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핵실험으로 세계가 시끄럽다. 우리를 비롯하여 세계의 어느 나라도 달가워하지 않는 사태의 진전인 것 같다. 가뜩이나 어렵다고 하는데 우리 경제가 좋지 않은 영향을 받지 않을까 걱정이다. 우리의 정치, 경제 및 국제 환경이 매우 불안정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 사태라 아니할 수 없다.
북한을 생각할 때 늘 상기하게 되는 것은 우리에게 불안을 야기하는 존재라는 인식이다. 이는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이번의 핵실험 발표나 무장공비사건 더 멀리는 6.25전쟁이 모두 북한의 우리에 대한 도발이었다는 것을 상기해본다면 결코 무리가 아니다. 지금 북한과 우리가 상당부분 형제의 관계를 회복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총부리를 맞댄 상처의 기억은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데 있어 많은 우리 국민이 일말의 거부감을 갖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원인일 것이다.
어찌되었건 김대중 정부 이후 우리는 느리지만 꾸준히 북한과의 교역을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금강산관광은 이제 이 나라의 일상사의 하나가 되었고 개성공단도 개발이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북한과의 교역에 있어 가장 큰 두 가지의 장애는 이번 핵실험 발표와 같은 돌발사태의 출현과 북한 당국의 일관성의 결여이다.
핵실험과 같은 돌발사태는 북한 당국의 정치적이고도 국제관계를 고려한 고도한 전략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참으로 통제하기가 불가능한 것들이다. 그러나 경제교류에 있어 일관성의 결여는 충분히 고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것을 보면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북한과의 경제교류는 현대아산을 통해서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얼마 전 북한 당국은 개성관광을 다른 회사를 통해 하겠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현대아산과의 기존의 계약을 무시하고 이제 와서 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회사와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북한 당국의 일관성 결여는 참으로 한심한 소탐대실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당국의 이러한 태도변화는 무엇보다도 이제까지 손실을 감수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은 사업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자본주의가 무자비하게 이윤을 추구하는 제도라고는 하지만 모든 거래에는 지켜져야만 하는 최소한의 윤리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소치일 것이다.
나아가 언제 태도가 달라질지 모르는 거래상대를 대상으로 누가 선뜻 투자를 하겠다고 나서겠는가. 경제개발에 관심이 있는 당국자라면 거래상대에게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하고 계약을 존중하는 최소한의 경제적 양식이 있어야만 한다. 누누이 말하지만 상대방이 계약을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무슨 사업을 하고자 할 것인가?
북한이 앞으로 보다 번영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제도의 구축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북한의 당국자들이 경제를 운영함에 있어 선진화된 거래의 관행을 이해하고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일시적인 이득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면 아무리 개방화를 외친다고 한들 메아리 없는 구두선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북한 당국자들은 제도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 역사는 한편으로 기술진보의 역사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계약을 바탕으로 한 보편적인 제도를 추구한 역사이기도 하다. 생산수단이 아무리 발달된다고 한들 이를 뒷받침할 만한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다면 실현되기가 어려웠거나 과실을 얻기에 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제도는 곧 돈인 것이다.
개성공단의 땅 천만 평을 파헤치는 것보다 세계를 놀라게 한 핵실험을 하는 것보다 북한이 체제를 유지하고 장기적으로 번영을 누릴 수 있기 위해서는 투자가 이루어지고 과실이 맺어질 수 있는 제도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여야 한다. 그리고 사람에 의하여 운영되는 경제체제를 영속적인 제도에 의하여 운영될 수 있도록 하여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