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고 음악 들으러 놀러올래요, 우리집 거실로

책 읽고 음악 들으러 놀러올래요, 우리집 거실로

박다해 기자
2017.02.22 03:53

도서관에서 음악공연장까지…거실의 무한변신

18일 직장인 김성용씨가 문을 연 '남의 집 도서관'을 찾은 이들이 책을 읽는 모습. 한 번 신청하면 3시간씩 책을 읽을 수 있다. 김씨가 직접 제공하는 음료까지 모두 무료로 이용가능하다. /사진제공=김성용
18일 직장인 김성용씨가 문을 연 '남의 집 도서관'을 찾은 이들이 책을 읽는 모습. 한 번 신청하면 3시간씩 책을 읽을 수 있다. 김씨가 직접 제공하는 음료까지 모두 무료로 이용가능하다. /사진제공=김성용

"딩동" 유독 하늘이 새파랐던 지난 토요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주택 초인종이 울린다. "왈왈" 마당의 개가 먼저 손님을 맞는다. 이내 집주인이 내려와 손님들을 안내한다. 신발을 벗고 들어간 거실에는 1000여권의 책이 빼곡히 꽂혀있다. 디자인·건축 관련 서적부터 사회과학 분야 신간, 각종 소설과 만화책, 장 자끄 상뻬의 그림책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와" 탄성을 터트리는 것도 잠시, 손님들은 서가를 꼼꼼히 살피며 읽을 책을 골라 앉는다. 거실의 통유리창을 통해 겨울 햇살이 들어온다. 연인·친구와 함께 온 이도, 홀로 찾은 이도 책 한 권에 빠져든다. 시간이 조금 느리게 흐르는 듯한 이곳은 직장인 김성용씨가 연 '남의 집 도서관'이다.

'남의 집 도서관'은 김성용씨와 이은재씨의 쉐어하우스에서 열리는 '남의 집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거실'이란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독특한 경험을 사람들에게 선사하고 싶어 고민하다가 나온 아이디어다. 평일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주말엔 사람들을 초대하는 '호스트'이자 '도서관 주인'이 된다.

"올해 초부터 '남의 집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설 연휴에 처음 '남의 집 도서관'을 시작했어요. 설에 문 여는 곳도 마땅히 없는데 고향에 내려가지 않은 30대들에게 쉼터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해봤죠. 만족도가 높아 한 번 더 열게 됐어요."

'남의 집 도서관'을 찾은 손님들에게 직접 책을 설명하고 추천해주는 김성용씨(오른쪽)/ 사진=박다해 기자
'남의 집 도서관'을 찾은 손님들에게 직접 책을 설명하고 추천해주는 김성용씨(오른쪽)/ 사진=박다해 기자

이제 막 발걸음을 뗀 '남의 집 프로젝트'는 도서관뿐만 아니라 멘토링, 강연, 소셜다이닝, 쿠킹클래스 등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는 방향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날 '남의 집 도서관'을 이용한 이창용씨는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디자인 서적이 있는 데다 사람이 많지 않고 아늑한 느낌이 들어서 좋다"며 "기회가 되면 또 오고 싶다"고 했다.

문화가 거실로 들어왔다. 집은 더이상 '내가 머무는 곳'에 그치지 않고 문화를 매개로 사람을 만나는 공간이 된다. 자신의 집을 다른 이들의 숙소로 내어주는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가 이제는 낯설지 않다. 미국을 중심으로 다른 사람의 집에서 저녁 식사를 예약하고 즐길 수 있는 서비스 '피스틀리'(Feastly)도 확산되고 있다.

음악은 가장 먼저 거실로 들어온 손님이다. 집을 공연장으로 활용하는 공연기획 서비스 '소파사운즈'(Sofar sounds)가 대표적, '소파'는 'Songs from a room'의 약자다. 이름처럼 가정집의 방, 옥상, 정원 등에서 콘서트를 연다.

2011년 영국 런던에서 처음 시작된 소파사운즈는 뉴욕, 도쿄, 프랑크푸르트, 모스크바 등 전 세계 300개 도시로 확산됐다. 서울에서 첫 공연이 열린 건 2014년 8월, 그동안 호란, 선우정아, 하림, 임현정, 에릭남 등 다양한 이들이 무대에 올랐다.

황승률 소파사운즈 코리아 디렉터는 "게스트하우스와 쉐어하우스에서 각각 2번씩 했다"며 "신발을 벗고 집에 들어와 공연을 즐기다 보니 가수가 직접 집에 와서 노래를 불러주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했다.

지난해 3월 서울 마포구 연남동 게스트하우스 '바우하우스'에서 열린 소파사운즈 공연 모습/ 사진제공=소파사운즈 코리아
지난해 3월 서울 마포구 연남동 게스트하우스 '바우하우스'에서 열린 소파사운즈 공연 모습/ 사진제공=소파사운즈 코리아

공연 장소로 마땅한 집을 섭외하기 어려울 땐 작은 갤러리나 서점 등에서 개최하기도 한다. 공연 직전까지 무대에 오르는 음악가를 공개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몇 년 전만 해도 공연을 일상적으로 찾는 문화가 거의 없었잖아요. 공연장을 찾는걸 어색해하거나 부담스러워 하는 분들도 있고요. 우리 집 주변에서도 라이브 공연을 만나는 문화가 있었으면 해서 '소파사운즈'를 들여오게 됐죠."

황 디렉터는 "차분한 공간에서 음악 자체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며 "한 달에 보통 1-2번 정도 공연하는데 700명에서 1000명 가까이 신청한다. 올해는 횟수를 늘려갈 생각"이라고 했다. 현재 서울과 인천을 중심으로 열리는 소파사운즈 공연은 올해 부산과 제주도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층간 소음에서 자유롭다면, 아래위층(또는 옆집)과 취향이 비슷하다면, 내달 쯤에는 우리집 거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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