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개척시대 어느 마을 주민들이 산에 있는 늑대들을 모두 잡아 죽이기로 하였다. 주민들의 식량이 될 수 있는 사슴을 늑대가 잡아먹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늑대들이 줄어듬에 따라 사슴의 수가 급격히 늘어났지만, 사슴의 개체 수가 너무 많아지자 산림이 황폐화되고 결국은 사슴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되어 버렸다. 오래전에 읽었던 이 이야기는 생태계 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것인데, 두 가지 교훈을 준다.
첫째로, 당장 눈에 띄는 현상들이 세상 이치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늑대는 사슴의 개체 수를 조절함으로써 사슴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유지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 사실은 체계적인 분석이나 추론을 통하지 않고는 알아내기 힘들다.
두 번째 교훈은, 오랜 시일을 거쳐 형성된 자연의 질서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늑대와 사슴의 먹고 먹히는 관계는 수십, 수 백만 년을 거쳐 형성된 것으로 어찌 보면 생태계에 가장 적합한 질서라 할 수 있는데,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들이 섣불리 개입하면서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가 초래되었다. 한 수 앞을 내다 보았다면, 이런 개입에 신중하였을 것인데 말이다.
시장도 생태계다. 수백, 수천만의 사람들이 나름대로의 희망과 목표를 가지고 주어진 능력과 자원을 동원하여 경쟁하고 협력하는 관계망이 시장이기 때문이다. 하늘 아래 모든 것이 서로 얽혀있는 이 복잡한 관계망의 어느 한 귀퉁이를 흔들면 그 파장이 멀리 퍼져나가고, 나갔던 파장이 다시 되돌아 온다.
눈에 당장 보이는 문제들에 즉흥적으로 대응해 갈 때 예상하지 못했던 부작용이 감당하기 어렵게 나타날 수 있다. 일례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 수 십 년에 걸쳐 복지제도를 강화해 왔지만, 저소득층 십대 소녀들이 어린 나이에 애를 낳아 학교를 그만두고, 정부 돈을 받아 생활하면서 다음 세대의 저소득층을 키우는 엉뚱한 메카니즘을 만들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표피적인 관찰에 근거한 즉흥적 대책들이 많은 부작용을 가져올 것으로 우려된다. 일례로 보유과세를 강화하여 궁극적으로 주택의 실제 가격대비 1% 정도의 세금을 내게 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정책은 세금을 올려서 불필요하게 많은 부동산을 가진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부동산을 내놓게 한다는 단순한 논리 외에 별다른 근거가 없다. 한 수 앞을 내다 보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생각해보면 여러 측면에서 염려가 된다.
세금이 오르면 부담을 느끼고 집을 내놓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런 매물 때문에 집 값이 떨어질 수도 있다. 정부는 이를 두고 정책의 성공이라고 말하겠지만, 과연 의도했던 결과가 나올까. 세금 낼 돈이 없어 나온 매물은 세금 낼 능력이 있는 사람이 사게 된다. 현실적으로, 오래전에 강남 아파트를 마련하고 이제는 은퇴한 노인들로부터 새로 부자가 된 젊은이들에게, 그것도 싼 값으로 집을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독자들의 PICK!
1가구 1주택을 추구하는 정책들도 주택 임대시장을 붕괴시켜 집을 살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임대시장이 1가구 다주택자의 잉여주택 공급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의도대로 다주택 보유자들이 잉여주택을 모두 처분한다면, 때마침 목돈을 가지고 있거나 신용이 좋은 무주택자가 혜택을 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저소득층은 어디서도 전셋집을 구하지 못하는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한 수 앞을 보고 정책을 마련한다면, 이번 정부처럼 시원시원하고 화끈한 정책들을 내놓지 못한다. 그래도 말로는 국민을 위하면서 결과적으로는 모두에게 피해를 입히는 우를 범하지 않게 된다. 말은 적게 하고 머리를 많이 쓰는 정책담당자들이 나오길 희망한다면,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