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확산에 한발 후퇴‥가중치 등 논란 '불씨' 여전

동반성장위원회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및 품목 선정기준에서 시장규모를 제외하기로 했다. 앞서 22일 공청회에서 가이드라인(안)을 공개한지 불과 1주일 만이다.
동반성장위의 이번 결정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에서 관련 조항 자체를 없애 논란의 확산을 피하는 것이 동반성장위 입장에선 최선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논란 확산 피해 '한발 후퇴'=동반성장위는 29일 서울 반포동 팔래스 호텔에서 열린 제6차 전체회의에서 시장규모의 제한 없이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을 받기로 결정했다. 당초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 대상을 시장규모(출하량) 1000억~1조5000억 원으로 제한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에서 반발하자 이를 철회한 것이다.
실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지난 22일 가이드라인(안)이 공개된 직후부터 격렬한 대립을 이어왔다. 대기업계는 시장규모 상한선을 '5500억원 이하'로 낮춰줄 것을 요구했고, 중소기업계는 이에 맞서 상한선을 오히려 3조~5조원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도 격론이 오가며 회의 시간이 당초 계획보다 30분가량 연장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따라서 동반성장위의 결정은 섣불리 가이드라인을 강행해 논란을 확산하기보다는 일단 논란을 잠재우는 것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개별 적합업종 및 품목의 발표가 예정된 8월까지 3개월여의 시간이 남은 만큼 시간을 갖고 양 측을 설득하는 편이 실익이 크다고 판단했다는 관측이다.
적합업종 및 품목 실무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곽수근 서울대 교수는 "시장규모 제한 조항을 놓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의견 차이가 컸다"며 "우선 품목대상을 넓히고 추후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은 정성평가를 하는 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태 동반성장위 사무총장도 "시간과 비용이 충분하다"며 "이를 충분히 활용해 많은 논의를 거쳐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과정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봉책'으로 논란 장기화 우려도=일단 동반성장위의 노림수는 어느 정도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독자들의 PICK!
실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시장규모 1000억~1조5000억 원에 해당하는 두부, 골판지, 컴퓨터 조립부품, 문구류 등의 업종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은 심사를 거쳐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 과도한 대응은 자제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해당 기업들이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불필요한 대응은 삼가기로 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동반성장위의 '미봉책'으로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놓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갈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시장규모에 따른 신청 제한은 없어졌지만, 관련 사항을 선정시 가중치를 주는 세부 평가항목으로 남겨둬 논란의 불씨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외적으로 공개됐던 명확한 범위 기준이 없어지고 심사단계에서 내부 논의를 통해 가중치 기준을 정하기로 하면서 투명성에도 의문이 제기될 소지가 있다. '결론'이 내려진 것이 아닌 '유보'된 만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물밑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정 사무총장은 "모든 항목 취합해 적합성 항목을 정량적 측정 요소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게 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며 "선정에 필요성, 문제점에 대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는 정성적 평가기준을 투명하게 마련하고 충분히 반영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