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종원 한예종 총장 "장애 학생들에게 더욱 문호 개방"
평범해 보이는 한 남학생이 그랜드피아노 앞에 앉아 자신의 손수건으로 건반을 쓸어낸다. 잠시 숨을 고르더니 '쇼팽 발라드 2번'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여리고 부드러운 도입부를 거쳐 폭풍 같은 에너지로 강렬한 선율을 자아낸다.
이토록 애잔하고 묵직한 쇼팽이 또 있을까. 남다른 집중력의 섬세한 터치가 극장 가득 울리자 듣는 이들의 가슴마저 아려온다.
지난 24일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석관동 캠퍼스 예술소극장에서 열린 '특수교육대상자 입시설명회'에서 선보인 재학생 특별공연 현장이다. 연주자는 음악원 기악과(피아노 전공) 1학년에 재학 중인 노영서씨(19)다. 그는 시각장애 3급이지만 한예종에 일반전형으로 입학했고, 연주를 통해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장애학생들과 그의 부모들에게 깊은 감동과 희망을 선물했다.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은 장애 때문에 대학 진학에 어려움을 겪었던 예술 인재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열어주기 위해 한예종이 2012학년도 입시부터 마련한 것으로 내년에도 정원 외 최대 11명까지 선발할 계획이다.

"한예종의 교육은 크게 두 가지 축 '최고의 전문예술가 교육'과 '세상에 기여하는 예술가 교육'을 표방합니다. 예술이 우리 사회에 더 폭넓은 의미로 쓰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특별전형을 마련한 것이죠. 장애학생에게 학교 문을 활짝 열어주는 일은 처음엔 어렵고 불편한 일이 따르지만 국립예술대학으로서 꼭 해야 되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입시설명회를 마치고 석관동 캠퍼스에서 만난 박종원 총장(53)은 "장애학생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실은 일반 학생들이 장애학생들의 의지와 노력을 보면서 더 좋은 영향을 받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비전으로 제시한 '문화융성'에 대해서도 "결국 선입견으로 생긴 수많은 구분과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자양분을 주면서 문화와 예술로 사회전반을 튼튼하게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우리사회는 예술을 하는 예술가와 향유하는 수용자, 때와 장소가 모두 나눠져 있는데 이런 구분부터 허물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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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총장은 '관계'와 '소통'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나누고 주고받으면서 결국은 사회에서 자신의 역량이 커지는 것이라고 했다. 서로간의 '차이'를 인정하되 '차별'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예술가들이 진정으로 세상을 이끌고 사회에 기여하는 예술가라고 강조했다.
"지금은 '관계'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입니다. 같이 사는 세상을 누가 열겠습니까? 다수가 소수에게 길을 열어주고 문을 열어줘야 하는데, 이때 소수가 들어오게만 하는 것이 아니고 내가 나가기도 해야 합니다. 학교는 세상을 드나드는 가치를 가르쳐주는 문이 되어야겠지요. 장애를 가진 학생들도 더 편안하고 자신 있게 문을 두드려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