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아닌 ‘멤버’로 오는 참가자의 주인의식이 성공의 길”

“‘손님’아닌 ‘멤버’로 오는 참가자의 주인의식이 성공의 길”

가평(경기도)=김고금평 기자
2016.10.05 03:01

[인터뷰]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에서 만난 조윤선 문체부 장관…“‘자발적 커뮤니티’ 다시 불 지펴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검은색 점퍼, 보라색 우비, 장화 등 폭우에 대비한 모든 장비를 갖추고 나타났다. 2일 역대 장관 중 처음으로 ‘제13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현장을 찾은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현장을 모르면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며 페스티벌 곳곳을 누볐다.

축제 3일(1~3일) 중 유일하게 거센 폭우가 내린 2일은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으로 마련된 양국 상호 교류 프로그램 중 ‘프랑스 재즈’가 조명되는 날이었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4시쯤 프랑스 아티스트 6명과 환담한 뒤 곧바로 무대를 찾았다.

조 장관에게 재즈는 낯설지 않은 음악 장르였다. 외국에 여행할 때, 그는 재즈와 접할 기회가 많았다고 했다.

“뉴욕 링컨센터나 블루노트에서 재즈를 주로 들었어요. 뭐랄까요. 재즈는 연주자의 혼이 느껴져서 쉽게 빠져드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저와 이름이 같은 재즈보컬리스트 나윤선 씨의 '광팬'이기도 해요.”

메인 무대인 ‘재즈 아일랜드’에 도착한 조 장관은 30분간 록과 전자음악이 재즈와 연결된 다이니우스 플라우스카스 그룹의 퓨전 재즈를 감상했다. 그는 “빗속에서 듣는 역동적인 재즈는 굉장히 인상적”이라며 “무엇보다 관객이 이 궂은 날씨에도 요동하지 않고 집중해서 듣는 태도가 너무 훌륭하다”고 했다.

수만 명이 모이는 ‘살아있는 현장’에 온 소감이 어떠냐고 묻자, 조 장관은 “페스티벌의 모범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3단계 성공 법칙’을 얘기했다. 민간 전문가가 오랫동안 의지를 꺾지 않고 축제를 기획한 데 이어 법인을 만들어 지속 가능한 포맷으로 만든 뒤 지역 주민까지 참여하게 해 모두가 행복한 콘텐츠를 누릴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모범적’이라고 했다.

2일 '제13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에 참석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가운데)이 축제 곳곳을 돌아다니며 현장 분위기를 살폈다. 조 장관은 한-불 상호교류의 해 부스에서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2일 '제13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에 참석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가운데)이 축제 곳곳을 돌아다니며 현장 분위기를 살폈다. 조 장관은 한-불 상호교류의 해 부스에서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축제의 가장 큰 힘은 사람을 불러모으는 일이잖아요. 단순히 어떤 특정 계층이 아니라, 아기를 안고 온 젊은 부부나 연인, 학생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 자라섬페스티벌에 참여하죠. 특히 폭우에도 이곳을 진정으로 즐기려는 사람들을 보면, ‘손님’이 아니라 ‘멤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메인무대뿐 아니라, 프로가 되려는 아마추어 팀들에게 무대에 오를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축제가 활성화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봐요.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성공으로 가는 길을 더 열어줄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거예요.”

조 장관은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한해 여는 축제가 모두 1264개라고 정확히 기억했다. 각 지자체가 평균 5~6개씩 축제를 여는 셈이다. 하지만 이 축제가 모두 성공의 길을 걷는 건 아니다. ‘자라섬’처럼 성공한 축제가 되는 데 필요한 배경은 무엇일까. 조 장관은 “참여자의 주인의식”이라고 꼬집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지역마다 ‘자발적 커뮤니티’가 활발하게 전개됐어요.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가면서 이 기능이 잠시 중단됐죠. 이제는 이런 잠재된 가치를 다시 발현시킬 시점이라고 봐요.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관광두레’ 사업도 지역주민이 직접 만들어가는 관광사업 공동체거든요. 정부의 정책은 현장에서 집행하는 모델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거예요. 자라섬이 음악이라는 테마로 승부를 걸었듯, 또 다른 지역에선 트래킹이나 역사탐험, 전통시장 등 특화된 테마로 커뮤니티가 활성화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우후죽순 난립하는 축제를 가리고, 우수 관광 축제에 대한 지원을 제대로 하기 위해 조 장관은 “진짜”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 네번째)이 2일 경기도 가평군에서 열린 '제13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의 ‘프랑스 포커스 리셉션’에 참석해 파비앙 페논 주한 프랑스대사(왼쪽 세번째)와 인재진 총감독(가운데), 김성기 가평군수(왼쪽 두번째) 등과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축하하고 있다.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 네번째)이 2일 경기도 가평군에서 열린 '제13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의 ‘프랑스 포커스 리셉션’에 참석해 파비앙 페논 주한 프랑스대사(왼쪽 세번째)와 인재진 총감독(가운데), 김성기 가평군수(왼쪽 두번째) 등과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축하하고 있다.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진짜’는 사람들이 쉽게 알아보죠. 그래서 콘텐츠를 기획하고 생성하는 과정에서부터 진정성이 투영되는 작업이 꼭 필요해요. 다음엔 그것이 지속 가능한 것인지 따져보고 맞는다면 빈틈을 메워주는 것이 정부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지역의 사람을 모으고, 지역의 경제를 살리는 것이 곧 관광산업의 시작이자, 지역 행복의 밑거름 아닐까요?”

조 장관은 내친김에 올해 대표축제 3개 중 남은 1곳인 화천 산천어축제도 방문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찬바람이 싸늘하게 천막 사이로 들어왔다. 조 장관은 몸을 녹이자며 ‘뱅쇼’(따뜻한 와인) 한잔을 건넸다.

한 움큼씩 떨어지는 빗소리에 와인 한잔, 세련된 선율 한가락이 어우러지는 낭만적 분위기에 젖어들 때, 조 장관이 인기척에 놀라 말했다. “아, 벌써 갈 시간인가요?” 재즈 리듬에 맞추던 그의 가벼운 발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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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금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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