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세계화에서 앞선 100대 대학을 선정하여 발표하였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전혀 순위에 들지 못한데 반해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은 14위의 도쿄대학, 25위의 교또대학 등 5개 대학이, 싱가포르와 홍콩은 각각 2개와 3개 대학이 순위에 포함되었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250만명 이상의 학생들이 유학을 떠나고 있고 이 숫자는 계속 증가하여 2025년에는 7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이들이 매년 지출하는 비용 역시 연간 300억불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미국과 유럽에 국한되었던 유학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싱가포르 MBA 과정 학생의 반 이상은 인도 학생들이고, 중국의 학생들이 베이징대학이나 칭화대학 대신 홍콩으로 유학을 가는 사례에서 보듯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고 유능한 교수진을 확보하기 위한 대학간의 경쟁은 이제 국경을 넘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번 뉴스위크의 선정 기준은 연구와 교육의 수월성과 외국인 교수와 학생 비율 등으로 평가된 대학의 개방화와 다양성이다. 적어도 필자가 경험하고 아는 범위에서 순위에 포함된 아시아권 대학들과 비교하여 우리나라 유수 대학들의 교수진 역량과 학생 수준은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학들이 선정되지 못한 것은 우리 대학들이 처한 교육과 연구 여건이 비교 대상이 되는 다른 나라의 대학들에 비해 그만큼 열악하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하겠다.
필자가 홍콩에서의 교직 생활을 마치고 귀국하여 가장 놀란 점 중의 하나는 우리나라 교수들이 감당해야 하는 잡무의 양과 다양성이었다. 예를 들어 입시의 경우 전담 직원들에 의해 전문적으로 처리되는 외국의 경우와 달리 우리나라는 정시, 수시, 편입학 입시 과정의 서류평가, 면접, 논술 감독, 채점 등에 사시사철 교수들이 투입되고 있다. 교수들 시간의 상당 부분을 연구, 교육 외의 업무에 빼앗기는 현실에서 외국 대학과 제대로 경쟁하기 어려운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겠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세계화에 뒤처진 것을 단순히 대학들의 잘못만으로 돌릴수는 없다. 언어적인 불편함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을 위한 의료, 문화 시설의 미비, 전반적으로 높은 물가 수준 등은 우리나라를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권 국가들에 비해 외국인들이 생활하기 어려운 곳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대학 내적인 요인인 경직된 급여 체계가 결합되어 해외에 거주하는 우수한 한국인 교수나 외국인 교수들을 국내 대학으로 스카웃하는데 장애가 될 뿐만 아니라 더 나은 연구, 교육, 생활 여건을 찾아 외국으로 떠나는 국내의 유능한 교수들을 붙잡기도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대학의 세계화는 연구와 교육의 수월성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라 하겠다. 간혹 대학들이 세계화를 위해 마련한 조치들이 이러한 목적에 적절히 부합되지 않는 경우를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세계화의 일환으로 영어로 진행되는 강좌 수를 늘리고 있다. 그러나 철저한 계획과 준비가 마련되지 않는 상황에서 진행되는 영어 강의는 과목에 대한 이해 증진과 영어 능력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게 할뿐이다.
홍콩의 경우 외국인 교수의 비중이 높고 거의 모든 과목이 영어로 강의가 진행된다. 단순히 영어로 강의를 진행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어 능력 배양과 강의 이해 증진을 위해 매 학기마다 학생들은 필수적으로 영어 과목을 수강해야 한다.
저학년들은 '강의 수강을 위한 영어'라는 과목 명 하에 강의청취법, 노트 필기법 등을 배우고 고학년들은 전공별로 보고서 작성, 발표 등 전문화된 높은 수준의 영어를 익히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친 학생들은 전공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이를 영어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어 사회에 진출하게 되고 이것이 가장 세계화된 도시로서의 홍콩의 밑거름이 되어 왔다.
대학들의 세계화를 위한 노력은 단순히 국내의 우수한 학생들이 해외 대학 대신 우리나라 대학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거나,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교환 학생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해외 경험을 늘리도록 돕는데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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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외국 학생들이 와서 공부하고 우리 학생들과 교류하면서 한국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우리나라 대학들은 제공하여야 할 것이다. 이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한국과 한국인들을 이해하며 우호적인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갈 때 대학의 세계화를 통해 우리나라의 세계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