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바람의 작가' 강요배 소묘: 1985-2014'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는 꽃과 나무의 찰나를 어쩜 이렇게 담담하고도 정직하게 그려냈을까. 주어진 삶을 오롯이 받아들인 채 묵묵히 살아가는 올곧은 인생 같기도 하다. 돌하르방은 또 어떠한가. 종이에 콘테로 쓱쓱 그리고 문지른 것들 속에 무심한 듯 섬세함이 살아있다. 표정도 각양각색, 혼잣말을 하며 그렸을 화가의 심상이 엿보이기도 한다.
제주 출신 '빛과 바람의 작가' 강요배(62)가 제주의 풍광을 담은 작품을 가지고 서울에 왔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 19일 개막한 '강요배 소묘: 1985-2014'전시를 통해 아크릴 4점과 소묘 53점을 선보인다. 작가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30년에 걸친 작품을 통해 강 작가의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다.
흔히 유화를 비롯한 다른 캔버스 작업을 하기 위한 기초 단계로 여겨졌던 드로잉이 최근 하나의 독립된 회화로 주목받고 있다. 순수하고 직접적인 표현방식으로 여백과 함께 손맛을 살린 소묘 작품을 좋아하는 미술애호가들도 적지 않다.
강 작가의 드로잉은 의미를 부여하고 재해석하는 조형적 변주 없이 대상 자체를 정직하게 그려낸다. 그런 리얼리즘은 오히려 관람객들이 내면의 의미를 스스로 읽어내도록 이끈다. 꾸밈이 없는 선과 명암으로 그린 돌하르방은 대상에 충실하며 성실함을 좇아간 순수한 아이들의 그림 같기도 하다.
그는 80년대 대표 민중미술작가로, 1990년대 들어서는 제주 4.3항쟁의 역사를 끌어안으며 아픈 역사를 간직한 제주의 풍경을 그리기 시작했다. 98년에는 금강산과 평양지역 문화유적의 답사를 다녀오기도 했다. 제주의 역사와 자연, 바람과 꽃을 그리던 그가 금강산의 물과 돌을 만나 분단의 아픔을 화폭에 담아냈다.

강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일은 한 비평가의 비유대로 아직은 모호한 어떤 마음을 낚는 일인지 모른다"며 "그림은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고 했다.
특히 '소묘'에 대해서는 소위 '그림 맛'이 살아있다고 설명했다. "그림은 한 번에 가는 맛, 몸으로 하는 맛이 있어야 합니다. 다른 도구가 너무 많이 개입하면 그리는 맛이 없고 본질에서도 멀어지게 됩니다."
정직하고 담백한 작가의 손맛을 통해 제주의 자연을 느껴보면 어떨까.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반겨주는 익살스러운 돌하르방들의 표정만 봐도 제주의 바람이 불어오는 듯 하다. 전시는 다음달 30일까지며 관람은 무료다. 문의 (02)720~1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