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mm 부품 하나로 비행 중 폭파…“정밀하지 못하면 절망”

0.5mm 부품 하나로 비행 중 폭파…“정밀하지 못하면 절망”

김고금평 기자
2020.05.02 06:46

[따끈따끈 새책] ‘완벽주의자들’…허용오차 제로를 향한 집요하고 위대한 도전

정밀성은 현대 세계의 필수 요소지만, 눈에 보이지 않고 숨겨져 있다. 카메라, 휴대전화, 컴퓨터, 자동차 등 주요 물건의 부품이 정확히 맞아 작동해야 한다는 사실은 모두 안다. 그리고 우리는 더 정밀할수록 더 낫다고 생각한다.

정밀성은 산소나 영어처럼 당연하게 여기지만 대개 보이지 않는 것이며 제대로 상상할 수 없는 것이며 보통 사람들은 토론할 수 없는 것이다. 정밀성은 그러나 현대를 가능하게 하는 현대성의 필수 요소였다.

해리슨 시계들이 대단한 중요한 이유는 이렇다. 이 시계와 뒤이어 등장한 시계들 덕분에 선박들은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 효율적으로 정확하고 정밀하게 항해를 계획할 수 있었고 큰 무역 이익을 냈다.

해리슨 시계가 영국에서 만들어진 덕분에 영국은 한 세기 이상 세계 바다의 통치자로 군림할 수 있었다. 정밀한 시계가 정밀한 항해를 가능하게 했고 정밀한 항해는 해양 지식, 통치, 권력을 창출한 셈이다.

정밀성에 필요한 요소는 본질적으로 평평함이다. 치수나 모양은 중요하지 않다. 평평한가 그렇지 않은가가 관건이다. 정확히 평평해야 위에 올려 측량하는 다른 물건들에도 정밀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허블 망원경의 치명적인 실수는 검사실에서 일어났다. 댄버리 팀이 계측 도구를 부정확하게 만든 것이다. 그들은 직선 자 같은 도구를 이용해 12인치(30.48cm)인 줄 알았지만, 사실은 13인치(33.02cm)였다. 기술자들은 이런 사실을 모른 채 분주하게 측정했고 완벽하지만 완전히 잘못된 물건을 만들었다. 3cm의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오차로 허블 망원경의 위대한 성과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다.

기술자들이 겨우 0.5mm의 얇은 부품을 만들어 넣은 탓에 450명 이상 태운 태형 여객기 엔진이 비행 중 폭파했다는 사실은 고도의 정밀성이 생명과 안전에도 직결된다는 사실을 여과없이 증명한다.

책은 각종 측정 기구와 부품, 증기 기관과 자동차 엔진, 반도체 칩 등을 발명하고 발전시킨 역사 속 숨겨진 인물들을 보여준다. 완벽에 가까운 정밀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각종 부품과 기계를 표준화된 규격으로 만들어 대량 생산의 기반을 닦고 산업 사회로 나아갈 수 있었다.

이 완벽주의자들에게 충분히 훌륭한 것은 절대적으로 충분하지 않았으며 세계는 일단 달성한 정밀성은 두 번 다시 뒤돌아보지 않고 계속 새로운 정밀성을 개척해왔다.

하지만 정밀성이 인간에게 풍요만을 선사하지는 않았다. 정밀하고 정확한 작업을 해내는 기계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숙련공들이 더 이상 필요 없는 상황이 펼쳐졌기 때문. 러다이트 운동(1811∼1817년 영국의 중부·북부의 직물 공업지대에서 일어났던 기계 파괴운동)이 격렬하게 일어난 것도 정밀성이 낳은 그림자였다.

사람 머리카락 두께 이하의 허용 오차를 달성한 현재도 마찬가지다. 완벽한 수준의 정밀함은 우리의 경탄을 자아내지만, 그와 동시에 ‘정밀하지 않은’ 인간과 자연이 서 있을 자리 또한 소중하기 때문.

저자는 정밀성이 “역사적인 필요에 의해 의도적으로 발생한 개념”이라고 정의하며 18세기 산업혁명과 함께 시작된 정밀성의 200년 역사를 오롯이 훑는다.

◇완벽주의자들=사이먼 윈체스터 지음. 공경희 옮김. 북라이프 펴냄. 480쪽/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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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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