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자금수요 해소 방안 절실

서민 자금수요 해소 방안 절실

왕중식 CVA 서울·베이징 사무소장
2009.06.11 11:40

[기고]불황기에 힘겨워하는 중간 신용등급의 서민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은행에서 돈 빌리기 힘들다는 기사가 줄을 잇는다. 소위 제1,2금융권에서 가계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 돈이 필요한 서민들은 법적 이자율 상한선인 연49%의 이자율(2008년 10월 기준 사금융 이용자 189만명, 실제 이용 평균금리 45.3%, 인당 평균 대출금액 430만원, 대부잔액 5조6000억원)을 감당해야 하는 대부업체를 제도권 내에서 돈을 빌리는 마지막 희망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총자산 이익률(ROA)은 0.72%인데 비해 국내 대부업계 1위 업체의 ROA는 9.76%로 13.5배에 달했다. 대부업이 상당히 수익성이 좋은 비즈니스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생각해보면 은행과 카드사 등의 연 이자율 7-15% 시장과 대부업체의 50% 사이에서 공급자가 미흡하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즉, 대한민국의 경제 활동인구는 신용이 아주 좋거나 나쁜 사람만 존재하는가? 분명 그렇지 않을 것이다.

신용정보회사들은 통상 고객의 신용을 10등급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최근 불황기에서 은행 대출이 가능한 등급은 4-5등급 정도이다. 저축은행이나 캐피털 회사 등 제2금융권에서는 7등급까지 돈을 빌려주고 있으나 이 또한 매우 제한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부업체는 저축은행 등에서도 돈을 빌리지 못한 8등급 이하 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5-8등급 사이 고객(평균 대출금리 기준 20-40%수준)을 대상으로 신용수준에 따른 지불 금융 비용이 달라지는 합리적 자금 수요의 해소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게 되는 것일까? 이들이 신용등급 9-10등급 사람들과 동일한 대부업체와 같은 금융기관을 이용한다며 시장 효율성에 일치하지 않으며, 이는 서민경제 악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CVA내부 분석에 따르면 국내 서브프라임(sub-Prime) 시장은 2007년 27조원에서 2012년 53조원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 규모라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금융사업자가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

최근 대규모 시중은행의 활발한 저축은행 및 캐피탈 회사의 인수 및 자회사 설립 등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권 공급자가 실제 사업을 본격 시행하기 위해선 은행에 비해 높은 이자율 제시에 따른 기업의 브랜드 가치 하락에 대한 방안 수립과,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을 감수하기 위한 선제적 위험 관리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실제로 금융권 및 비금융권의 많은 대기업 및 중견기업들은 규모와 수익성 관점에서 매력도는 충분하다고 느끼나, 채권 추심 등으로 인한 기업 이미지 훼손에 대한 부담 등으로 사업 참여를 망설이고 있다.

그러나 공급자의 명분과 사회적 정서의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불황기에서 자금 동원력과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난 대기업의 참여는 오히려 합리적 자금수요를 가져와 시장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더욱이 2003년 카드대란과 달리 금융기관의 위험관리 체계와 신용관리에 대한 국민의식이 보다 성숙화돼 있는 점도 다양한 제도권에서의 공급확대 가능성에 대한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기업들의 가계 신용 시장 진출을 통한 서민 자금 수요 충족을 위해서는 해외 사례를 참조해 창의적인 사업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의 경우 대출 공급자의 역경매 방식을 이용해 보다 저렴한 이자 상품을 제공하는 금융 사업자를 연결하거나 기존 보유 고금리 상품을 저금리상품으로 재계약(Refinancing)을 도와주는 에이전트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자본시장 통합법에 발맞춰 펀드슈퍼마켓뿐만 아니라 제도권에서 론슈퍼마켓의 적극적 활성화도 검토해볼 만하다. 영국의 Zopa.com 회사는 24시간 개인 대 개인간 금융 거래(P2P)를 가능케 하는 온라인 사이트로서 대출 희망자와 소규모 금액의 투자자들을 연계해 주는 사업 모델로서 각광받고 있다.

Zopa.com은 영국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미국, 이탈리아, 일본 등에 진출하고 있다. 또 미국의 Prosper.com 회사는 개인간 금융 거래를 가능케 하는 마켓 플레이스를 온라인상에 오픈해 대출 수요자와 공급자간의 매칭을 기본으로 하는 사업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불황기에 서민들의 자금 수요를 원활하게 해소하기 위해서는 중간 신용 등급 시장 고객에 대한 다양한 자금 수요 니즈 파악에 기반해 창의적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선제적 위험관리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또 정부의 수요자 및 공급자에 대한 지원 정책 강화 방안 추진 등이 수행돼야 한다.

아울러 사회 전반적으로 경제 원칙에 입각한 새로운 시장 형성에 대해 긍정적 시선을 제공해 금융 기관 외 일반 기업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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