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대 시인의 특별한 문인화] 새싹에서 시작된 우주

[김주대 시인의 특별한 문인화] 새싹에서 시작된 우주

김주대 시인문인화가
2014.03.07 07:40

<9>'화엄경'

[편집자주] "나는 세상의 풍경을 읽는 자가 아니라 풍경 속의 일부가 되어 풍경과 나란히 걷고 있는 자이다."(김주대 시인) 세상의 변화를 감지하는 얇디 얇은 울림판 같은 몸을 가진 그는 모든 존재를 의미 있는 기호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그는 풍경 속에서, 거대하게는 우주의 근원에서 솟구쳐 오르는 어떤 징후를 감지하고 광인처럼 소리치는 사람이다. 생의 우연한 순간에 마주친 모든 존재가 그에게 가서 그림이 되고 시가 된다. 그의 문인화가 특별한 이유이다.

'위대한 것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에 있다', '인간의 지적 능력으로는 도저히 짐작할 수 없다는 우주의 거대한 비밀도 알고 보면 작고 하찮은 것을 통해 드러난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다. 우주니 뭐니 하여 멀리 갈 것도 없이 사람 사이의 관계도 아름답고 소중할수록 사소하게 실현되지 않던가. 이웃과 나누어 먹는 밥 한 그릇, 물 한 모금의 위대한 사랑.

화엄경은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가장 훌륭하게 드러낸 작품으로 간주되는 방대한 분량의 대승불교 경전이다. 그리고 '화엄'이란 말은 여러 가지 수행을 하고 만덕을 쌓아 덕과를 장엄하게 하는 일을 이른다. 그런 장엄한 화엄의 세계를 작디작은 새싹에 비유한다는 것은 겁 없이 소박한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봄이면 약속이나 한 듯이 피어나서 삭막한 도시의 콘크리트 틈을, 더러운 진흙구덩이를, 폐가의 무너진 담장을 온통 연푸른빛으로 단장하는 작디작은 풀의 싹들을 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데 어쩌랴.

우주를 관통하는 어떤 거대한 물리적 힘이 있다. 우주의 바닥에서 한결같이 흐르는 그 힘을 음악이라고 말하고 싶다. 음악에서 음표 하나가 튀어나오듯,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기의 입에서 최초로 ‘엄마’라는 말이 튀어나오듯 솟아난 봄날의 새싹들. 너무 멀리서 와서 한없이 작아진 연푸른 새싹의 곱고 푸른 말에 귀 기울여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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