이 크다.
MP의 경쟁사는 중국 외에도 있다. 특히 호주 라이너스는 분리·정제된 NdPr 산화물 기준으로 최근 회계연도에 약 6600톤을 생산,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1위다. MP는 2025년 2599톤(전년 대비 2배)으로 2위지만, 올해 1분기 생산 속도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3700톤까지 따라붙었다. 다만 라이너스는 채굴과 정제는 하지만 자석은 만들지 않는다. 채굴부터 완성 자석까지 한 나라 안에서 잇는 곳은 서방을 통틀어 MP뿐이다.
점유율로 보면 마운틴패스는 2025년 정광 기준 5만692톤(희토류 산화물 환산)을 캐냈다. 세계 광산 생산량(약 39만톤)의 13% 안팎(AI추산)으로, 단일 광산으로는 세계 최대급이다. 미국 내 희토류 채굴로 좁히면 사실상 점유율 100%다. 반면 중국은 세계 광산 생산의 약 69%를 차지하고, 정제·자석 공정 점유율은 그보다 훨씬 높다. 후발주자로는 브라질 광산을 인수하며 오클라호마에 자석공장을 지은 USA레어어스, 유타에서 모나자이트를 처리하는 에너지퓨얼스, 호주 아라푸라 등이 있지만 양산 규모에서는 아직 MP·라이너스와 격차가 크다.
월가의 시각은 우호적이다. 주요 애널리스트들 모두가 강력매수, 매수의견을 내고 있다. 현재 제시된 목표주가 평균은 11만1000원(79.22달러)으로 현 주가 6만3000원(45.24달러, 7월17일 기준) 대비 75%가량 상승 여력을 본다. 목표가 범위는 8만5000원(61달러)에서 14만원(100달러)까지다. 실적 전망도 가파르다. 컨센서스 기준 올해 매출은 6300억원(4억5000만달러)으로 63% 늘고, 내년에는 1조1100억원(7억9500만달러)으로 다시 77%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10X 공장이 돌기도 전에 자석 램프업만으로 매출이 3년 새 3배가 되는 경로다.
다만 경계론도 만만치 않다. 최근 골드만삭스가 목표가를 11만2000원(80달러)에서 9만8000원(70달러)으로, 도이체방크가 9만8000원(70달러)에서 8만5000원(61달러)으로 낮춘 데서 보듯, 시가총액 12조3000억원은 지난해 매출의 40배 수준(AI추산)으로 미래 기대가 상당 부분 선반영돼 있다. 여기에 회계상 적자가 이어지는 점, 중국이 통제를 풀고 저가 물량을 쏟아내면 국산화 프리미엄이 꺼질 수 있다는 점이 거론된다. 전방산업 수요는 논쟁의 여지가 적다. 전기차와 풍력이 깔아둔 수요 위에 휴머노이드 로봇, 방산 드론, AI 데이터센터라는 새 엔진이 얹히는 국면이다.
이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자석 매출이 본격화되는 시점은 10X 공장이 돌아가는 2028년 이후다. 부지는 텍사스 노스레이크로 확정됐고 텍사스주 인센티브 2800억원(2억달러)을 받았다. 가동되면 미국 내 자석 생산능력은 연 1만톤으로 뛴다. 그때까지는 산화물·금속 판매와 정부 보조 성격의 수익이 실적을 떠받친다.
회계상으로도 아직 순손실(1분기 GAAP 기준 112억원, 800만달러)이다. 국방부 전환우선주 전환가는 주당 4만2000원(30.03달러) 수준이다. ㎏당 15만4000원(110달러) 하한은 정책이 바뀌면 흔들릴 수 있는 안전판이고, 반대로 중국이 통제를 풀고 저가 물량을 쏟아내면 민간 시장 채산성이 압박받는다. 시가총액 12조3000억원에는 이런 미래 기대가 상당 부분 선반영돼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중기적으로 시장이 주목하는 이벤트는 중(重)희토류다. 내열성 자석에 꼭 필요한 디스프로슘·터븀은 중국 밖에서는 라이너스 정도만 분리해내고 있는데 MP는 국방부 대출 2100억원(1억5000만달러)을 받아 마운틴패스에 중희토류 분리 설비를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 애플과 함께하는 폐자석 재활용도 주목된다. 광산 없이 원료를 확보하는 미국 첫 상업 규모 시도다. GM에 납품할 자동차용 소결 자석도 시험 생산을 거쳐 양산 단계에 들어섰다.
한국도 남 얘기가 아니다. 영구자석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는 처지라, 중국의 움직임에 전기차·로봇·방산 라인이 함께 긴장한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그룹 계열 현대비앤지스틸이 지분 18.7%를 보유한 성림첨단산업이 유일하게 네오디뮴 자석을 양산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 5월 미국 리엘리먼트테크놀로지스와 총 2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첫 희토류 분리·정제-영구자석 통합 생산단지(1단계 연 3000톤)를 짓는 합작 협약을 맺었다. LS에코에너지는 호주 라이너스의 산화물을 받아 희토류 금속으로 가공하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