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남편이 업고 다니는 아내의 자격은?

[기자수첩]남편이 업고 다니는 아내의 자격은?

신희은 기자
2012.03.25 16:42

최근 김희애, 이성재 주연의 '아내의 자격'이 종편채널 드라마 중 유일하게 2%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가 되고 있다.

극중 김희애는 아내가 내조를 잘하고 아이 교육만 잘 시키면 바람을 펴도 상관없다는 남편과 산다. 잘 나가는 남편을 뒷바라지하고 아이를 명문대에 입학시키며 시댁과도 말썽을 일으키지 않는 유능한 아내가 드라마에는 여럿 등장한다.

현실은 어떨까. 현실에서 사회적 명망이 높은 소위 잘 나가는 남편과 사는 아내 중 드라마를 초월하는 '아내 종결자'들이 적지 않다.

최근 공개된 '고위공직자 재산변동사항'에서 남편이 등에 업고 다녀도 모자랄 만한 아내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정부 고위공직자의 아내가 모 코스닥 상장기업에 투자해 1년 남짓 동안 12억 원의 평가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3월경만 해도 1주당 4000원대에 불과하던, 전문가들도 생소한 종목을 총 5만여 주나 사들인 아내는 주가가 2만 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한 덕에 엄청난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었다.

20년간 주식투자에도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아내가 기업 실적이 크게 늘어난 것도, 시장에서 화제를 모은 것도 아닌 소형종목에 과감히 투자해 '대박'을 터뜨렸다니, 그런 아내를 둔 남편은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 듯하다.

총선을 앞두고 민심잡기에 여념이 없는 국회의원 남편을 둔 아내들도 만만치 않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발표한 국회의원 재산변동사항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질 만큼 화려한 주식투자 경력을 지닌 아내들이 즐비하다.

모 국회의원 아내는 코스피, 코스닥을 막론하고 100여 개 종목을 단타로 사고팔며 시세차익을 올리는 데 열중했다. 아내의 주식투자 종목이 2페이지를 넘어서고 투자금액도 수 억 원에 육박하는 경우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증권부 출신 기자가 봐도 생소한 코스닥 종목에 고루 투자해 적지 않은 수익을 거둔 국회의원 아내들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질 뿐 아니라 자괴감마저 든다.

지난해 8월 유럽 재정위기 부각으로 증시 변동성이 강화되면서 주식투자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이 적지 않은 손실을 입었다. 일부 주부들은 "남편 몰래 노후자금으로 주식에 투자했다 반 토막이 나 이혼 위기에 처했다"며 기자에게 전화해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고위공직자나 국회의원의 아내는 아무나 될 수 있는 경지는 아닌 것 같다. 남편 내조와 자식교육은 기본이고 바쁜 와중에 재테크 실력까지 갖춰야 하니 말이다.

남편 아침 챙기랴, 아이 성적 걱정하랴, 빠듯한 살림에 시댁 경조사 챙기랴 허덕이는 평범한 아내들은 높은 분들의 이런 아내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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