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MT문고]-'삶의 끝에서 만난 수업'

죽음은 누구나 경험하는 것이지만 살아 있을 때에는 절대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특수함이 공포를 만들고 우리의 입을 틀어막는다. 유명인의 죽음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일어난 누군가의 사망을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시되는 사회 분위기도 이 때문이다. '웰다잉'(잘 죽는 것), 존엄사 등 현안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에리카 하야사키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 문학 저널리즘 교수가 쓴 '삶의 끝에서 만난 수업'은 이 같은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죽음을 두려워해서는 죽음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기 때문에 먼저 죽음을 마주하는 것이 필요하다. 훌륭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끝에 대해 알아야만 그 목적을 발견할 수 있다.
책은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킨 대학교의 '죽음학 수업'에 참여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전 남자친구에게 스토킹을 당하다 총에 맞아 숨진 여성의 이야기, 총기 난사로 목숨을 잃은 교사의 이야기, 폭탄에 목숨을 잃은 수십여명의 희생자 등 수많은 일화가 실려 있다. 숨진 사람의 가족, 친구들이 어떻게 죽음을 마주하고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사례도 풍성하다.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분명하다. 죽음에 대한 불안감을 내려놓아야만 삶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죽음은 언제든 우리를 찾아올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의 인생에 집중해야 한다. 책은 '죽음 공부'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상은 '삶 공부'에 가깝다. 자신의 추도사를 쓰거나 묘비명을 정하는 데에서 삶을 되돌아볼 계기를 제공한다.
흥미로운 주제이지만 표현이나 서술이 특별하지는 않다는 느낌을 준다. 저자의 의도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숨겨져 있어 다소 불명확하고 중언부언하는 대목이 많다. 저자는 수차례 객관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소설처럼 주관적인 추론에 의존하거나 편향적인 시각이 반영된 부분이 있다. 책 안에 여러 문제가 제시돼 있지만 '모범답안'은 모자라다.
저자는 10년 이상 언론인으로 근무한 기자 출신 교육자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타임' 등 여러 매체에 버지니아 공대 총격 사건, 교육 현장의 폭력 등에 대해 글을 써왔다. 미국신문편집인협회 브레이킹 뉴스상, LA 타임스 최우수 보도상 등을 수상했다.
◇삶의 끝에서 만난 수업, 북모먼트, 2만 2000원.
독자들의 PIC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