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천안함 담화,문장 하나하나에 '고심' 흔적

MB 천안함 담화,문장 하나하나에 '고심' 흔적

양영권,변휘 기자
2010.05.24 15:32

(상보)발표 장소도 전쟁기념관 선택해 '상징성' 부여

이명박 대통령은 24일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 천안함 침몰을 '북한의 군사 도발'로 명시하고 추가 도발시 군사적 대응 원칙을 분명히 했다.

당초 천안함 침몰사건 책임의 주체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겨냥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포괄적으로 '북한정권'을 언급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이 대통령은 문장 하나하나에 안보 현실과 대응 조치의 불가피성을 반영하려 애썼으며 담화문 발표 장소에 대해서도 상징성을 부여하는 등 극도의 치밀함을 보였다.

◇北 '군사도발' 명시…추가 침범시 '자위권 발동'= 먼저 이 대통령은 "천안함이 기습적인 어뢰 공격에 의해 침몰됐다"며 천안함 침몰을 '대한민국을 공격한 북한의 군사도발'이라고 규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26일 천안함 침몰 이후 철저한 과학적, 객관적 조사를 강조하며 예단을 경계해 왔다. 그러나 지난 20일 민·군 합동조사단이 천안함 침몰 원인을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확정지은 것을 계기로 북한의 책임을 명확히 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이전까지 정부는 천안함 사태에 대해 '무력도발'이라는 표현을 함께 써 왔지만 이번 담화에서는 '군사도발'로 정리됐다. 이번 사태가 유엔 헌장과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추가 도발시 군사적 대응 원칙을 확실히 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 대통령은 북한의 추가적인 무력 침범시 "즉각 자위권을 발동하겠다"며 군사적인 대응 계획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자위권'에는 군사적 격퇴뿐 아니라 침해를 제거하기 위해 필요한 행위까지 포함한다"고 말했다. 침범을 유발한 군사 기지에 대한 적극적인 타격도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대통령은 자위권 발동의 전제를 '무력 침범'으로 한정해 자위권 남용의 여지를 막았다.

◇남북교류 중단, 개성공단은 '축소운영'= 이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위한 조치로 먼저 북한 선박의 해상교통 이용을 금지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북한 선박은 제주해협을 통과하는 항로를 이용할 수 없게 돼 당장 시간적 금전적으로 부담을 갖게 됐다.

북한 선박은 2005년 8월 발효된 남북해운합의서와 부속 합의서에 따라 제주해협을 이용해 왔다. 2008년에는 북한 선박 188척이 제주 항로를 이용했으며 이용할 때마다 약 53마일의 항해거리와 4시간 이상의 항해시간을 단축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남북간 교류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영유아 지원'으로 상징되는 최소한의 인도적 지원을 유지하는 한편 개성공단 운영에 대해서는 "특수성을 감안해 검토해 나가겠다"면서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개성공단 운영과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개성공단은 일단 축소 운영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면서 "이후 상황을 봐 가면서 2단계로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폐쇄는 하지 않되 상황을 봐 가며 기업 철수를 유도하겠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도 이 대통령 담화 직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에 대한 우리 기업의 신규 진출과 투자 확대를 불허한다"고 말해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국제사회와 광조해 북한을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회부하겠다는 계획도 명시했다. 안보리 회부는 현재 중국을 방문 중인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면담과 이달 말로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판가름날 전망이다.

◇마지막까지 '김정일' 언급 고민= 이 대통령은 이번 담화문에서 북한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무엇이 진정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의 삶을 위한 것인지, 현실을 직시하여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막판까지 담화문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거론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북한을 과도하게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 김 위원장의 이름은 제외됐다.

대신 후계자로 거론되는 김 위원장의 3남 김정은을 포함한 북한 수뇌부를 총칭하는 '북한 정권'을 직접 겨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단순히 김 위원장 개인이 변해야 하는 차원이 아니라 전체의 변화를 촉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북한의 핵개발 문제에 대한 명시적인 표현은 없었지만 "현실을 직시하여 용기있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밝힘으로써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을 간접적으로 촉구했다.

◇ 담화장소 왜 '전쟁기념관'인가= 이명박 대통령은 담화문 첫머리에 "한반도 정세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담화문 초안을 보고 직접 삽입한 문장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천안함 이후 북에 대해 변화를 촉구하면서 우리도 이전과는 달라질 것이라는 점을 단적으로 상징하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담화문에는 대북 조치 외에 △군기강 재확립 △군 개혁 가속화 △한미 연합태세 강화 등 우리의 안보태세 구축 방안이 포함됐다.

담화문 발표 장소 역시 이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가 반영됐다. 이날 이 대통령은 서울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 내 호국추모실에 위치한 6.25 전쟁 영웅 흉상을 배경으로 담화문을 읽어내려갔다.

당초 청와대는 천안함 선체가 거치돼 있는 경기 평택 2함대 사령부에서 담화문을 발표하는 계획을 검토했다. 그러나 6.25 전쟁과 최근의 천안함 사건을 연관지으며 국가 안보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막판 장소를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관 수석은 담화문 발표 장소와 관련해 "60년 전 6.25라는 비극적인 동족상잔의 참화가 있었는데 60년이 지나서 오늘 우리가 유사한 일을 겪었다는 상징적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수석은 또 "6.25 60주년을 앞둔 상황에서 오늘의 비극에는 책임 추궁과 응징을 하겠지만 이와 별개로 한반도, 남북의 미래에 대해서도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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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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