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만료된 기보 이사장, 공기업 인사 난맥상
새 정부 출범 후 재신임을 받지 못한 금융기관장이 후임자 선정 지연으로 '연임' 상태에 들어가는 등 금융공기업 최고경영자(CEO) 인선이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국책은행장 임기를 사실상 1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해 기관장들의 소신 있는 경영관리에 오히려 해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기술보증기금은 지난달 20일부터 진행해온 후임 이사장 공모를 통해 4배수 후보를 금융위원회에 추천했으나 거절당해 재공모 절차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장 일괄사표 파문 속에 신임을 받지 못한 한이헌 이사장은 지난 17일 임기가 만료됐는데도 후임자가 결정될 때까지 더 근무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수출입은행도 양천식 행장의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은 탓에 지난달 임기가 끝난 이사들이 계속 근무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 CEO는 유재한 사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물러난 후 3개월째 후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재공모도 모자라 민간 헤드헌터의 도움까지 받았다. 후임자가 정해지더라도 업무파악 일정 등을 감안하면 업무공백은 다음달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신용보증기금의 경우 다음달 17일 임기가 끝나는 김규복 이사장의 후임으로 안택수 전 한나라당 의원 등이 거론된다. 김 이사장의 임기까지 아직 보름여 남아 있고 안 전의원이 여당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가장 유력하기는 하지만 다른 공기업의 인사흐름을 봐서는 제때 후임자가 확정된다고 장담하기 힘들다.
유례없는 기관장 일괄사표와 후임 선정 지연 등으로 곳곳에서 업무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새로운 업무 개발에 힘이 실리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 고위인사는 "새로 임명된 금융 공기업 기관장들을 보면 대부분 지난 3월부터 하마평에 오른 인사들"이라며 "놀랄 만한 새로운 인물이나 예상 외 인사들이 발탁되는 것도 아닌데 3개월간 인사를 끈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책은행장 임기를 사실상 1년으로 단축하려는 정부 방침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말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기관장의 책임경영을 유도하기 위해 공기업과 준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도입한 공공기관 계약경영제를 다른 공공기관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기업 수장들도 매년 정부에서 경영평가를 받아야 하며 실적이 미흡할 경우 해임조치까지 받게 된다.
국책은행의 한 인사는 "책임경영을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1년 단위 '시한부 목숨'이라는 생각으로는 장기비전을 갖고 경영전략을 펴나가기 힘들 것"이라며 "당장 눈에 보이는 단기성과 위주의 경영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