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조양호 회장의 '평창순애보'

이건희-조양호 회장의 '평창순애보'

김진욱 기자
2011.04.12 10:51

[머니위크 커버]회장님의 스포츠 사랑/ 스포츠 세일즈맨 된 회장님

'캐나다 밴쿠버 56표, 대한민국 평창 53표’ (2010년 동계올림픽→밴쿠버 선정)

‘러시아 소치 51표, 대한민국 평창 47표’ (2014년 동계올림픽→소치 선정)

‘프랑스 안시 vs 독일 뮌헨 vs 대한민국 평창’ (2018년 동계올림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강원도 평창이 세번째 ‘주사위’를 던졌다. 오는 7월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를 통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의 주인공이 결정된다. 발표까지는 채 90일도 남지 않았다.

앞선 1, 2차 도전 당시 경쟁도시에 불과 3~4표차 뒤져 최종 문턱에서 좌절했던 평창이기에 이번 ‘2전3기’를 지원하는 각계각층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개최지는 도시를 단위로 하지만 올림픽이 국가적인 행사라는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의 지지가 뒤따랐고 김연아 등 스포츠 스타들의 지원사격도 이어졌다. 여기에 대기업들마저 후원금을 기탁하며 ‘평창 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

주목할 점은 각계각층의 지원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는 분위기와 맞물려 대기업 총수들의 독보적인 유치행보가 유독 눈에 띈다는 사실. 금융위기의 여파를 막 걷어내고 정상궤도에 오른 기업을 진두지휘해야 할 시점에서 기업경영 보다는 올림픽 유치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 ‘회장님’들이 있다는 얘기다.

주인공은 국내 1위와 9위 기업의 총수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다. 공교롭게 두 회장은 기업총수로서가 아닌 각각 IOC 위원, 2018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장이라는 대외적인 직함을 내걸고 ‘평창 순애보’를 외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전용기 타고 해외로 해외로

“당장의 성과를 바라고 다닌 것은 아니다. 얼굴을 익히고, 얘기하고, 그런 거 남기려고 가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

“지구를 열 바퀴는 넘게 돈 것 같다." (조양호 회장)

이 회장과 조 회장의 동반 올림픽 유치행보는 일단 지원일정부터 숨 가쁘다.

이건희 회장의 경우 한달에 한번 꼴로 올림픽 유치와 관련한 공식일정을 소화했고, 격월로는 해외 유치활동 길에 오르며 국내외의 유치열기를 IOC 관계자들에게 전달하는데 주력했다. 지난해 3월 경영에 복귀한 직후부터 삼성의 ‘새옷 갈아입기’보다는 평창유치 행보에 더 공을 들인 행보다.

올해만 해도 2월14일부터 20일까지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IOC 현지 실사의 주요 일정을 소화하며 111명의 IOC 위원들을 대표하는 14명의 평가단에 평창의 우월성을 알리는데 일조했다. 당시 이 회장은 2월15일 IOC 위원 자격으로 평창동계올림픽 후보지 조사평가단을 초청한 환영만찬에 참석한 뒤 17일 현장실사가 열린 강원도 평창 보광휘닉스파크에 참석, 구닐라 린드버그 조사평가단장과 점심식사를 하며 평가단의 원활한 실사를 옆에서 도왔다.

현장 실사가 끝난 후에도 평가단을 호텔 내 식당으로 초청해 1시간30분가량 오찬을 주재하며 관계자들과 환담을 나눴고, 평가단이 탄 버스가 떠날 때까지 손을 흔들며 배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3월31일만 해도 부인 홍라희 여사와 함께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스포트 어코드(국제스포츠 현안을 토론하는 대규모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이 회장이다.

동계올림픽 유치를 향한 이 회장의 ‘출국행보’만 놓고 보면 오히려 지난해가 더 분주했다.

IOC에 복귀한 직후인 작년 2월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캐나다 밴쿠버로 출국해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에 대한 청사진을 머리에 그린 이 회장은 이어 4월에는 스위스, 이탈리아 등 유럽국가들을 잇따라 방문하며 올림픽 유치에 대한 열망을 전달해 평창의 ‘3수’ 도전에 힘을 보탰다.

