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위원장 "MB, 동반성장 안하면 나쁜 평가받을 것"

정운찬 위원장 "MB, 동반성장 안하면 나쁜 평가받을 것"

대담= 송기용 정경부장, 정리= 정진우 기자, 사진= 이기범 기자
2011.12.05 06:01

[머투초대석]동반성장위원장 "안철수 신드롬, 정치권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기범 기자
↑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기범 기자

"많이 외로웠습니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자신의 지난 1년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해 12월13일 동반성장위원장에 취임한 후 1년을 평가해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짧지만 함축적인 말로 답했다.

돌이켜 보면 동반위는 출범 이후 사회적으로 큰 이슈를 만들었다. 경제양극화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도시와 농촌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가운데 초과이익공유제와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 동반성장지수 등 민감한 현안을 과감히 다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일선에 홀로 나섰던 정 위원장은 정부, 재계의 날 선 공격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 1년 동안 줄기차게 "동반성장"을 외쳤다. 강연 횟수만 100회, 각종 언론에 기고한 글도 50건에 이른다. "동반성장만이 우리 경제의 유일한 탈출구"라며 예산도, 인력도, 권한도 없는 위원회를 끌고 나갔다. 정 위원장의 뚝심이 가시적 성과를 앞두고 있다. 오는 13일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결론을 내놓고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 작업도 마무리 할 계획이다.

머니투데이가 4일 서울 여의도 동반성장위원회 사무실에서 정 위원장을 만났다.

↑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기범 기자
↑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기범 기자

▶ 동반성장위원회 출범 1주년을 앞두고 있는데,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 많이 힘들었지만 보람도 있었습니다. 해방 이후 중소기업이 오늘날처럼 자기 목소리를 낸 적은 없었습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했는데,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합니다. 덕분에 사회 전체적으로 "동반성장 안하면 한국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없고, 존립도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대기업들이 겉으론 동반성장에 대해 동의하는 것 같으나, 실제론 여전히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중소기업도 스스로 무언가를 하기보다 혜택만 바라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정부나 정치권이 보다 깊이 동반성장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죠. 그동안 많이 외로웠습니다.(웃음)

▶ 여러 번 정부에 대한 서운함을 나타내셨는데,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서운함인가요?

- 이 대통령이 동반성장위원회를 만들 때만해도 강한 의지를 갖고 계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부나 청와대가 동반성장 정책을 열심히 추진하지 않는 것을 보고 대통령의 의지가 강했다면 '과연 그랬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관료주의에 빠진 경제부처가 중요한 업무는 자신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위원회와 마찰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민간위원회이긴 하지만 동반성장은 정말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청와대가 격려도 하고 동반성장에 대한 점검도 해야 합니다.

▶ 이 대통령이 정말 동반성장에 관심이 없다고 보시나요?

- 이 대통령도 결국엔 대기업 CEO(최고경영자) 출신입니다. 대통령의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결과적으로 대기업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었다고 봅니다. 이 대통령은 이제 남은 1년 임기 동안 동반성장을 해야 합니다. 안하면 한국사회가 존립하지 못할 겁니다. 미국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를 봤지 않습니까. 미국 사회가 심각하지만 우리 역시 미국보다 덜하지 않은데도 정치권과 정부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젊은이들은 배고프다고 합니다. 미래에 희망이 없다고 하는 겁니다. 최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이 젊은 세대로부터 엄청난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핵심은 간단합니다. 그들은 "스카이(SKY·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출신도 어렵다고 하는데, 여러분 얼마나 어렵습니까" 하고 젊은이들을 위로했습니다. 바로 그겁니다. 정작 나라를 걱정해야 할 정치인들은 힘든 사람들 어깨 두드려주지 않는데 (두 사람이 그렇게 했기에) 인기가 있는 겁니다. 이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사회존립이 걸린 동반성장 문제에 매달렸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성과를 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동반성장에 진전이 없으면 퇴임 후 이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을 겁니다.

▶ 중소기업적합업종 품목 선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적합업종 선정이 중소기업 입장에선 양이 차지 않을 겁니다. 대기업 역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게다가 사람들은 적합업종을 선정해도 안 지켜질 거라고 하고, 이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없어질 거라고까지 말 합니다. 하지만 법 보다 더 무서운 게 국민 정서입니다. 동반위가 중기 적합업종이 잘 지켜지는지 모니터링 할 겁니다. 동반성장은 세계적인 현상이고, 흐름입니다. 산업구조의 변화는 물론, 사회 인식과 문화 변화까지 수반하는 종합적인 아젠다로 봐야합니다. 범정부적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청와대가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청와대가 관심을 가져야 진전이 있을 수 있습니다.

▶ 민감한 품목이었던 데스크톱PC는 이번에 중기적합업종에 선정되나요?

- 저번 실무회의에선 데스크톱PC를 중소기업에 넘기라고 했는데, 위원회에서 조금 더 생각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13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결정될 수 있을 겁니다. 지금 어떻게 된다고 말 할 수 없습니다.

↑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기범 기자
↑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기범 기자

▶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결론은 언제 나오나요?

- 지금까지 7차에 걸쳐 실무위원 회의를 했습니다. 오는 13일 열리는 본회의 때 구체적인 실행방안 등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일각에선 아직도 이익공유제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어요. 내용에 대한 이해를 안 하고 비판만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처럼 수출 의존적 경제에서 수출을 많이 하려면 품질이 좋거나 제품가격이 낮아야 합니다. 모든 수출 기업이 가격경쟁 유혹을 받습니다. 그러다보면 납품가 후려치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기업이 이익을 상당히 냈다면 그것은 협력업체에서 좋은 부품을 줬거나, 부품을 값 싸게 공급받은 겁니다. 그 이익의 0.5%나 1%를 중소기업 기술개발에 쓰도록 하자는 겁니다. 강제로 하자는 것도 아닙니다. 만약 이익공유제라는 명칭이 문제라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습니다. 삼성이 하고 있는 이익배분제(Profit sharing, PS)처럼, 기업 간 '협력이익배분제'라고 해도 됩니다.

▶ 초과이익공유제는 언제쯤 시행되는 겁니까?

- 시행은 내년 봄부터 할 예정입니다. 이 제도에 적극적인 회사들도 있습니다. 지금 위원회가 각 기업을 개별적으로 접촉하고 있습니다. 어떤 대기업은 협력업체의 수익률을 올려주는데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계가 전반적으로 (동반성장을) 부정적으로 보기 때문에 동반성장에 긍정적인 기업도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기를 꺼려하고 있습니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까, 그러고 있는 거죠.

▶ 임기 중에 반드시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 내년 초에 동반성장지수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걸 토대로 기업들에게 가점을 주고 인센티브를 줄 겁니다. 인센티브엔 세무조사 경감이나 공정위 조사 경감, 정부 발주에 혜택 등이 들어가고요. 그러면 동반성장 문화 조성과 확산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중소기업적합업종도 곧 확정짓습니다. 아울러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가이드라인, 기술인력 유출을 막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술인력 유출 문제는 미국 프로스포츠에서 이적료를 내고 선수를 스카우트 하듯이 대기업이 중소기업에서 사람을 빼내갈 땐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는 가칭 협력이익배분제와 같은 제도를 도입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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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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