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양질의 일자리' 어디에서 오나

[CEO칼럼]'양질의 일자리' 어디에서 오나

전원하 기자
2008.01.09 12:40

고용 없는 성장 속에 우리 사회는 고용 불안이 확대되고 비정규직이 양산되면서 극심한 사회적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다. 성장을 해도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장일 때 비로소 우리 사회는 양극화의 질곡에서 헤어날 길을 찾을 수 있다.

청년실업 100만 시대, 우리 사회는 심각한 '희망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절망적인 백수생활을 감수하면서도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과 공기업, 대기업 취업만 고집하는 것은 그 외의 일자리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청년들에게 희망을 되찾아 주는 길은 양질의 일자리를 양산하는 것뿐이다.

제조업에 닥친 성장의 한계를 돌파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우는 작업 역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직결돼 있다. 그 동안 제조업이 생산해내던 가치 이상의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양산할 때 우리 경제는 만성적인 저성장 시대를 벗어나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양질의 일자리가 우리 바램 대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일까? 그 동안 역대 어느 정부도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은 정부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한 것은 우리 사회에 양질의 일자리에 걸 맞는 부가가치를 생산할 만한 비즈니스 창출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양질의 일자리라 하면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높아 충분한 보상과 미래의 비전까지 보장해주는 일자리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대상으로 기대를 모았던 미래 첨단산업이나 지식기반 서비스산업 어디에서도 우리 사회는 양질의 일자리를 양산할 만한 여건을 만드는데 실패해 왔다.

유일하게 가능성을 보였던 소프트웨어산업마저도 최근에는 아예 정보통신시대의 대표적인 '3D업종'으로 낙인 찍혀 몰려들던 인재들이 썰물 빠지듯 떠나고 있는 형편이다.

왜 이런 사태가 빚어졌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이유가 지적될 수 있다. 시장 성숙의 지연이나 정책적 실패, 각종 규제장벽들의 문제가 중첩돼서 나타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 문제의 근원에는 예전 제조업 육성과 궤를 달리 하는 서비스업 육성에 걸 맞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점이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제조업의 가치사슬(Value Chain)은 기본적으로 공급자에 의해 기획되고 구축되고 실행된다. 따라서 제조업 시대의 산업 육성은 선도적 R&D 활동과 투자의 조직화에 성패가 달려 있었다. 그러나 서비스업의 가치사슬은 수요자에 의해 규정되고 재조직된다.

따라서 서비스업 시대의 산업 육성은 일회적 프로젝트의 성공에 의해 이루어질 수가 없다. 수요자와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의한 지식의 축적과 그에 수반된 인적 역량의 성숙이 필수적이다.

서비스업의 경쟁력이 단기적인 물량 투입이나 정책적 의도에 의해 쉽사리 높아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그 동안의 산업정책은 여전히 과거 제조업 시대의 물량 위주 정책에서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못한 게 사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데이터베이스 구축이나 온라인 서비스 개발 등을 위한 수많은 프로젝트가 진행된 데 비해 정작 그 프로젝트 결과물의 운영과 발전을 위한 노력은 대부분 소홀히 돼 왔다는 점이다.

서비스업 육성을 위해서는 프로젝트 예산보다 더 중요한 것이 운영 예산이며, 그 운영 노하우와 지식이야말로 서비스 경쟁력의 핵심인 것이다.

운영의 중요성에 대한 재인식, 지식과 노하우에 대한 제대로 된 가치 부여가 전제되지 않고는 서비스업의 육성을 기대할 수 없다. 또 기업집단별로 분절화된 국내 시장구조 하에서는 지식의 축적 역시 분절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룹간 장벽을 뛰어넘는 서비스 사업자의 육성을 위한 공정경쟁 풍토 조성 역시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제조업 시대의 '물량의 조직화'와 궤를 달리 하는 '지식의 조직화'야말로 서비스업 시대에 양질의 일자리 양산을 위한 효과적인 접근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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