8월의 대부분은 호주와 싱가포르에서 보내며 그룹 총수가 아닌 IOC 위원으로서의 직무수행에 더 많은 시간을 분배했다. 호주 시드니로 떠나 평창 유치를 위한 현지 홍보작업에 주력했고 곧바로 싱가포르로 이동해 제1회 유스올림픽(IOC가 청소년들에게 올림픽 정신을 계승키 위해 창설한 대회)에 참관, 전 세계에서 모인 IOC 위원들에게 평창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데 힘을 썼다.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관계자는 “이 위원(이건희 회장)의 무게가 확실히 다른 사람보다 몇배는 무겁다”면서 “IOC의 공식 스폰서인 삼성의 영향력만큼이나 이 위원의 국내외 포지션이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어머니’ 조양호 회장…평가단과 버스타고 '서비스'

이건희 회장이 국내외를 마다하지 않고 평창유치를 위해 공격적인 홍보활동을 보였다면, 조양호 회장은 올림픽유치위원회의 사령탑답게 IOC 위원들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하고 대외행사를 주도하는 등 전방위적인 유치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마치 이 회장이 가정에서 ‘아버지’ 역할을 했다면 조 회장은 이것저것 세세히 챙기는 ‘어머니’ 역할을 한 격이다.

실제 조 회장의 유치활동은 감성적이면서도 치밀하다(?)는 외부의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2월 캐나다 밴쿠버동계올림픽 당시 열린 '코리아하우스' 개관식에 참석한 조 회장이 IOC와 국제스포츠단체 관계자들에게 손수 음료를 대접하고 편지까지 써보낸 일화는 유명하다.

올해만 해도 지난 2월 동계올림픽 IOC 평가단이 한국에 입국했을 때, 조 회장의 세심한 배려가 평가단을 감동시켰다는 후문이 돌았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독일 루프트한자편으로 인천공항에 입국한 평가단을 위해 조 회장은 인천공항공단과 협의해 평가단이 탄 항공기의 주기(駐機) 장소를 국내항공사가 주기하는 본청사로 변경시켰고 보딩게이트 앞까지 나가 IOC 평가단을 맞이하는 열성을 보였다.

평창으로 가는 버스에서도 평가단과 동승하며 마이크를 잡고는 “평창행 버스에 탑승하신 것을 환영한다. 나는 오늘 평창까지 가는 버스의 수석 사무장이다. 가시는 동안 편히 모시겠으며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말씀해달라”고 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주도했다.

‘섬세와 배려의 리더십’을 보여준 조 회장이라지만 평창유치에 대한 결의를 드러내는 일에는 적극적인 모습도 드러냈다.

3월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74차 국제스포츠기자협회(AIPS) 서울 총회' 당시 조 회장은 한 외국인 기자의 "평창은 세번째 도전인데 이번에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가"라는 다소 곤혹스런 질문에도 "우리는 승리하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 7월까지 전진만 있을 것"이라며 굳은 결의를 드러내 현장관계자들의 환심을 샀다.

물론 난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월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함께 뛰던 이광재 강원도지사가 지사직을 상실하는 바람에 유치활동에 적지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하지만 조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하며 “이 지사의 지사직 상실을 판결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평창의 유치활동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평창유치 지지자들을 다독였다.

조 회장의 이 같은 ‘열성행보’에 해외 언론은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지난 2월17일 미국의 스포츠 온라인 전문지 '쓰리 와이어 스포츠(3Wire Sports)'는 '평창 2018의 지휘자 조양호'라는 제목의 장문 기사를 통해 평창유치위 활동과 더불어 조 회장을 상세히 소개했다.

기사는 ‘3수’에 나선 평창유치위가 능숙한 영어로 소통하는데다 직원들 모두 친숙하게 다가가고, 글로벌 인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두차례의 유치위와는 판이하게 다르다고 지적하면서 그 중심에 조 위원장이 있다고 표현했다.

◆올림픽과의 인연, 언제부터

‘올림픽 유치’라는 공통된 목표하에 앞장서고 있는 두 회장이지만 현재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겪어온 사연은 남다르다.

특히 이건희 회장의 경우 자진 사퇴 후 18개월 만에 IOC 위원으로 복귀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이런저런 굴곡이 많았다.

1996년 IOC 위원으로 선출된 이 회장은 2008년 7월 조세포탈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그해 8월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자발적으로 IOC 위원 직무를 포기했다.

그러나 스포츠계의 위상에서나 IOC 내의 네트워크 활용면에서 10여년간 IOC 위원으로 활동한 이 회장의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동계올림픽의 유치 결정이 각국의 IOC 위원들이 한표를 행사해 결정짓게 되는데 이들을 움직일 ‘해결사’로는 이 회장만한 인물이 없다는 의견들이 거세진 것.

