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한미 FTA와 자본시장

[시평]한미 FTA와 자본시장

신진영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2006.09.28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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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의 본 협상이 많은 관심과 논란 가운데 2006년 6월 5일부터 시작되었다. 자본시장 개방과 관련된 금융서비스 분야는 주로 미국에 대해 우리나라 자본시장을 얼마나 개방할 것인가에 협상의 논점이 맞추어져 있다.

논의되고 있는 현안들 중에는 미국 금융사들이 우리나라에 법인이나 지점의 설치 없이도 펀드의 판매와 자산 운용 서비스 등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국경 간 금융서비스 거래 허용,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는 금융서비스와 상품의 판매를 가능토록 하는 신금융서비스 개방 등이 특히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이므로 최종적인 결론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지만 현재보다 국내 자본시장이 더욱 개방될 것은 분명하다. FTA를 통한 국내 자본시장의 추가적인 개방이 선진금융 기법의 도입과 경쟁력 강화를 통해 동북아 금융허브로서의 위상을 확립하고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할지, 아니면 대규모 자본, 다양한 금융상품과 축적된 경험을 앞세운 미국 금융사들에 의해 국내 금융기관들이 경쟁력을 상실하고 국내 자본시장이 위축될지는 앞으로 풀어야할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자본시장의 개방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개방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정적인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철저한 분석과 대비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금융감독 기능의 강화를 통해 개방 이후 투자자 보호와 금융안정망 확충을 이루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국경 간 금융서비스의 거래가 허용되면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인터넷 거래 등을 통해 미국 금융사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직접 제공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투자자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금융사의 건전성 규제, 투자자들에 대한 정보 공개 등은 결국 미국 금융감독 당국의 소관이 될 것이며, 실제 피해가 발생했을 때의 보상과 구제 역시 미국 감독 당국과 사법체제를 통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FTA 협상 과정에서 금융시장 개방에 따른 금융소비자들의 피해 방지와 분쟁 조정을 위한 양국 금융감독 당국 간의 공조 문제가 반드시 협의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각종 법률과 규제를 통해 사전적인 투자자 보호 장치와 집단소송제도와 징벌적 손해 보상제도와 같은 사후적 보호장치가 모두 미약하다. FTA를 계기로 이러한 투자자 보호장치의 강화는 국내 투자자들이 외국으로 눈을 돌리는 대신 안심하고 국내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나아가 국내 자본시장이 발전하여 외국 투자자들을 유치할 수 있는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신금융서비스 개방은 더욱 복잡한 금융감독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금융서비스 허가 및 감독 체계는 법령에 허용된 금융서비스만 공급할 수 있는 열거주의 방식이나 미국은 법령에서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은 금융서비스는 자유롭게 공급할 수 있는 포괄주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중대한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신금융서비스를 개방하면 국내 금융기관에 대한 심각한 역차별을 초래하여 도리어 경쟁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자본시장통합법은 금융감독체제를 포괄주의 방식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결국 FTA는 국내 금융감독체계의 포괄주의 방식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자본시장의 성숙을 위해 금융감독체계를 포괄주의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은 당연한 발전 단계이다.

그러나 카드사태 등에서 드러나 것과 같이 금융감독 당국과 사법기구의 사전적 대응능력과 사후적 처리능력이 충분하지 못한 점 역시 현실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포괄주의를 통한 규제완화는 도리어 금융안정망의 약화를 통해 금융불안을 야기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 체제의 철저한 정비가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금융시장의 성급한 개방은 신중한 재고를 거쳐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자본시장 개방에 따라 국내 금융기관의 대형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출자총액제한 제도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를 규정한 금산법과 같은 재벌에 대한 규제를 철폐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의 대형화가 개방에 따른 경쟁력 강화에 있어 중요한 필요조건임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재벌 규제의 철폐가 즉시 재벌들의 금융기관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단시간 내에 국내 금융기관의 대형화와 경쟁력 강화가 달성된다고 믿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며, 경제력 집중을 통해 자본시장뿐만 아니라 경제 전체의 안정성을 도리어 해칠 가능성이 높다.

자본시장의 개방은 피할 수 없는 대세이고 FTA는 이러한 과정을 단지 가속화하는 단계라 할 수 있다. FTA를 금융감독 체제의 정비, 금융구조조정의 완결을 달성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 국내 금융기관들의 경쟁력 제고, 투자자 보호 체제를 강화하여 국내 자본시장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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