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절에서 읽는 '채움'과 '비움'의 어울림

옛 절에서 읽는 '채움'과 '비움'의 어울림

이언주 기자
2013.11.22 16:35

[Book]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과 싶은 곳'

번잡한 마음을 비워내고 싶을 때, 우리는 자연을 찾게 된다. 템플스테이가 인기 있는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당장 여행을 떠날 수 없다면 우선 이 책 한권이 마음의 위안이 될지도 모른다. 건축학자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인 김봉렬 교수의 글과 불교 사진의 대가인 고(故) 관조 스님의 사진이 어우러진 우리 옛절 답사기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2'이다.

이번 책에는 전작에 실리지 않은 절집과 금강산 보덕암, 만폭동의 사암들까지 모두 21곳을 소개하고 있다. 널리 알려진 미황사, 법주사, 선운사뿐만 아니라 영주 성혈사 나한전, 청양 장곡사처럼 건축적 가치가 뛰어난 절집을 다양하게 소개했다. 김 교수의 간결하고 솔직한 문장 속에는 사찰에 담긴 문화적·역사적 의미까지 촘촘하게 깃들여져 있다.

그는 "절집은 채움과 비움이 조화된 건축물"이라고 말한다. 허(虛)한 곳은 보완하고 군더더기는 덜어내며 자연과의 조화를 가장 중요시하는 옛 절집의 건축정신이야말로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니겠냐고 묻는다.

사찰 건축에 대한 저자의 담담하면서도 수려한 문장과 스님의 강렬하면서도 절절한 사진을 넘기다보면 어느새 가볍고 편안해진 내 마음의 풍경을 발견하게 된다. 구불구불한 산길로 이루어진 진입로와 오랜 시간 불심으로 세워진 건축물의 모습을 보며 옛 가람의 정신과 숨은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은 "선가의 건축 역시 없음 또는 비움과 관계가 깊다"며 "표현적 욕망으로 가득한 장식과 기교를 버린 건축이 선의 건축과 통하리라"고 했다. 비울수록 채워지고 채울수록 비워내야 하는 어렵고도 간단한 진리를 우리의 절집 건축을 통해 배우게 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잔잔한 풍경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이 책은 그저 차나 한잔 하고 가라며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듯하다.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과 싶은 곳2=김봉렬 지음. 관조 스님 사진. 컬처그라퍼 펴냄. 284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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