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희망 없는 '비전2030'

[시평]희망 없는 '비전2030'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2006.09.14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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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민간 합동작업단’의 이름으로 ‘함께 가는 희망한국 VISION 2030’이라는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그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2030년이 되면 이 나라가 지상낙원이 된다는 거의 소설 수준의 이야기이다.

지금까지 성장 위주의 정책 때문에 등한시되었다고 생각되는 분배정책을 적극 시행함으로써 모든 계층이 함께 가는 희망한국을 이룬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보고서를 하필 이 시점에서 내어 놓게 되었는가 하는 의문과 함께 국민의 혈세만 낭비한 보고서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먼저 상기 보고서는 ‘정부 민간 합동작업단’이라는 정부도 아니고 민간도 아닌 단체의 이름으로 발표되었다. 이는 책임 소재를 흐리려는 술책으로 보이며 의식적이든 그렇지 않든 국민을 얕볼 뿐만 아니라 패거리 작태에 능한 경제관료들의 꼼수임과 동시에 전형적인 공무원 정신의 발현이다.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고는 싶고 책임은 지고 싶지 않다는 것 아니겠는가? 물론 정부와 민간이 함께 작성한 보고서라는 명분을 얻고자 하였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보고서의 저자에 등장하는 민간은 누구인가?

어떤 보고서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그 저자가 분명하여야 하는 법이다. 그러나 상기의 보고서는 이 점에서 벌써 실패하고 있다. 하기는 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에 총리 이하 여러 국무위원들이 참석하였다고 하니 결국 정부는 참여정부이고 민간은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친정부적인 단체와 인사들을 일컫는 것이겠다. 따라서 상기의 보고서는 결국 참여정부에 의하여 작성된 보고서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그렇다면 왜 하필 이 시점에서 2030년을 논하는 것일까? 그것도 장밋빛으로 가득 찬 일종의 선전선동을 국민들이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인 이 시점에 내어 놓은 것일까? 지금은 참여정부의 남은 시일이 많지 않은 시점이다. 상기와 같은 보고서는 참여정부 초기에 나왔어야 했다. 그리고 보고서 내용의 일부를 책임감 있게 실천하는 모습을 보였어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결국 보고서와 관련하여 거의 아무런 실천을 할 수도 없고 책임을 질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지지 않아도 되는 시점인 것이다.

얼마나 무책임한 작태인가? 참여정부 초기에 대통령에게 가장 실망한 것은 리더십의 부재였다. 많은 문제에 있어 대통령의 태도는 당신들이 결정하여 오면 따르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입장을 취하는 것에 대한 변명은 국정시스템을 도입하고 그에 따라 국정이 움직이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국정 시스템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이 나라의 정책을 의도한 대로 옳은 방향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이 나라의 정책결정의 정점에 대통령이 있지 않은가. 의사결정과 실행에 있어 국정시스템은 하부구조이고 대통령은 상부구조인 것이다.

결국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할 적지 않은 의사결정들의 책임소재가 모호해지면서 결국 국정의 혼선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와 함께 많은 문제에 대하여 확고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지그재그` 행보를 보임으로써 소위 국정시스템이 확립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나라는 계속 시끄러웠다. 지금 참여정부의 국정시스템이 어떻게 확립되어 있는지 평자는 아는 바가 없다. 그러나 가장 좋은 국정시스템은 일이 되게 하는 시스템이다. 돌아는 가지만 일이 안 된다면 그것은 겉멋이고 시스템이 아니라 무책임인 것이다.

‘함께 가는 희망한국 VISION 2030’은 그 내용에 있어서도 무책임의 전형이다. 복지국가를 운위하면서 복지를 뒷밭침할 재원에 대하여는 언급이 없다. 2010년까지 세금의 인상은 없고 그 이후에는 논의하여 결정한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잘 쓰는 말에 '소가 웃을 일'이라는 표현과 코미디라는 표현이 있는데 상기 보고서가 바로 이들 표현에 참으로 걸맞는다고 생각된다. 이 나라의 가장 머리 좋은 사람들이 모여 앉아서 내어 놓는다는 보고서가 고작 이 정도 밖에 안 된다는 말인가? 그것도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겠다고 내어놓은 보고서가.

참여정부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제발 과욕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참여정부의 역할은 지금까지 국정의 난맥을 정리하고 능력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시점부터 다음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참여 정부가 달성할 수 있는 가장 큰 성과는 다음 정부에 짐을 지우지 않도록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다.

2030년에 참여정부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는 지금 중요하지 않다. 오늘이 없으면 2030년도 없는 것이며 이는 세월의 엄연한 진행원리인 것이다. 그리고 2030년이 되면 ‘함께 가는 희망한국 VISION2030’이라는 보고서가 2006년 8월 어느 날 이 나라의 총리와 여러 국무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발표되었다는 사실도 잊혀진 한참 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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