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모다페2014' 폐막작 연출 이스라엘 키부츠현대무용단 예술감독 라미 베에르

부드러운 선의 미학을 잃지 않는 섬세함, 원시부족의 의식을 연상케하는 본능의 꿈틀거림.
국제현대무용제 ‘모다페 2014’(MODAFE, 23~31일) 폐막식에 올려진 작품 ‘If At All·만에 하나라도’는 보는 이의 ‘감성’이 아닌 ‘본능’을 건드린다.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이미 그 명성을 인정받은 이스라엘의 키부츠현대무용단이 국내 폐막식에서 선보이는 이 작품은 현대 무용의 예술적 진화가 어디까지인지를 확인시켜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 공연은 30일에 이어 31일 오후 5시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한차례 더 열린다.
이 작품의 ‘무한 감동’을 이끄는 주인공은 키부츠현대무용단의 예술감독인 라미 베에르(Rami Be’er·57).
그는 "작품에서 말하고 싶었던 건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 특히 공동체에 대한 얘기를 전달하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하나의 개인으로 시작해, 커플, 전체적인 사회, 그리고 사회에 맞서는 개인의 몸부림을 통해 ‘존재’와 ‘공존’을 모색한 셈이죠. 무엇보다 안무가가 만들어낸 무용을 이해하는 것이 아닌, 안무를 감상한 관객들이 직접 이야기를 만드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가장 큰 목적입니다."
베에르 감독은 “공연장 불이 꺼질 때, 관객들은 우리가 던져준 밧줄을 타고 여행을 떠날 것”이라며 “여행이 끝나면 관객은 질문하고 생각하고 스스로 느끼며 공연 전과 다른 모습으로 변해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웃었다.
뉴욕타임즈는 이 공연에 대해 ‘온몸으로 표현하라는 현대무용의 관용구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비평을 실었는데, 그는 “단순한 스텝으로 보여주는 유희거리가 아니라, (온몸을 통해) 다른 방식의 더 넓은 이해를 주기위한 나름의 표현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독자들의 PICK!
이를 위해 그가 무용수를 뽑는 선발 기준도 남다르다. 몸 전체를 유기체로 인식할 수 있는 무용수, 좋은 테크닉이 아니더라도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무용수가 그가 원하는 팀원이다. 베에르 감독은 “무용수들은 모두 피부색도 체형도 다르지만, 독특한 개성이 모여 하나의 큰 메시지를 전달하는 통일성과 교감력을 갖췄느냐가 선발의 중요한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어린 시절은 풍요로운 음악 환경속에 놓여있었다.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아버지, 역시 바이올린을 켰던 누나 2명과 여동생, 그리고 첼로를 연주한 자신은 매주 가족 음악회를 열 만큼 음악에 열성이었다. 그 예술적 기질은 3세때부터 무용과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길로 안내했다. 키부츠현대무용단을 만든 여자 스승 예우딧 아르논에게 춤을 배웠고, 배울수록 자신의 움직임에 특별함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어가 없는 소통방식에 가장 근접할 수 있는 분야가 무용이었어요. 움직임은 무용수의 영혼이라고들 하잖아요. 음악과 움직임을 디자인하는 것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을 찾고 싶었던 셈이죠.”
그렇게 그는 81년 24세 나이로 키부츠현대무용단에 들어갔고, 이후 댄서와 안무가로 두루 활동했다. 96년 이 무용단의 예술감독이 되면서 자신이 직접 짠 안무로 이스라엘 무용단의 위용과 힘을 전세계에 퍼뜨렸다.
인터뷰 내내 그는 댄스와 안무라는 단어를 번갈아 쓰곤 했는데, 둘의 차이가 희미하게 다가왔다. 그는 “무용수는 전체 그림의 일부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고, 안무가는 전체 그림을 거리를 두고 예술적으로 봐주는 역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13년간 무용수처럼 춤을 추면서 안무가처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무용수와 안무가, 두 영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든 그가 생각하는 춤, 그리고 춤추는 예술가의 본질은 무엇일까.
“진실되는 것. 어떤 진심과 교감을 담아 욕망과 열정을 드러내는 움직임이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보는 이들도 진심으로 느끼며 함께 움직일 수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