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세계 1위의 국민소득을 자랑하며 사회복지의 천국으로 불린 스웨덴은 1992년 이후 5년 간의 경제위기를 겪으며 복지제도를 개혁했다. 말이 개혁이지 평생교육과 의료,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노후보장 등 3대 축만 남겨두고 과도한 정부 지원을 줄인 것이었다.
스웨덴이 복지제도에 손을 댄 데는 경제성장 둔화가 한 요인이 됐지만 `공정한 분배'에서 비롯된 일하지 않으려는 분위기, 일종의 무기력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래도 축소된 복지시스템은 여전히 복지 후진국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지금의 제도를 구축하기까지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고, 국민적 합의와 경험이 축적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스웨덴은 1960년대 복지사회의 기본틀을 완성하기 30년 앞서 부의 공정한 분배를 통해 국민 개개인의 인간다운 삶을 국가가 보장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경제와 복지제도를 다듬기 시작했다. 상당수 국가가 이제야 고령화·저출산대책 마련에 고민하고 있는 것을 보면 미래사회에 대한 대응이 무척 빨랐다. 수십년 앞서 준비한 결과 호들갑을 덜 떨어도 될 여건을 만든 셈이다.
지난달 원전시설 방문을 위해 스웨덴을 들렀다. 일정상 복지제도까지 들여다보지 못했지만 스웨덴의 준비성 하나만은 읽고 왔다. 당시 찾은 곳은 국내에도 여러 차례 소개된, 포스마크의 중·저준위 방사능 폐기물 처분장이었다.
우리나라는 우여곡절 끝에 폐기물 처분장 후보지를 확정했지만 스웨덴의 경우 지난 77년 준비에 들어가 3년여 만에 후보지를 정했고, 88년부터 처분장을 운영하고 있다. 더구나 국내에선 말조차 꺼내기 힘든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의 후보지도 거의 확정 단계에 와 있다.
이런 신속한 대응에 대해 포스마크 처분장 측 설명은 의외로 간단했다. "현재 전력을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책임을 미래 세대에게 넘길 수 없다. 그 비용은 우리 세대가 부담해야 한다."
스웨덴의 에너지 자원은 수력 외에는 부족하고, 최근 온난화 영향으로 수력 발전량마저 줄면서 전력 수입이 늘고 있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은 모두 10기로 전체 발전량의 51%를 공급한다. 에너지 자원의 97%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와 사정이 크게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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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는 책임은 미루지 않겠다는 스웨덴의 현실 인식이 미래를 준비하는 힘을 만들어 냈다고 판단된다. 고령화 대책을 포함해 사회복지제도의 보완을 위해 스웨덴을 찾는 국내 인사들이 많지만 현 세대의 책임을 넘기지 않는 자세부터 챙겨야할 것같다.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여당은 물론 정부가 상당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야당 역시 내년 말로 예정된 대통령선거 채비에 나서면서 지방선거로 민생과제 해결이 불투명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 준비'는 더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10년 후가 아닌 당장 1년 후의 한국도 내다보기 힘든 형국이다. 우리 세대의 책임을 후대에게 미루지 않는 정치권의 변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