결국 올림픽유치위원회는 물론이고 한국프로스포츠연맹 회장단, 박용성 대한체육회 회장 등이 이 회장의 특별사면을 청와대에 건의했고 정부가 2009년 12월 이 회장에 대해 특별사면을 단행하면서 이 회장은 다음해인 2010년 2월 IOC 의원으로 복귀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발 벗고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은 특별사면에 대한 보답차원”이라며 "그러나 성과에 대한 집념이 강한 이 회장이 두번의 올림픽 유치실패로 손상된 개인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의지가 반영된 점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건희 회장 못지않게 조양호 회장 역시 주변의 요청으로 유치위원장에 ‘추대’ 된 케이스다.

지난 2007년 ‘2014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에 고문으로 참여한 조 회장은 2009년 9월부터 ‘2018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되면서 본격적인 ‘올림픽 행로’를 걸었다.

위원회 결성 당시만 해도 조 회장 외에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가 공동 위원장직에 있었지만 2010년 6월, 김 전 지사가 3선 임기 만료 직전 ‘특임대사’로 위원장에서 한발 물러서면서 조 회장이 현재의 단독 위원장직에 오르게 됐다.

유치위원회 관계자는 “당초 공동위원장 체제는 대한항공이 갖고 있는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보유한 조 회장과 두 차례 올림픽 유치에 나섰던 김 전 지사의 경험 및 노하우가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됐다”면서 “하지만 국제스포츠계를 비롯한 유치위원회 관계자들 사이에서 공동위원장 체제의 효율성에 다소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많아 조 회장의 단독체제로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동계올림픽 유치 가능성은?…외신 “평창 1위” 평가

두 회장의 숨 가쁜 유치활동 행보가 가속화된 만큼 이제 국민들의 관심은 과연 평창이 ‘3수’의 설움을 딛고 개최지로 선정될 수 있을까에 쏠린다.

일단 외신들의 반응은 최종 개최지로 평창 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지난 7일 올림픽 전문 인터넷 매체인 '게임즈비즈닷컴(www.gamesbids.com)'은 홈페이지를 통해 자체적으로 분석한 '유치 지수'에서 평창이 지난 1월보다 2.59포인트 오른 64.99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평창의 강력한 라이벌인 독일 뮌헨은 0.66포인트 상승한 62.31, 프랑스 안시는 2.26포인트 하락한 52.77에 그쳤다.

앞서 3월17일 올림픽뉴스 전문 인터넷 매체인 ‘어라운드 더 링스(Around the Rings)’ 역시 IOC가 지난해 12월 2018동계올림픽 3개 후보도시를 대상으로 실시한 현지 실사 평가 결과, 평창이 100점 만점에 77점을 얻어 선두를 차지(뮌헨은 74점, 프랑스 안시는 67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건희 vs 조양호 행보

(이건희)

2008년 8월: 조세포탈 혐의로 유죄 판결, IOC 위원 직무 자발적 포기.

2010년 2월: IOC 의원 복귀.

2010년 7월6일: 한남동 승지원서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조양호 유치위원장 등을 초청한 만찬모임 개최.

2010년 8월5일: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와 유스올림픽 참관차 호주 및 싱가포르로 출국.

2010년 10월4일: 세계국가올림픽총연합회(ANOC) 회의 참관차 멕시코 출국.

2011년 2월15일: 평창 인터콘티넨탈 알펜시아 호텔서 열린 만찬에 참석, IOC 평가단 영접.

2011년 2월17일: 보광휘닉스파크 실사현장 동참, 평가단과 만찬.

2011년 2월18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 공식 만찬 참석.

2011년 3월31일: 영국 런던서 열리는 스포트 어코드 행사 참석차 출국.

(조양호)

2009년 9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공동 위원장 선임.

2010년 6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단독 위원장 추대.

2010년 8월14~26일: 싱가포르서 열리는 제1회 유스올림픽 참관차 출국.

2011년 1월28일: 이광재 강원도지사의 지사직 상실과 관련한 기자회견 개최.

2011년 2월8일: 국내 대표 호텔·레스토랑·식음료기업·쇼핑몰·공연기획사 등 16개 기업, 80개 브랜드와 동계올림픽 유치 위한 '베스트오브코리아‘ 협약 체결.

2011년 2월14일: 인천공항서 평가단 영접, 평가단과 버스 타고 평창까지 동행.

2011년 2월17일: 美 스포츠 온라인 전문지 '쓰리 와이어 스포츠'에 ‘평창 2018의 지휘자’로 소개.

2011년 3월28일: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광장서 열린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D-100일 유치 소망대회’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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